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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워 오브 라이프 4 - 완결
요시나가 후미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그리움이 많은 고교 시절에
무지개를 보듯 내일을 본다
이리저리 열린 여러 갈래길
우리들은 이제 어디로 갈까
물을 담아두면 물단지
꿀을 담아두면 꿀단지
우리들은 꿈단지 꿈을 담아라~
...
아마 대충 이런 가사였을 것이다. 어릴 적에 이 노래에 맞춰서 쎄쎄쎄~를 하고 놀았다. 아마도 청소년 드라마의 주제곡이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드라마까지는 기억하지 못한다. 내가 봤었는지도 불확실하다. 무척 오래되었을 테니까.
아무튼, 오랜만에 그 노래가 떠올랐다. 바로 이 작품을 읽으면서.
백혈병을 앓었던 하루타로는 1년을 쉬고서 고교로 복귀했고, 새로이 열정적으로 더 적극적으로 즐겁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친구들과 만화 동아리를 만들어서 연극도 하고, 동인지도 팔고, 이제는 프로 만화가 데뷔에까지 도전하는 중이다. 그 과정에서 오고 가는 친구들과의 교감은 거창하지도 않고 소소하고 소박함 그 자체인데, 그래서 더 설득력이 있다. 딱 우리가 겪었을 법한 그 과정과 에피소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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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등장한 하루타로의 엄마. 해외에서 근무하시다가 휴가를 맞아 집에 오셨다. 집안의 태양이자 독재자이자 대장 노릇을 하는 씩씩한 그 엄마가, 사실은 얼마든지 무너질 수 있는 눈물 많은 약한 사람이라는 것이 뒤에 밝혀지는데, 오히려 가장 병약하고 나이도 어리고 여렸던 소년 하루타로가 심지 굳게 일어서는 모습이 대견했다. 그렇게, 아이는 소년에서 청년으로 성장해 가고 있었던 것이다.
여러 캐릭터 중에서 가장 독특하고 깨고, 또 카리스마를 풀풀 풍겼던 것은 오타쿠 중의 오타쿠 마지마. 심지어 담임 교사랑 사랑에 빠지기도....;;;;;
거의 전과목 낙제점을 받은 가운데 애인인 담임 샘 과목만 평균치 이상을 해냈다고 뻐기는 저 모습이라니, 거기에 또 감동 받은 담임 교사...ㅎㅎㅎ
몇몇 설정들은 확실히 일본이기 때문에 가능한 내용도 있지만, 대체로 무난하게 소화가 된다.
잔뜩 어른인 채하지만 사실은 보호 받고 싶어하고 세상과 부딪히는 것에 경기 일으키는 수준의 누나 사쿠라.
자신의 고통과 두려움이 눈앞의 어린 동생에게 엉뚱하게 분출되던 장면이다. 그것도 오래오래 간직했던 비밀을 무너뜨리면서 말이다.
어른스럽지도 못하고, 누나답지도 못하고 배려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처사였지만, 그렇게 되기까지는 부모의 무책임한 회피가 이미 원인이 되었으니 일방적으로 나무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백혈병이 완치되었다고 믿었던 아이에게 재생 가능성이 10%나 된다는 얘기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일 수밖에 없다.
하필이면 이어서 공부하던 그의 눈에 띈 이 문장...
![](http://image.aladin.co.kr/Community/mypaper/pimg_787603133461464.jpg)
flower of life
한창 때, 전성기... 눈부시게 아름다운, 꽃다운 시절.
그게 누군가에겐 고교시절이 될 수도 있고, 대학시절일 수도 있고, 연애 시절, 육아 시절..., 그리고 황혼기까지 다양하게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이 책의 주인공들에겐 고교시절이겠지만, 사실 그 시절은 누구나에게 '바로 지금 이 순간'이 되어야 가장 행복할 것이다. 그 사실을 본인이 인지하고 있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
작품은 코믹하게 시작했지만 진지한 감동과 풋풋한 웃음을 같이 선물해주고 마쳤다. 짧고 굵게!
그리고 그게 요시나가 후미 작가의 장점이자 특기이기도 하다. 어떤 작품을 해도 최소 중간 이상은 가며, 다양한 소재와 접근 방식으로 독자들을 놀래키고 있다. 평소 다채로운(!) 야오이 물로 그녀의 작품에 거부반응이 있었던 독자라도 이 작품이라면 가볍고 신선하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고등학교 시절은 이제 정말 추억처럼 오래된 기억이지만, 기분 좋게 그 시절을 상기시킬 수 있을 것이다. 우리들의 꽃다운 시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