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19 - 국수 완전 정복
허영만 지음 / 김영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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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가지 국수에 자장면을 포함시킨 면 퍼레이드였다. 

첫 에피소드 바지락 칼국수 편에선 산에 미친 연인이 마지막 K2 등반에서 돌아오면 그토록 좋아하는 칼국수를 직접 해주기 위해 애쓰는 진수의 직장 동료 얘기가 나온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연인은 주검으로 돌아온다. 이 이야기는 작가의 실제 산악인 동료의 얘기를 섞은 것이라고 한다. 얼마 전 고미영 씨의 사고가 생각난다. 이번 한 번을 끝으로 이제 평범한 생활로 돌아가겠다고 외치고 갔던 사람인지라 그 '마지막'이 더 안쓰럽다.  

두번째 에피소드 잔치국수.  

만나기만 하면 음식 가지고 내기하고 우기고 악 쓰는 두 친구의 이야기다. 작가의 실제 지인이 이렇다고 하신다. 작년 봄에 일 때문에 누군가를 소개 받았는데, 소개시켜준 사람과 소개 받은 사람이 음식을 '회'가 우리 고유의 음식인가, 일본의 음식인가를 두고 설전을 벌이는 것을 보았다. 한 명은 확신을 갖고 있었고, 한 명은 자신의 지식을 근거로 반론을 폈다. 어느 쪽이 옳은지 모르겠는데 두 사람 모두 박학다식 잡학다식 하여서 끼어들 틈이 없었다. 자산어보까지 나오는 걸 보며 혀를 내두르고 말았을 뿐. 그러고 보니 그 후 결과를 모르겠다. 두 사람 모두 정말 지기 싫어서 덤볐다기보다 '재미삼아' 제 목소리에 힘을 준 것이니까.  

반지와 밴댕이 얘기가 나왔는데 우리가 흔히 밴댕이 속알딱지! 할 때의 밴댕이는 사실 '반지'라는 생선이고, '디포리'는 밴댕이란다. 사투리의 변형이 원래 명칭과 섞이고 와전되면서 이런 현상이 발생했다고 한다. 예전 에피소드에서도 정어리였던가 멸치였던가, 어떤 명칭 때문에 작가님이 크게 골치를 썩었던 것도 기억이 난다. 비슷한 경우라 하겠다. 

세번째 에피소드 올챙이 국수. 맛은 제일 없었다지만 재미는 제일이었다. 철없는 할아버지와 똑부러지고 야무진 손자의 하루 동안의 일탈이 주제였다. 정선 기차 여행에서 만난 올챙이 국수는 향수를 먹는 시간. 꼬마 손자에게는 추억할 향수가 없지만 말이다. 다른 건 몰라도 레일 바이크는 경험해 보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국수 맛은 별로...^^;;;; 

할아버지가 삼각김밥 포장 풀지 못해 애를 먹으셨는데 작가님 자신도 같은 경험을 하셨다 한다. 하긴, 울 큰언니도 여전히 삼각김밥 포장을 혼자 못 푼다..;;;;; 

네번째 막국수 편은 다양한 진행 방식이 눈에 띄었다. 처음엔 성찬의 차와 막국수에 미친 어느 차장수의 차가 서로 하소연하면서 시작한다. 그러다가 본의 아니네 대결은 성찬과 봉주의 막국수 만들기로 이어지니... 

오봉주가 본시 음흉한 놈이긴 하지만 음식가지고 장난은 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프로 정신은 보인다. 그래, 그 정도는 되어야 성찬의 적수가 되지! 

그리고 이 세상 모든 곡류의 가루와 전분은 검정색이 없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러니까 우리가 먹던 칡냉면의 색도 원래는 검은색이 아니라는 것. 막국수도 물론! 면에 장난을 쳤을 수도 있고 나름의 편법을 쓸 수도 있고, 허용된 범위 안에서 재주(?)를 부릴 수도 있단다. 여튼, 원래 색은 아니라는 게 포인트! 

다섯 번째 에피소드 '자장 3대'에선 화교의 애환이 진하게 묻어났다. 짬뽕을 먹지 않는 나는 중국집에서 음식을 시킬 때면 항상 자장면을 먹는데 자장 잘하는 집이 음식 맛있는 집이라는 사실에 절대로 동의한다.(물론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자장면 값이 물가의 표본일 때가 있었는데 성찬의 입을 빌어 시기별 자장면 값이 소개된다. 1975년엔 한 그릇이 140원, 80년엔 350원, 85년엔 600원, 90년엔 1000원, 95년에 2천원, 그리고 현재 4천원. 내가 기억하는 가장 저렴했던 자장면 값은 700원이었다. 그런데 거긴 특별히 쌌던 것이고 당시 일반적인 가격은 천원이었다. 근 20년 전 이야기다.^^ 

5종류의 면이 나왔는데 아무래도 내 취향엔 자장면이 제일 끌린다. 얼마 전에 먹은 볶짜면이 맛났는데 조만간 다시 먹어야겠다고 생각 중...  

아, 그런데 생각해 보니 오늘은 복날이구나!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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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9-07-24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번째 잔치국구-->잔치국수요 ㅋㅋ

근데요 마노아님. 저는 삼각김밥 포장을 벗기긴 벗기는데, 벗기기 전에 늘 조마조마해요. 잘 안벗겨지면 어떡하지? 하고 말이죠. 별것도 아닌걸로 소심하게 --;;

마노아 2009-07-24 13:09   좋아요 0 | URL
하핫, 지금 막 고치고 왔어요. 고마워요~
저도 삼각김밥 포장지 벗기는 기술(?)을 터득하기 전에는 긴장했답니다. 지금은 그게 별거 아니란 걸 알아차렸어요.(그런데 아주 가끔 실패하기는 해요.^^;;)

비로그인 2009-07-24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말엔 국수 삶아 먹어야겠습니다.

마노아 2009-07-25 00:17   좋아요 0 | URL
오, 나른한(?) 국수 한 사발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