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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해를 먹고 있어요 ㅣ 미래그림책 28
에릭 거니 그림, 루스 선본 글, 주영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4년 3월
평점 :
절판
며칠 전 시끌시끌한 개기일식을 만났었다. 60여 년 만에 관측된 개기일식이었고, 다음 일식은 2035년에나 있다고.
미리 읽혀주었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아쉬운대로 일식을 보고 난 뒤 조카는 이 책을 만났다. 재밌고, 신나는 이야기와 함께.
바닥에 떨어진 옥수수알을 콕콕 쪼아먹고 있던 암탉은 점점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해서 고개를 들었다.
그런데 이럴 수가! 해가 딱 한 입 크기만큼 없어진 게 아닌가! 경악해버린 암탉!
깃털을 휘날리며 수탉에게 달려갔다.수탉은 울타리에 올라서서 목청껏 소리를 뽑고 있었다.
내일 해 뜰 때 소리를 제대로 내기 위해서.
하지만 암탉의 전갈에 수탉 역시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아까보다 해가 더 줄어들어 있었다. 내일은 해가 뜨지 않을 지도 모른다는 것!
너무 놀란 암탉과 수탉은 이번엔 오리에게로 달려갔다.
헤엄치느라 바빴던 오리. 오리 역시 줄어든 해를 보고 기절하기 직전까지 가버렸다.
다음 소식을 알릴 이는 진흙탕에서 쉬고 있는 돼지. 앞서 해가 사라지고 있는 것을 먼저 목격한 닭들과 오리가 알려준다.
내일은 해가 뜨지 않을 수 있고, 이제 무더위도 오지 않을 수 있고, 햇볕조차 내리 쬐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
염소에게 알려주기 위해서 달리는 동물 친구들. 몸이 무거운 돼지가 아무래도 처지고 있다.
발을 쿵쾅쿵쾅, 날개를 치면서, 허둥지둥, 깃털을 휘날리며, 푸드덕 푸덕, 쏜살같이 달려가는 친구들.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던 염소도 씹던 풀을 놓치는 순간! 아아, 해는 벌써 반이나 먹혀부렸다. 털푸덕!!
그러나 이 와중에도 태연자약한 이가 있었으니......
바로 거북 선생! 오래 살아서인가. 일식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달이 지구와 해 사이에 놓여서 해를 가리고 있을 뿐이라고, 금세 지나간다고 알려주었지만, 경험하지 못한 이들은 쉬이 믿지 못한다. 직접 목격하기 전에는. 도마만 의심이 많았던 것은 아니다.
해가 거의 사라지자 서로 부둥켜 안고 지구 종말(?)의 순간을 함께 할 뻔 했던 동물 친구들.
세상은 잠시 고요해지고, 잠시 덜 더웠을 것이다. 실제로 지난 주 일식 때 낮기온이 슬쩍 내려갔다는 뉴스 기사가 생각난다.
그리고 짜자잔!!!
아무도 해를 먹지 않았다는 게 밝혀진 순간! 만세 삼창 불러주셔도 되겠다.
이제 아무도 걱정하지 않는다. 내일은 내일의 해가 또 뜰 테니까.
이 태연늠름한 모습을 보시라.
우리가 관측할 수 있는 다음 일식은 2035년이란다. 그때엔 평양에서 개기일식을 볼 수 있다고. 다음 번 개기일식은 남북이 통일되어서,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평양에서 일식을 관측할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 그게 꿈이 아니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