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꺄아악!! 너무 귀여워!!”
몽실몽실한 엉덩이를 흔들며 귀엽게 뛰어다니는 하얀 말티즈 강아지를 본 태연은 경악에 가까운 환호성을 질러댄다. 몇 년을 조르고 졸라 드디어 집에서 강아지를 키울 수 있게 된 것이다.
몽실몽실한 엉덩이 때문에 몽몽이란 이름이 붙은 강아지는 아직 어려 대소변을 못 가리기 때문에 태연이 직접 걸레를 들고 뒤를 쫓아다니며 집안을 청소하기 바빴다. 강아지가 할짝할짝 우유를 먹고 있으면 자신도 옆에서 우유를 마시고 강아지가 트림해야 된다며 어르고 달래는 모습은 영락없는 몽몽이 누나였다. 불과 3일 전에는 말이다.
태연의 환호성은 3일 만에 투정으로 바뀌었다.
“아빠, 얘 바보에요. TV에서 보면 앉아, 일어나 같은 명령은 기본이고 주인 심부름까지 하는 개들이 수두룩한데 몽몽이는 제가 이름을 불러도 모른다니까요. 이것 보세요. 몽몽아!”
태연이가 부르자 강아지는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다른 곳으로 휙 가버린다.
“하하~ 우리 태연이가 몽몽이랑 얘기를 하고 싶은 거로구나. 조금만 기다리렴. BMI 기술 덕분에 이제 머지않아 애완견과 대화를 나누는 시대가 시작될 테니까 말야.”
“어머, 그게 무슨 기술인데요?”
“브레인 머신 인터페이스(Brain Machine Interface, BMI)라고 불리는 기술인데 쉽게 말하자면 뇌에서 발생하는 전기신호로 컴퓨터나 기계를 작동시키는 기술이란다. 예를 들어 뇌가 팔 다리에 지시를 해서 TV를 켜도록 하는 게 아니라 TV가 켜지도록 직접 명령을 내려서 켜는 거지.”
“와, 몸을 안 움직여도 생각만 하면 기계를 움직일 수 있는 거에요?”
“그렇지. BMI 기술이 가장 먼저 도입되고 있는 분야는 의학이란다.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장애인들이 생각만으로 기계를 조작할 수 있도록 해주는 거지. 생각으로 컴퓨터 키보드를 조작하는 뇌파타자기는 벌써 시제품이 출시돼 있는 상태야.”
“키보드가 필요 없어지겠네요.”
“또 얼마 전 일본에서는 뇌파를 감지할 수 있는 특수 헬멧을 쓰고 로봇을 직접 조종하는 기술도 개발됐단다. 장애인들이 생각만으로 로봇도우미를 활용할 수 있게 된 거지.”
“정말요? 그럼 전신마비 환자의 팔이나 다리에 기계를 붙여놓고 그걸 뇌파로 조종하면 환자가 기계에 의지해서 자유롭게 걷거나 팔을 사용하는 것도 가능해 지는 거에요?”
“우리 태연이가 정말 응용력과 상상력이 좋구나. 물론 언젠가는 가능해질 거야.”
이때 통통거리며 뛰어와 태연에게 안기는 몽몽이.
“아참, 깜빡했다. 그럼 BMI 기술로 몽몽이랑 어떻게 대화할 수 있는 건데요?”
|
<말하는 강아지 맥스. 요크셔테리어 종 수컷 강아지로 ‘뇌-기계 인터페이스(BMI)’장치를 통해
사람과 대화할 수 있다. 동아사이언스 자료사진> |
“참, 몽몽이 얘기를 하고 있었지. 말은 못하지만 강아지도 주인이 어떤 질문을 하면 특정한 뇌파를 내보낸단다. 강아지 뇌에 BMI 장치를 이식하면 그 뇌파를 컴퓨터가 분석해 음성으로 만들 수 있지.”
“에이. 거짓말. 그건 응용력과 상상력을 너무 발휘하신 것 같은데요.”
“아냐. 실제로 작년 말 한림대 의대 신형철 교수 연구팀은 닥스훈트종 강아지 ‘아라’와 대화를 나누는데 이미 성공을 했단다. ‘이름이 뭐니?’ 하고 물으면 ‘아라입니다’라고 대답하는 것은 물론 좋고 싫은 기분도 다 표현하고 심지어 뇌파로 TV를 켜는 것까지 성공했지. 아라에 이어 ‘맥스’라는 강아지도 BMI장치를 이식해 사람과 대화가 가능해 졌어. 언젠가는 애완동물과 사람이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는 진짜 친구가 되는 날도 오지 않을까 싶단다.”
몽몽이를 쳐다보는 태연. 몽몽이의 까만 눈망울이 초롱초롱하다.
“몽몽이랑 대화를 하고 싶다면 지금 당장 몽몽이를 데리고 신 교수님을 찾아가자. 몽몽이를 수술대에 꽉꽉 묶어두고, 마취주사를 놓고, 수술해서 뇌에다가 컴퓨터칩을 심으면, 몽몽이랑 대화를….”
“씨잉~. 아빠 미워! 몽몽이는 수술 안 해! 아직 어려서 말을 모르는 거야. 그렇지 몽몽아? 도망가!”
태연이는 몽몽이와 함께 방으로 도망간 뒤 방문을 닫아버렸다.
글 : 심우 과학칼럼니스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