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츄얼 그림동화 1
강경옥 지음 / 컨텐츠와이드 / 2005년 4월
평점 :
절판


버츄얼 그림 동화는 엠파스 웹툰 연재작이었나보다. 전혀 몰랐다. 내 컴퓨터의 메인인 네이버 웹툰도 최근 황미나 샘의 '보톡스' 때문에 들락거리게 되었고, 다른 것들은 전혀 보지 않으니까. 책으로 나오면 보자! 주의지만, 책으로 나온지도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절판 소식에 아뿔싸!를 외치게 되는 일도 있는 것이다. 이렇게 중고책으로 구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지만.  



수정 구슬을 가지고 영업을 하는 할머니가 계시다. 점집처럼 보이지만 점은 아니고 동화를 보여준다. 구슬 속에서 동화를 보게 되는데, 일명 동화 가상 체험이랄까. 그런데 오는 사람들마다 사실은 자기 이야기가 담긴 동화를 만난다. 모두 그림 동화에서 나오는 것들인데(딱 하나 빼고!) 실제로도 그 동화들은 '잔혹 동화'라고 부르는 게 더 어울리듯 잔인한 구석들이 있었다. 우리 인식처럼 동화니까 말랑말랑하고 예쁘고 무조건 해피엔딩!은 아닌 것이다.  

헤어진 남자친구가 결혼을 하게 되었는데, 사실 진짜 신부는 나라는 소리를 듣고 싶었던 그녀가 들여다 본 '사랑하는 롤란트', 부모 성화에 조건 맞는 남자와 결혼을 하게 되었는데 뭔가 꺼림칙해서 자꾸 망설였던 그녀가 그 남자의 진짜 정체를 알아내고서 적극적으로 제 앞날에 관여했던 이야기에는 '도둑 신랑'이, 남편과의 결혼 실패 후 애지중지하고 키웠던 딸애가 학교도 마치기 전에 임신부터 해서 결혼을 일찍 하려고 서두르는 통에 연 끊고 살던 엄마에게는 '라푼첼'의 그 마녀가 투영되어 있었다. 다른 이야기들도 모두 공감이 갔지만, 특히 자식을 소유물처럼 취급하고, 거기에 지나치게 집착했던 엄마의 모습이 라푼첼과 너무 맞아 떨어져서 감탄했다. 그런 집들... 많을 것이다.  

1편 끝에는 작가가 어릴 적 읽었던 '게으름뱅이의 천국'을 작가의 기억에 의존해서 재구성을 했는데, 알고 보니 그림 형제가 아니라 다른 작가의 작품이었단다. 베히슈타인이 원작인데 검색을 해보니 동화집 세권이 모두 절판이다. 확실히 어릴 적에 이것저것 많이 읽어두면 그것이 기억 속에 남아 오래오래 재생되는 듯하다. 지금은 읽고 나서 돌아서면 잊어버리기 너무 쉬운지라...;;; 

게으름뱅이의 나라에선 일하지 않아도 되고 먹을 것 천지며, 돈도 거저 생기는, 뭔가 게으름을 피우면 오히려 돈이 생기는 그런 나라. 돈의 가치도 우리 돈의 약 1/1000 정도(이건 참 맘에 들더라!). 그런데 그 나라에 가려면 죽으로 둘러싼 산을 다 먹어야 한다나 뭐라나.^^ 

2편은 좀 더 잔혹 동화의 색채가 나타났다. 남편의 전처 소생 아이를 미워서 죽여버린 여자의 비극적인 체후를 보여준 노간주 나무, 나약함을 핑계 삼아 여자의 순정을 짓밟았던 그 찌질이 남자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까마귀', 그리고 끝을 알면서도 섶을 지고 불 속으로 뛰어든 '너덜네의 새'는 우리가 '푸른 수염 사내'로 익히 알고 있는 그 스토리였다. 작품 속 가상 체험자는 동화의 끝을 보지 않는다. 그러나 알고 있을 것이다. 푸른 수염의 사내가 어떤 종말을 맞았는지.   



책이 무섭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좀 긴장을 하고 봤는데, 내가 생각했던 그런 공포는 아니었다.(내가 상상한 건 공포 영화의 '잔상'같은 거였다.) 다만 이것도 인간의 이야기라는 것. 잔혹해 보이는 이야기지만 사실은 현실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역시 이렇게 엮어낸 작가의 솜씨에 감탄하게 된다.  

동화 가상 체험이라니, 정말 매력적인 소재가 아닌가. 나에게 그런 기회가 온다면 어떤 동화속 여행을 하고 싶을까? 지금 번쩍 떠오른 작가는 데이비드 위스너다. 그의 작품으로 들어가면 하늘을 나는 돼지나 하늘을 나는 채소, 하늘을 날아가는 구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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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tty 2009-06-28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슨 책인가 했더니 강경옥 샘 작품이네요. 무섭다니 저는 보기 힘들 듯...ㅠㅠ
그나저나 마노아님 서재 레이아웃이 이상해요. 옆의 메뉴가 저 아래 내려가있네요.
알라단의 오류인가봐요? ㅠㅠ

마노아 2009-06-28 16:35   좋아요 0 | URL
왜 어른을 위한 그림동화나 안데르센 동화를 보아도 실제 동화 이야기가 좀 잔인한 구석이 있잖아요. 그걸 표현해 주어서 좀 괴기스럽긴 해요. 그래도 공포영화 못 보는 제가 안 무섭게 보았으니 키티님도 문제 없으실 겁니다.^^
레이아웃이 깨졌나요? 해상도가 낮으면 깨지기도 하던데 키티님 전에는 안 그랬죠? 왜 그럴까요...;;;;

무스탕 2009-06-28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경옥님 책은 하여간 평범하지 않아요..
전 동화책은 아니고 경옥샘의 '라비햄 폴리스'를 체험해 보고 싶어요 ^^

제가 보기엔 레이아웃 괜찮아 보여요..

마노아 2009-06-28 18:37   좋아요 0 | URL
그치요? 감각이 좀 남달라요.
아, 라비헴 폴리스라니... 그럼 달 왕복선을 타는 건가요? 환상이에요! ^^
레이아웃 정상으로 보인다니 다행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