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재처럼 살아요 - 효재 에세이
이효재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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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나다고 구박 들으며 자라도, 나는 '엄마, 영혼이 다른데 나한테 함부로 하지 마세요' 하고 말하며 기죽지 않았다.
기는 누구 때문에 죽어지는 게 아니다.
우리집에 오는 아이들이 나를 좋아하는 건
나는 아이들 기를 살려주기 때문이다.
그래, 너 끝까지 싸워서 엄마 이겨.
너 하고 싶은대로 다 해.
이러니 아이들은 좋아한다.-22쪽

우리가 말로 남을 기죽이지
않으면 그 자체가 지구 평화다.
'왜 그랬는데?'가 아니라
'그랬니? 어머, 잘 했다'
진심으로 말해주는 것.-25쪽

선물이란 가볍게 즐거운 정도면 된다. 마음이 묻어와서 기쁜 정도면 참 좋다. 그게 벅차면 미안하고 갚아야 하는 마음이 든다. 우리는 '저 사람이 나에게 뭘 주었지' 기억했다가 다음에 갚는 선물을 한다. 우리 일상이 선물을 저울에 단다.-63쪽

나의 선물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생일, 기념일, 밸런타인데이 같은 때가 아니라,
일생을 두고 하기 때문이다.
그 사람은 그게 선물인 걸 모른다.
세월이 흘러 흘러 알겠지.
우리 현실은 기념일을 챙기는 것이 선물이다.
그런데 나는 기념일을 챙기지 않는다.
안부 전화도 하지 않는다.
서로를 느끼는 건 전화기를 붙들고 있을 때가 아니라
각자 혼자 있을 때이다.
친구가 나를 느끼고 내가 친구를 느끼는
빈 시간을 선물하는 것.
안부 전화 안 하고 기념일 안 챙기지만,
챙기지 않아 남는 그 시간이 얼마나 큰 선물인지 알게 되는 건
세월이겠지.-88쪽

이대째 한복집을 하면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는 것이 무엇일까, 궁리하게 되었다.
그 오랜 세월, 내가 본 그 속에서 무엇이 있을 거야.
그 무엇이 뭘까 고민하다,
이거야!
골라낸 게 '보자기'다.
일단 발음이 '보자기' 받침이 없으니 세계인 누구나 발음하기 좋다.
우리네도 속이 얽혀 있을 때 "풀어, 풀어" "덮고 가, 덮고 가"
가난한 집 며느리 들여오면 "싸들여왔다" "싸안아줘" "보듬어"
말하듯, 우리 생활 곳곳에 보자기가 스며들어 있다.
'복'이라는 말도 풀고 보면 '보자기'가 된다.-1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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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9-05-20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88족 밑줄 좋네요.

마노아 2009-05-20 12:42   좋아요 0 | URL
독특한 삶을 살고 계시더라구요, 이 분...

후애(厚愛) 2009-05-20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세이 글들이 참 좋아요.
예전에 에세이 많이 읽었는데 이제는 읽을 기회도 없네요ㅠㅠ


마노아 2009-05-20 13:39   좋아요 0 | URL
저는 에세이를 별로 안 좋아하는데, 사진이 많거나 그림이 들어가 있으면 좀 보기도 해요.
이 책은 사진이 마음에 들었답니다.^^

노이에자이트 2009-05-20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임창동 씨 부인이죠? 독특한 남자랑 부부로 사는 게 힘들텐데...이효재 씨보다 임창동 씨가 더 독특하지요.

마노아 2009-05-20 22:39   좋아요 0 | URL
남편에 관한 얘기가 잠깐 나오는데 경악 수준이던걸요. 그걸 맞추고 사는 이효재씨도 평범한 사람은 아니던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