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주위에서 로봇에게 수술을 받았다는 사람을 적잖게 찾아볼 수 있다. 과학소설에나 존재했던 수술로봇이 직접 환자에게 응용되고 있는 셈이다. 정밀한 수술이 가능하고, 사람이 손으로 수술하는 것 보다 경과가 좋아 인기가 높다고 한다.
사람 손을 대신해 예리한 메스를 잡아 암 덩어리를 잘라내고 정밀하게 실과 바늘로 찢어진 부위를 꿰매는 수술로봇. 흔히 ‘다빈치’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이 로봇은 1999년부터 보급되기 시작해 작년까지 세계적으로 946대가 팔려나갔다.
이 중 대부분인 870대는 미국 및 유럽의 병원에 설치돼 있으며, 아시아에 48대가 보급돼 있다. 일본에 6대가 도입되어 있고 중국은 11대, 그리고 우리나라에 20대가 있다. 한국이 아시아에선 가장 많은 수술로봇을 갖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에 수술로봇이 가장 처음 도입된 것은 2005년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으로 그해 7월 15일 첫 로봇 수술에 성공했다. 이후 2007년부터 국내 유수의 병원(서울대병원, 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한강성심병원, 고대병원, 부산 동아대병원 등)들이 앞 다퉈 다빈치를 도입하고 있다.
올해 6월, 아시아에선 두 번째로 ‘로봇 수술 트레이닝 센터’가 개장했다. 이곳은 로봇 수술 조작법을 배우는 곳으로 의사나 간호사들이 수료과정을 거쳐 정식 수료증을 받을 수 있다.
다빈치는 크게 두 개의 부분으로 구성돼 있는데, 팔과 몸통으로 구성돼 있는 로봇 카트(the robotic cart), 의사가 로봇을 조종하는데 쓰는 수술콘솔(the operating console)이 그것이다. 로봇카트와 수술콘솔은 전선으로 연결돼 있어 수술실 환경에 따라 어느 정도 거리가 떨어져 있어도 관계는 없다.
로봇 카트는 약 2m의 높이로 무게가 544㎏이나 나가는 꽤 거대한 물체다. 본체에는 4개의 팔이 붙어 있다. 가운데 있는 팔에는 환자의 몸속을 들여다보는데 사용하는 복강경(endoscopic stack) 카메라가 붙어 있고, 그 주위로 수술용 기구를 다루는 팔이 3개가 더 붙어 있다.
그렇다면 실제로 수술은 어떻게 하는 것일까? 다빈치는 의사의 손동작을 그대로 흉내 낼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양쪽 손의 엄지와 검지를 수술콘솔 안에 있는 골무에 끼우고 움직이면 로봇팔에 붙어있는 수술집게도 그대로 움직인다. 밑에 있는 발판을 밟고 팔을 앞, 뒤로 움직이면 로봇팔도 따라서 작동한다.
단지 사람 손처럼 자연스럽지 않아서 미세한 감각 같은 것을 느낄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손으로 환부를 꿰매던 실을 잡아 당겨보면 팽팽한 느낌을 단박에 알 수 있지만 다빈치로 수술할 때는 그런 것을 느낄 수 없다. 화면을 보면서 실이 당겨지는 화면을 보고 어림짐작을 할 뿐이다. 또한 수술 도중 환자를 움직이게 하려면 로봇팔을 환자의 몸속에서 꺼내야 하기 때문에 수술을 중단해야 한다.
이렇게 수술할 경우 수술을 받는 사람의 몸에는 4개~6개 정도의 구멍을 뚫어야 하지만 칼로 수술 하는 것 보다는 훨씬 상처가 적다. 로봇수술을 받으면 환자의 회복이 빨라지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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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빈치가 설치된 수술실 전경. 사진 제공 삼성서울병원> |
다빈치를 이용해 수술할 경우 가장 큰 이점은 환자의 몸속을 훤히 들여다 볼 수 있는, 압도적으로 넓은 수술시야이다. 3D 카메라로 환자의 몸속을 비춰 보여주니 입체화면처럼 멀리 있는 곳과 가까이 있는 곳을 구분할 수 있고, 수술하는 곳을 10배까지 확대해서 보는 것도 가능하다. 의사가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환자의 몸에 더 큰 상처를 내는 일이 없어진 것이다.
또 수술의사의 손이 떨려도 로봇 팔에는 떨림이 전달되지 않기 때문에 손이 다소 떨리는 사람도 정밀한 수술이 가능해 진다. 최신형 디지털 카메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손떨림 방지 장치가 설치돼 있기 때문이다.
현재 다빈치는 어떤 치료에 활용되고 있을까? 가장 우위를 자랑하는 것이 전립선암 수술이다. 전립선을 제거하는 경우 기존의 수술보다 부작용이 훨씬 적어서 근래에 미국에서 폭발적으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다빈치의 반 이상이 비뇨기과 수술용으로 판매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에 설치돼 있는 다빈치는 전립선 및 신장 수술과 같은 비뇨기과 수술이 대부분인 미국, 유럽과는 달리 다양한 질환에 적용되고 있다. 올해 4월까지 이 병원에서 시행된 총 2,314건의 로봇 수술 중 비뇨기과 수술은 971건이지만, 위암, 대장암, 갑상선암 수술을 중심으로 한 외과 수술은 1,147 건으로 오히려 더 많았다. 이 외에도 이비인후과, 흉부외과, 심장외과 영역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다빈치는 전립선암에 대해서는 이미 표준 치료로 인정되었으며, 신장암(부분신장절제술) 및 방광암도 곧 표준치료로 등록될 예정이다. 이것은 많은 수술건수를 통해 안정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또한 흉부외과와 이비인후과에서는 가슴뼈를 손상시키지 않는 장점이 있어 심장수술과 식도암수술 등에서 조금씩 사용되고 있다. 외과영역에서는 대장암(직장암) 등을 다빈치로 수술하는 사례가 많지만, 현재 자료를 축적하고 있는 과정이어서 아직 모든 의사의 동의를 얻지는 못하고 있다.
이러한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로봇수술이 정착되려면 한계가 많다. 우선 수술비용이 비싼데, 대략 1,000만원을 넘어간다. 독점적으로 다빈치를 공급하고 있는 제조회사에서 수술비용을 정하고 있기 때문에 병원에서 마음대로 가격을 낮출 수도 없는 실정이다.
영화나 소설처럼 로봇이 스스로 생각하고 치료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앞으로도 로봇은 당분간 외과의사를 위한 기구로 남을 것 같다. 그러나 로봇의 장점을 이용해 더 나은 치료방법을 발전시키려는데 그 의의가 있다. 곧 원격치료도 가능해진다니, 미국에 있는 환자가 아플 때 한국의사가 수술을 하는 것도 현실화 될 것으로 보인다. 먼 미래에는 사람보다 로봇 의사를 볼 때 더 안심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글 : 이진한 동아일보 의학전문기자
도움말 : 세브란스병원 로봇내시경수술센터 이강영, 나군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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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I NDSL(과학기술정보통합서비스) 지식링크
○관련 논문 정보
물리 엔진을 이용한 수술 로봇의 동작 범위 분석 시스템 개발 [바로가기]
실시간 OS 기반 복강경 수술 로봇의 위치 제어 성능 강화에 관한 연구 [바로가기]
복강경 수술로봇을 위한 실시간 운영체제 기반 제어 시스템의 개발 [바로가기]
○관련 특허 정보
수술도구 위치 설정용 다자유도 로봇(한국등록특허) [바로가기]
골내강 삽입형 고정장치를 이용한 골내강 수술로봇(한국등록특허) [바로가기]
원격 수술 로봇(한국공개특허) [바로가기]
○해외 동향분석 자료
日, 의료 로봇의 현황과 전망- 2009년 [바로가기]
말벌에서 영감을 얻은 뇌 구멍 뚫기 수술 로봇 - 2009년 [바로가기]
영국, 외과의사를 돕는 몸속 침투 로보트 - 2008년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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