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재판 웅진 세계그림책 65
다케다즈 미노루 지음, 아베 히로시 그림, 고향옥 옮김 / 웅진주니어 / 200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투박하고 거칠기 이루 말할 데가 없지만 어쩐지 친숙한 그림이었다. 작가 이름을 살펴 보니 '폭풍우 치는 밤에'를 그린 아베 히로시가 그림을 담당했다. 그래서 그렇게 낯설지 않았구나...^^ 

작품의 배경은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초원이다. 코비에라는 커다란 바위 언덕에는 무화과나무가 한 그루 서 있는데 하늘을 찌를듯이 높다랗게 뻗어 있다. 이곳은 초원의 동물들이 가장 좋아하는 곳이기도 하다.  



원색만 썼고, 그림도 투박 그 자체건만 정겹기 그지 없다. 뭐, 편애 모드다! 

무화과나무가 내려다보는 그 초원에서 무수한 동물들이 쫓고 쫓기며 살아간다. 초원의 적자생존 법칙에 의해서. 

단순히 '적자생존'이라고만 말하면 약자 입장에서 너무 억울하게 들리는데, 동물들의 세계에는 또 다른 질서가 있다.  

엄마 누를 사자에게 잡아 먹힌 아기 누가 사자를 고소하면서 무화과 나무 앞에서 동물들은 재판을 열었다. 피고와 원고 증인까지 두루 갖춘 정식 재판이다. 



엄마를 잃은 아기 누를 비롯해서 사자에게 가족을 잃은 짐승들이 모두 사자를 규탄했다.  

재판관은 사자의 입장을 물었다. 사자는 그 누가 죽여달라고, 먹어달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아기 누의 입장에선 눈에서 불이 튀어나올 지경. 대체 사자는 어쩌다 이렇게 뻔뻔한 말을 하는 것일까? 

독수리가 대신 대답했다. 사자는 느림보다 약한 놈만 잡아 먹었다고. 

동물들은 사자 때문에 자기네 개체 수가 늘지 않는다고 지적했는데, 바로 그 점이 사자를 제대로 변호해주는 증언이 되어버린다.  

수가 늘지 않으니 굶어죽지 않고 다 같이 살 수 있다는 것! 

몽골의 양치기 노인도 증언했다. 자신들의 가장 큰 적인 늑대 소굴을 발견하면 모조리 죽이지만 일부러 새끼 늑대는 한 마리 남겨둔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양들에게 병이 퍼지면 늑대로 하여금 병든 양을 잡아 먹게 해서 더 이상 병이 퍼지지 않게 방지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늑대가 오히려 양들을 보호해 주는 셈! 

동물들은 그 자연의 법칙을 제대로 이해했다. 사자가 동물들을 잡아 먹지 않으면 개체 수가 너무 늘어나 먹이 전쟁이 벌어질 것이고, 질병이 퍼질 때도 속수무책으로 당해야 하는 것이다.  

재판관은 이제 더없이 현명한 판결을 내린다.  

"사자가 엄마 누를 죽인 것은 무죄입니다. 다만...... 모두들 엄마 잃은 아기 누를 위로해 주시기 바랍니다." 

솔로몬의 재판보다 현명한 답이 아닐 수가 없다. 만약 자본주의에도 이런 온정이 있다면, 이런 양심이 있다면 우리 사는 모습처럼 이렇게 살벌하진 않을 거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처음엔 '질서'를 지키는 것처럼 보이지만 지금과 같은 속도와 행태라면 공멸을 불러일으킬 것만 같은 공포감... 

초원의 동물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사자가 누를 쫓아 달리겠지만, 그래서 동물들은 사자의 사냥을 무서워하겠지만, 또 그 덕분에 자연스런 흐름으로 살아갈 것이다. 인간이 개입하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그런데 아프리카에 몽골 양치기는 어떻게 등장했을까? 일부러 아프리카 양치기가 아니라 몽골 초원의 양치기를 부른 것일까? 

그리고 '누'는 대체 어떤 짐승일까?  검색해 보니 '영양'인가 보다. 그림이 좀 어지러워서 못 알아봤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같이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더불어 소개한다. 정성훈 작가의 '사자가 작아졌어' 

눈물 찔끔 나오게 했던 감동과 여운을 주었더랬다. 이 책의 감탄과 함께 즐거움을 선사해 줄 것이다.  



저 굵고 무성한 가지와 잎사귀들. 실제로 무화과나무는 이렇게 풍성한 나무일까? 성경의 한 구절이 좀 이해가 될 것도 같고...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네꼬 2009-06-16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 그래요, 나도 아베히로시라면 기꺼이 편애모드. 근데 꼭 편애 아니더라도 나는 좋기만 한걸! 이 책 재밌겠네요. 나 보관함에 담았어요.

마노아 2009-06-16 10:49   좋아요 0 | URL
재밌고 의미있는 책이에요. 네꼬님도 기꺼이 편애하실 거예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