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즈음에 둘째 언니한테 전화를 했는데, 신호가 가다가 뚝 끊겼다. 다시 걸어보니 전화기가 꺼져 있다.
하도 놀랄 일이 많았던 시간을 보낸지라 밧데리가 나갔다는 생각을 못하고 무슨 일이 생긴 줄 알았다.
부랴부랴 아파트 가보니 아무도 없다.
형부한테 전화해 보니 장보고 있었다.
그냥 밧데리가 나간 거였다. 후우... 

언니네 아파트는 오래 되어서 한 층의 높이가 기껏해야 2.5m가 되지 않는 천장이다.
6층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며 이만큼이 15미터인가 가늠해 보았다.  

얼마나 높이에서 떨어진 것일까. 아찔하고 무섭고, 그래서 더 아팠다. 

네이버 메일 쓰는데 좀전에 퍼스나콘 선물이 왔다는 메시지가 떴다. 




갖고 있던 해피빈 빼고 다섯 개였는데, 보낸 사람이 낯선 이름이었다.
그래서 고맙게 받겠다고, 잘 쓰겠다고 정중히 인사를 하고 설정을 했는데,
왠지 느낌이 이상한 거다.

그래서 다시 검색해 보니까, 보낸 사람이 울 언니..;;;;;
네이버 블로그 닉네임을 몰랐다.
존댓말로 정중하게 인사했는데 급 무안해짐.

어쨌거나, 검은 리본 달아봤다. 삼베가 우리 식이니 삼베 달자는 말도 하는데, 일단 없고...;;;
전통식이든, 서양식이든 애도하는 마음은 같으니 검은 리본으로 가야겠다. 
뭐, 알라딘에선 퍼스나콘 상관 없는 거지만. 

마음은 덕수궁 언저리를 도는데, 먹고 살겠다고 원고 붙들고 앉아 있다.
진도는 잘 안 나가고,
먹먹하고 막막하고 미안하다. 
 



저 웃음이, 이렇게 아파질 줄 어떻게 알았겠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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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09-05-25 0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오늘 진도 하나도 안 나갔습니다. 그냥 계속 인터넷 뒤적이면서 심란한 마음을 달래고 있습니다.
내일은 덕수궁 분향소에라도 다녀와야겠습니다. 생전에 비판만 했던 것이 너무 미안할 뿐입니다.
그냥 낙향한 전직대통령으로 소박하게 살도록 두었으면 안되는건지. 꼭 그래야 했는지. 꼭 그렇게 괴롭혀서 사람을 돌바닥에 내동이쳐야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되고..막막할 뿐입니다.

마노아 2009-05-25 12:14   좋아요 0 | URL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애도하고 있다는 것을, 정말 기막혀서 슬퍼한다는 것을 알고 계실까요.
생전에 이렇게 사랑 받았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마음이에요.
출근하고 일할 때 잠깐 생각에서 빠져나오고, 다시금 혼자의 시간이 돌아오면 온통 대통령님 생각뿐이에요.
슬픔이 무뎌질 때까진 감수해야 할 우리 몫이네요...

Kitty 2009-05-25 0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오늘 진도 하나도 안 나갔습니다. (2)
자꾸 기사만 보고 있어서 인터넷 안되는 카페라도 가려구요. ㅠㅠ
참 심란합니다.

마노아 2009-05-25 12:16   좋아요 0 | URL
한국에선 어딜 가도 도망칠 수 없어요. 눈에 안 보여도 어른거리니 우짭니까.
잠들 때도 눈물 나고, 일어나도 눈물나고 그러네요. 어휴..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