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느끼는 대로 ㅣ 피터 레이놀즈 시리즈 1
피터 레이놀즈 글 그림, 엄혜숙 옮김 / 문학동네 / 2004년 9월
평점 :
레이먼은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다.
언제나, 무엇이나, 어디서나 그림을 그렸다.
하루는 꽃병을 그리고 있는 레이먼을 형 레온이 어깨 너머로 보고는 웃음을 터트렸다.
도대체 뭘 그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레이먼은 형의 비웃음이 머리에서 가시질 않아 뭐든 똑같이 그려 보려고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이제 안 하겠다고 붓을 꺾으려는 찰나!
여동생 마리솔이 레이먼이 구겨서 버린 종이를 집어 들고 후닥닥 도망치는 게 아닌가!
열 받은 레이먼이 동생 방까지 쫓아갔다. 그런데......
여동생의 방에는 그동안 레이먼이 구겨버린 그림들이 벽 가득 붙어 있는 게 아닌가!
이제 레이먼은 자신감이 붙어버렸다.
'똑같이' 그릴 필요가 없다는 걸 알아차린 것이다.
느끼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그리면 충분했던 것!
레이먼은 신나게 그림을 그렸다. 손 가는 대로 쓱쓱. 조금도 망설이지 않은 채!
느끼는 대로 그리는 건 아주 근사한 일이었다.
게다가 감정도 그릴 수 있다는 건 놀라운 일이었다.
레이먼은 이제 느낌을 담은 글도 쓸 수 있게 되었다.
시인이자 화가가 된 레이먼!
그러던 어느 날, 레이먼은 굉장한 느낌을 받았지만 어떤 글이나 그림으로도 붙잡을 수 없는 느낌을 가졌다.
그래서......
붙잡지 않기로 했다.
그저 그 느낌을 마음껏 즐기기로 한 것!
작가의 '점'을 무척 재밌고 인상적으로 읽었는데, 이 작품 역시 비슷한 주제를 갖고 있다.
아이들의 창의력을 훼손시키는 고정관념을 피하고, 느낌 가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그리고 쓰는 태도가 중요하다.
아이들은 그 자체로 시인이고 화가다. 또 이렇게, 그 느낌을 있는 그대로 즐기는 자세 역시 아름답다.
아이들뿐 아니라 모두에게 필요한 마음가짐인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