이솝 이야기 하나 미래그림책 여우가 주운 그림책 4
안노 미츠마사 지음, 길지연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1년 7월
평점 :
품절


안노 미쓰마사는 욕심쟁이일지도 모르겠다. 그의 작품은 이야기책으로서만 기능하는 게 아니라 수학이나 과학 등 다른 영역의 지적 즐거움을 같이 포함시킬 때가 많았다. 이 책은 그보다 더 엉뚱하다.  

어느 날 '콩이'라는 이름의 아기 여우가 이상한 물건을 하나 주웠다. 아빠는 그게 '책'이라고 말씀해 주셨는데 읽어달라는 콩이의 부탁에는 졸리다는 핑계로 마다하려는 게 아닌가. 결국 콩이의 조름에 아빠는 책을 읽어주기 시작하시는데, 그 내용이 꽤나 파격적이다. 

모두 20편의 이솝 이야기에 실려있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림도 그에 맞추어 진행된다. 그런데 아래쪽에 콩이 아빠가 들려주는 이야기의 내용은 우리가 알고 있는 이솝 이야기와 다르다. 아빠 여우는 그림을 보면서 대강 떠오르는 내용을 자신의 짐작과 추리와 확신을 담아서 콩이에게 설명하는 것이다. 아핫! 콩이 아빠도 글자는 모르는구나. 사람들의 글자를 모르는 것이 아빠 여우에게 흠은 되지 않건만, 아빠는 어린 콩이에게 약한 모습은 절대 보여주고 싶지 않으시다.  



(그림의 아랫단은 글씨가 거꾸로 되어 있다. 잘못 인쇄된 게 아니라 콩이 아빠가 저게 맞다고 생각한 까닭에 저 모양이 되었다. 이유는 책을 읽어보면 안다.)

그리하여 이 책은 이솝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동시에 변사로 급 변신한 콩이 아빠의 놀랍고 흥미진진한 이야기 한판이 동시에 진행되는 것이다. 모두 20개의 이솝 우화가 실려있는데 거기에 콩이 아빠 이야기까지 포함하면 모두 몇 개의 이야기인가? 안노 미쓰마사가 좋아하는 수학을 얼른 동원하시라! 

그래서 떠오른 건데, 아이가 아직 글을 모르는 단계라면 글을 읽어주기 전에 그림만 보고서 이야기를 스스로 만들어보는 것도 큰 재미를 줄 듯하다. 실제로 내 친구의 둘째 아이는 글자를 모를 때 제멋대로 이야기를 지어내는 데에 크게 재미를 붙였었다. 지금이야 글자를 술술 읽어내지만 그때의 개성넘치던 이야기가 가끔 그리울 때가 있다.  

그나저나, 이솝 우화에는 유독 여우가 자주 등장하는데 그 바람에 콩이 아빠와 콩이는 좀 더 반갑지 않았을까? 아무래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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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2009-08-21 0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보다가 모자 접고 싶어졌어요..

마노아 2009-08-21 08:42   좋아요 0 | URL
아하핫! 정말 모자 생각이 나네요. 고깔 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