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답글을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밤새 잠 못 이루고 뒤척이다가 깨고, 오전 내내 답글이 없어서 답답하던 찰나였습니다. 책을 읽었는데 도무지 글이 안 들어와서 집에 돌아왔더니 다행이 답글이 있네요. 한결 마음이 편해집니다.
저도 일이 확장, 왜곡되는 것을 당연히 바라지 않습니다. 그래도 주신 답글에 대해서 제가 할 말 몇 가지는 하려고 합니다.
일단, 저는 다른 분들의 리뷰를 많이 읽지는 않습니다. 리뷰보다는 페이퍼를 많이 읽고, 페이퍼도 골라 읽는 편이지요. 그마저도 제가 즐찾하는 분들의 것들이고요. 여우님은 당연히 즐찾하고 있습니다. 늘 방문하지만 말씀하신 것처럼 자주 글을 남기지는 않습니다. 이유는, 불편하기 때문입니다. 여우님의 삶의 모습을 보면 제가 너무 세속적이고 속물적인 인간으로 보여져서 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을 느낍니다. 그건 리뷰도 마찬가지입니다. 최근에 리뷰 당선되신 것 알고 있는데 읽어보진 못했습니다. 대체로 한 페이퍼에 글이 무척 긴 편이기 때문에 읽다가 패쓰하기도 합니다. 이번 글도 앞부분만 읽고 뒷부분은 주르륵 내려가다가 댓글에서 눈길이 멈춘 경우입니다.
다른 분들의 리뷰도 별점 5개면 클릭합니다. 읽어보지 못하고 보관함에 담을 때가 많지만 몇몇은 읽고 댓글도 남깁니다.
제가 쓰는 제목에 대해서 말씀해 주셨는데, 일단 지적해주신 여우님의 리진 1편의 제목은 "신경숙, 그녀와의 재회"이고 제가 어제 쓴 외딴방의 리뷰 제목은 "신경숙, 그녀의 화해"입니다. 리진 리뷰를 다시 읽었는데, 여우님께서 '재회'하셨다는 신경숙은 한 동안 멀리했던 그녀의 작품을 다시 만났다는 얘기겠지요? 제가 '화해'했다는 말은 그녀가 그녀 자신과 화해했다는 말이었습니다. 여공시절, 산업체 학교 시절 얘기, 희재 언니의 얘기를 하지 못하는 자신에게 이제 자유를 주었다는 얘기였습니다. 공교롭게도 제목에 작가 이름이 같이 들어갔네요.
제가 쓴 리뷰의 제목만 훑어봤습니다. 최근에 쓴 리뷰를 역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500편 정도까지 본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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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용, 소리 다음으로 빛을 얘기하다
개미 두 마리, 인간 세상을 체험하다
16살 생일, 윙크
숨 쉬는 종이, 한지
책, 인류의 역사
심리학자, 연산군의 마음을 분석하다(이건 책 제목을 변용시킨 겁니다. 원제에선 '정조'가 나오죠.)
사랑해, 윙크
굿나잇, 찰리
힘과 운동, 어렵지 않아
계절의 방문, 그리고 선물
그의 메시지, 그의 선물
그 집사, 상냥하군
또 만나 주세요, 위즈너!
책만 읽고, 그녀의 마음은 읽지 못했지
굿나잇, 벤자민!
반갑다, 필통!
이 손, 놓지 않을게요
우리,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도 만나요
탐, 아직 건재해!
연기파 배우, 조승우
잔인한 이름, 희망
모기, 까불지 마!
그의 삶, 그의 퀴즈쇼
네가 꿈을 이루면, 너는 다른 사람의 꿈이 된다
그 집사, 여전히 매력적!
몸은 반쪽, 기운과 지혜는 두 배!
그 집사, 볼수록 매력적이네!
세이, 세라
당신, 온 세상 그리고 온 우주(이건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리뷰 제목입니다.)
크리스마스, 기적의 휴전
늑대 아저씨, 메리 크리스마스!
행복 바이러스, 앤 셜리
베트남, 통사로 살피기
궁금한 그들의 이야기, 이야기
마음을 담은 예쁜 선물, 토끼 아저씨의 멋진 조언
네게 없는 것, 내게 있는 것!
춤, 야수의 본능으로 표현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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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 넘어가면 쉼표를 사이에 두고 대구를 이루는 제목은 더 나올 겁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대구'를 좋아합니다. 라주미힌님의 영화 리뷰에 대해 대구 문장 좋다는 댓글을 두 번 달아서 전에 좋다고 하셨잖아요~라는 리플을 받은 기억이 납니다.
평소 제가 제목 쓰는 습관에 대해서 들여다 보지 않았는데, 지금 지켜보니 문장을 많이 쓰는군요. 작가 이름이나 책 제목, 등장인물 등을 제목에 같이 쓰는 경우도 잘 보입니다. (관심도 없었고 제가 분석적인 인간이 아닌지라 이제사 눈치챘습니다.)
첫 문단의 작가 소회 이야기를 하셨는데, 한 작가의 책에 대한 리뷰를 많이 쓴 경우가 아니라면, 그 작가에 대한 어떤 기억이 있는 경우, 그걸 첫 문단에서 쓰는 경우는 아주 많습니다. 그 작가와 언제 처음 만났는지, 그때 어땠는지, 그래서 다시 만나고 싶었다 혹은 별로 안 만나고 싶었다... 이런 얘기가 나올 수 있죠. 이건 저뿐 아니라 많은 분들이 그렇게 쓰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으로 신경숙에 대한 저의 소회. 예. 저는 그녀의 색깔을 아주 우울하게 봅니다. 많은 분들이 공감하는 성격이 아닐까 싶습니다.
처음 만난 책은 '풍금이 있던 자리'인데 2006년에 읽었습니다. 당시 리뷰의 제목은 '불편하고 씁쓸한 잔상'이었고, 리뷰 맨 말미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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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나의 한 지인이 신경숙의 "외딴방"을 선물했다. 보고나서 너무 불편했다고, 다시 읽을 일이 없다며 가지라고 했다. 허헛.... 책장에 꽂혀는 있는데, 이 책을 집어들기에는 좀 더 내공이 필요할 듯 싶다. 지금의 기분으로서는, 더 이상 우울해지고 싶지 않으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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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내용이 이번에 외딴방 리뷰 서두에 나온 겁니다.
두 번째로 만난 건 리진이었습니다. 리뷰 제목은 "서럽고 처연한, 그리고 아름다운 여인 리진"이었습니다. 길긴 하지만 쉼표를 사이에 두고 제가 좋아하는 대구, 대칭 구조입니다. 이 작품 리뷰에도 이런 구절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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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신경숙의 책을 단 한 권 읽고서 다시 안 찾던 나는, 이번에도 비온 뒤의 눅눅함처럼 들러붙을 그녀의 우울한 정서가 걱정되었는데, 비온 뒤의 습기찬 공기보다, 차갑게 가라앉은, 뭔가 정적인 분위기가 나를 감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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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은 작품에서 계속 등장하는 단어입니다. 작가의 '깊은 슬픔'이라는 책을 읽진 못했지만 외딴방을 읽으면서 '깊은 우물'이나 '깊은 우울'로 바꿔 읽을 수 있겠단 생각을 했습니다. 우물, 물이 등장했는데 '안개'라는 단어를 사용한 게 그리 부조화스러울까요?
저는 한 번 읽은 책을 두 번 읽는 일이 아주 드뭅니다. 리뷰야 말할 것도 없지요.
파란여우님의 리진 리뷰를 2년도 더 전에 읽었습니다. 그때 물론 감탄했지요. 당시 리뷰 대회에서 리진으로 1등하신 것도 기억납니다. 그렇다면, 그때 너무 감동을 받은 나머지 여우님이 쓰셨던 리뷰의 단어와 느낌을 제가 머리 속에 꼭꼭 담아두었다가 저도 모르게 막 삐져나온 걸까요?
글쎄요. 저는 여우님의 답글을 읽은 지금도, 말씀해 주신 부분들이 왜 제가 여우님 리뷰를 표절했다고 하는지 사실 납득이 되질 않습니다.
여우님의 댓글을 보면 제가 이벤트에 집착하느라 남의 글 도둑질을 한 사람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제가 왜 그래야 합니까?
제가 리뷰를 많이 쓰긴 하지만, 여우님이나 바람구두님, 드팀전님. 그밖의 많은 알라디너처럼 수준급의 글을 쓴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그저 많이 쓸 뿐이지요. 무슨 무슨 이벤트나 리뷰 대회가 있으면 참여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참여합니다. 꼭 읽고 싶거나 원래 좋아했던 책이면 부러 책을 사서 참가하기도 하지만, 이번 경우는 외딴방이 제게 있던 책이기 때문에 겸사겸사 읽은 겁니다. 그나마도 [일반부]라고 써야 응모된다는 것도 다른 분이 알려주셔서 뒤늦게 수정했습니다. 수상자에게 작가와의 저녁 시간이 있다는 걸 어저께 확인하고 신선하다 했던 접니다. 수상권에 들어가면 좋지만, 아니어도 책 읽은 것으로 족하다 생각했습니다. 글쓰기 실력이 월등히 늘어나서 폼나는 글을 쓰면 좋겠지만, 그게 원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지금 제 수준의 글쓰기도 평균은 되겠거니 생각합니다.(목표가 낮거나, 욕심이 없거나. 주제 파악을 하고 있거나... 그게 그거일까요?)
하여간... 저는 여우님이 이전에 당했던 표절 사건들 때문에 지나치게 예민하거나 과민반응을 한다고 보여집니다. 더불어, 지적해주신 부분들에 대해선 오만함까지 느껴집니다.
여우님은 표절을 당했다고 생각하시니 기분이 나쁘셨겠죠. 저는 이 느닷없는 일이 길 가다가 갑작스레 테러를 당한 기분입니다. 불쾌함보다는 분노를 느꼈습니다. 여우님과 제가 사적으로, 다른 이유로 '일부러' 일을 만들 이유는 없지요. 저는 그래서 이 사건이 오해라고 생각합니다. 아니면 착각이든가요. 둘다 불편한 단어이긴 합니다.
평소 세상에 그닥 도움되는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훌륭한 삶을 살고 있던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지탄받을 일을 하며 산 것 같지는 않습니다. 가진 것 없는 제가 도덕성에도 문제가 있다고 비쳐지니 한없이 비참해지는군요.
여우님께서도 그러실 테지만, 저도 지극히 유감입니다.
글이 너무 길어진 건 미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