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밀리 비룡소 세계의 옛이야기 22
모리스 샌닥 그림, 그림 형제 지음, 랄프 만하임 엮음, 김경미 옮김 / 비룡소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내 보관함 속에 오래도록 자리하고 있던 책이다. 아마도 '모리스 샌닥'의 책이어서 담아둔 것이었을 게다.  

그림 형제 중 동생 빌헬름 그림의 작품이다. 작품이 쓰이고 나서 한참 동안 알려져 있지 않다가 뒤늦게 발견되었다고 한다. '밀리'라는 소녀에게 보낸 편지의 형태로. 그게 아마 그림책 첫 장에 나오는 편지 글이 아닐까 싶다.  



엄마에게는 작은 집과 그 집에 딸린 작은 마당이 재산의 전부였다. 자녀들을 모두 잃고 남은 아이는 어린 밀리 하나 뿐. 그런데 바깥 세상이 시끄럽다. 아무래도 전쟁이 일어난 듯하다. 당황한 엄마. 어떻게 해야 아이를 살릴 수 있을지 고민한다. 함께 도망칠 생각을 왜 못했을까. 엄마는 밀리에게 주일에 받은 빵 한조각을 주며 숲으로 들어가라고 당부한다. 



사흘만 버티었다가 돌아오라고. 돌아오는 길에 신의 가호가 있을 거라고 안심시켜주는 엄마. 

엄마의 뒤쪽으로 날개 달린 작은 아이는 밀리의 수호 천사다. 아마도 밀리와 엄마에게는 지금 보이지 않는 듯하다. 

밀리는 정처 없이 걸었다. 숲길을 걷다가 발견한 외딴 집 한 채. 그 집에는 노인 한 분이 계셨다.  



나무 뿌리로 저녁을 해 오라고 주문한 할아버지. 밀리는 정성껏 저녁을 만들었다. 자신의 유일한 식량인 빵을 써가면서.  



할아버지는 하나 밖에 없는 침대를 어린 밀리에게 내주었다. 릴리는 거절했지만 할아버지 역시 거절했다.  

꼬장꼬장한 노인네가 아닐까 걱정했는데 친절한 할아버지셨다.  

우리의 옛 이야기 속에는 이럴 때 마주치는 사람은 '신선'이기 쉬웠는데, 이 작품은 서양의 정서를 갖고 있기 때문에 신선일 리는 없고, 할아버지는 성 요셉이다. 그러니까 예수님의 아버지 그 요셉(목수시군요!) 



다음 날 할아버지는 나무뿌리를 더 캐오라고 밀리를 내보냈다. 숲에서 자신과 똑같이 생긴 소녀를 만난 밀리. 똑같이 생겼지만 더 예쁘다고 생각하는 밀리.^^ 

소녀는 사실 밀리를 지켜주는 수호천사다. 그림으로 보면 예쁜데, 만약 살다가 자기와 똑같이 생긴 사람을 만나게 되면 기분이 어떨까? 아, 시즌이 시즌인 만큼 공포스런 느낌이 먼저 떠오른다. 그게 아이이든 어른이든 말이다. 



사흘이 지나서 집으로 돌아가던 날, 할아버지가 주신 꽃 한 송이. 의미심장한 상징이 되어줄 꽃이다.  

즐겁고 기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간 밀리.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일까.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밀리가 기억하는 그 길이 아니었다. 달라도 너무 달라져 있었다.  

그리고 집만 달라진 게 아니었다. 보고 싶었던 엄마 역시 이렇게 달라져 있었다. 



밀리가 사흘을 보내고 돌아온 사이, 인간 세상의 시간은 무려 30년이 지나 있었다. 돌아오지 않는 밀리를 죽었다고 여기면서도 살아있을 거란 희망 한 조각을 놓치지 못하고 버텨온 가엾은 엄마. 우리의 옛 이야기에도 신선 세상에서 바둑 한 판 두다가 나뭇잎이 세 장 떨어졌는데 그 사이 300년이 지났더라는 이야기가 있지 않던가.  

엄마는 그토록 소망하던 아이의 얼굴을 다시 한 번 볼 수 있었다. 서로를 끌어안고 행복하게 잠들 수 있었던 두 사람.  

두 사람의 품에서 활짝 핀 빨간 장미.  

사람들이 이들 모녀를 발견했을 때 밀리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아이의 모습이었을까, 아니면 30년의 시간이 흘러가버린 모습이었을까.  

익살맞은 그림으로 익숙한 모리스 샌닥의 그림을 이렇게 진지한 이야기로 만나니 조금 어색하다. 부러 그렇게 그렸는지 모르겠지만 얼굴에 비해서 몸의 길이가 너무 짧아서 썩 예쁘게 보이지는 않았다. SD도 아니고 어정쩡한 비례랄까. 

원래 서양 전래 동화들의 진면목을 살펴보면 좀 잔인하거나 으시시한 구석들이 많이 보였는데, 이 작품도 좀 그런 편이다. 뭔가 안쓰럽고 몽환적인 느낌이라고 말하기에는 오스스 소름이 돋는 느낌. 아마도 엄마의 기다림의 시간이 안타깝고, 아이가 모르고 지나친 그 시간이 아깝단 생각이 들어서일 게다. 지극히 인간적인 계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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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하늘 2009-06-16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이 보기에는 그림이 약간 어두워보이는데... 당부하는 엄마의 표정도 그렇고...
나이들어 버린 엄마의 모습도 안되보이고... 현실로 돌아온 밀리는 어떤 모습이었을지 정말 궁금해지는걸요...^^

마노아 2009-06-16 23:06   좋아요 0 | URL
일부러 그렇게 그린 것인지, 오래된 서양 미술을 보는 것 같지 않나요?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오래된 탓에 자글자글 갈라져서 떨어져 나갈 것 같은 유화를 보는 느낌이었어요.

순오기 2009-06-16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리스 샌닥~~ 앤서니 브라운이 진정한 그림책의 시초라고 말하더군요.^^
마지막 사진 아래 '바둑'이 '바닥'이라고 돼 있어요.ㅋㅋ

마노아 2009-06-17 01:52   좋아요 0 | URL
그래도 전 그림은 앤서니 브라운이 더 좋아요. 앤서니 브라운보다 데이비드 위스너가 더 좋구요~
바닥 고쳤어요. 냐하하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