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받은 아이들 웅진 푸른교실 3
황선미 지음, 김진이 그림 / 웅진주니어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황선미 작가의 작품에선 '소외된' 사람에 대한 깊은 배려가 눈에 띈다.  

 '초대받은 아이들'이란 제목 아래 표지에는 주인공 아이가 어두운 표정으로 뚱하니 서 있다. 주변의 아이들은 모두 초대장을 받아들고 실실 웃고 있지만 소년만 표정이 좋지 못한 것이 초대를 받지 못한 게 분명하다.  

작품을 열어보니 예상이 맞다.  

주인공 민서는 학급 반장 성모를 좋아해서 녀석을 6개월이나 그림으로 그려냈다. 지난 해에는 여학우 연지를 좋아해서 그림을 그렸지만 올해의 주인공은 성모다.  

성모의 생일이 다가왔고, 선물로 줄 그림도 꽉꽉 채워져 있는데 민서는 생일에 초대받지 못했다. 전학온 친구도 초대 받았고, 말썽부리는 녀석들도 당당히 그 대열에 합류했는데, 그 사이에 끼이지 못한 것이 섭섭하고 마음이 아프다.  

생일날 집에 돌아와 마음 상해 있던 민서는 가방에서 분홍 초대장을 발견한다. 초대한 사람의 이름은 없고 성모의 생일 파티가 열리는 분식집, 바로 그 시간으로 자기를 불러낸 것이다. 성모가 아이들에게 준 초대장과 다르게 생겼음을 알면서도, 한 가닥의 기대를 갖고서 분식집으로 향했던 민서. 저 샌님도 불렀냐는 아이들의 반응은 민서에게 커다란 상처가 되고 만다. 

과연, 민서를 생일 잔치 자리로 불러낸 이는 누굴까?  

생일 파티라고 하면 거창하지만 나도 초등학교 5학년 때 같은 반 친구 여섯을 생일날 집으로 초대한 일이 있다. 몰려 다니던 친구들이었는데, 그 친구들과는 사이가 별로 안 좋은 또 다른 내 친구가 나의 초대를 기다리다가 마음 상했던 적이 있다. 그때 당시 내 마음이 어땠는지 정확히 기억이 안 나는데, 초대한 녀석들의 눈치를 보느라 나와 놀고 싶어하던 그 친구의 마음을 저버렸을 것이다. 사실, 지금 내 곁에 남은 친구는 초대받지 못한 그 녀석 뿐인 것을. 정작 초대 받았던 아이들은 졸업 후 거의 만나지도 못했고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애들도 있다. 사실 이 사건도 난 기억하지 못했는데 나중에 친구가 그때 섭섭했노라고 말해줘서 알았다. 어찌나 미안하던지... 

고의로 그랬던 것이 아니라, 철이 없어서 그랬다. 나를 축하해주겠다는 고마운 마음을 가진 친구를 기꺼이 초대하는 게 예쁜 일이라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던 때. 그러고 보니 그때 언니였던가, 누구는 안 오니? 하고 물었던 것도 같다. 내가 만들어낸 기억인지 실기억인지 확신이 안 서지만. 

무튼, 이 책을 보면서 그때 기억이 난다. 민서는 초대받지 않고도 선물을 줄 수 있다는 것도 이제 배웠고, 선물은 그 선물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사람에게 줄 때 기쁨이 된다는 것도 알았다. 겉으로 보여지는 사람을 끄는 매력이 다가 아니란 것도 알아버렸다. 친구들이 자신을 샌님 취급하는 것이 뜨끔했지만, 그게 자기답다는 것도 알아차렸고, 그 자체로도 인정해줄 수 있는 친구도 있다는 걸 이제 알 것이다.  

앞서 말했던 내 친구는 큰 애가 초등학교 2학년이다. 학급에서 한 달에 한 번씩 생일 파티를 하는데, 그 달에 생일이 있는 아이의 엄마들이 모여서 학급 전체가 참여할 수 있는 생일 잔치를 준비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생일이 많은 달에는 부담이 줄고, 그렇지 않은 달에는 엄마 부담 백만 배라는 것.  

그런 분위기들이, 그런 풍토가 좀 못마땅하긴 했다. 이를 테면 소박하게 초코파이랑 요구르트 하나씩 돌리는 정도라면 모를까, 피자와 콜라를 돌리는 생일 파티는 곤란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 민서 생일 날 할머니가 챙겨주시는 수수팥떡과 식혜는 신선하다 못해 감격스러울 정도였다. 물론, 그 가치를 알아차리기엔 민서와 친구들이 너무 어리지만.  

워낙에 아파트 사는 아이들이 대부분이고, 그 아파트는 평수에 따라서 너무도 극명하게 생활수준의 차이를 반영해버린다. 그리고 그건 엄마뿐 아니라 아이들도 알고 있다. 아이의 친구가 집으로 놀러오고 싶다고 한다거나, 혹은 툭하면 놀러와 버리면 고민을 해야 하는 엄마들도 많다는 게 씁쓸했다.  

이 책은 몹시 재밌고 감동과 교훈을 함께 주지만, 또 한편으로 민서처럼 그림 그리는 재주도 없고, 다정한 엄마 아빠도 없는 아이들은 이런 생일날 얼마나 서러울까를 생각했다. 그 아픈 아이들이 생일 날만 서럽겠냐마는. 

글씨도 큼직하고 그림도 정겹고, 내용도 아이들이 소화할 수 있을 만큼 쉽고 재밌다. 초등 2.3.4학년을 위한 책으로 분류되어 있는데 저학년에서 고학년까지 두루 만족시킬 만하다. 물론, 나같은 어른들도.^^ 

덧글) 그때 초대하지 못했던 내 친구는 어느 해인가 두 해 연속 내 생일을 까먹고 지나가서 섭섭하게 만든 적이 있다. 그리고는 다른 친구의 생일 선물을 골라달라고 나한테 부탁하기도. 하핫, 그래도 잊어먹은 것보다 일부러 초대 안 한 게 더 나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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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09-07-04 0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민서를 생일 잔치 자리로 불러낸 이가 누군인지 무척이나 궁금해요!!
저한테만 살짝 알려 주시면 안 될까요? ㅋㅋㅋ
초등학교 4학년때 처음으로 친구들을 생일파티에 초대한 적이 있어요.
항상 따돌림 받는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도 초대를 했었지요.
왜 따돌림을 받았는지 그 때나 지금이나 잘 모르겠지만 제가 알고 있던 그 친구는 무척이나 순진하고 착했지요.
성인 때 한번 만나서 자장면을 사 먹었는데 친구가 울더군요. 고마웠다고 하면서...
그리곤 헤어졌는데... 그 친구집이 불이 나서 연락이 끊기고 말았어요.
미국오기 전에 찾다가 못 찾고, 친구들에게 한번 알아봐달라고 했지만 아는 친구들이 없네요.
어디에선가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을거라고 믿고 싶어요..

2009-07-04 11: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09-07-04 11:27   좋아요 0 | URL
때로 의도하지 않은 행동이 누군가에게는 큰 호의로 받아들여지기도 해요.
그게 그 사람에게 큰 위로가 되기도 하구요.
반대로 의도하지 않은 행동이 누군가를 상처 입히기도 하지요.
사람 사는 모습이 모두 그러네요.
친구분 소식을 못 듣게 되어서 아쉽겠어요.
정말 어디선가 건강히 잘 지냈으면 합니다.
추억 속의 예쁜 모습 기억하면서 말이에요...

2009-07-04 12: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7-04 15: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같은하늘 2009-07-06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찜하고 있었는데...
저도 얼마전 큰아이 생일잔치를 했는데 초대장을 못 받은 아이들 생각도 났지만
집에 반 전체를 초대하는건 무리라서 20명 정도만 초대했던 일이...
우리 아이가 초대받지 못하면 기분이 어떨지 생각해보니 씁쓸하네요...^^

마노아 2009-07-06 23:49   좋아요 0 | URL
20명도 준비하는 엄마 입장에선 엄청 많은 손님이지요.
아이를 생각하면 생일 파티도 근사하게 해주고 싶은 게 당연한 마음인데 소외되는 아이들이 밟히기도 하구요. 균형을 맞추는 게 참 어려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