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나다고 구박 들으며 자라도, 나는 '엄마, 영혼이 다른데 나한테 함부로 하지 마세요' 하고 말하며 기죽지 않았다. 기는 누구 때문에 죽어지는 게 아니다. 우리집에 오는 아이들이 나를 좋아하는 건 나는 아이들 기를 살려주기 때문이다. 그래, 너 끝까지 싸워서 엄마 이겨. 너 하고 싶은대로 다 해. 이러니 아이들은 좋아한다.-22쪽
우리가 말로 남을 기죽이지 않으면 그 자체가 지구 평화다. '왜 그랬는데?'가 아니라 '그랬니? 어머, 잘 했다' 진심으로 말해주는 것.-25쪽
선물이란 가볍게 즐거운 정도면 된다. 마음이 묻어와서 기쁜 정도면 참 좋다. 그게 벅차면 미안하고 갚아야 하는 마음이 든다. 우리는 '저 사람이 나에게 뭘 주었지' 기억했다가 다음에 갚는 선물을 한다. 우리 일상이 선물을 저울에 단다.-63쪽
나의 선물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생일, 기념일, 밸런타인데이 같은 때가 아니라, 일생을 두고 하기 때문이다. 그 사람은 그게 선물인 걸 모른다. 세월이 흘러 흘러 알겠지. 우리 현실은 기념일을 챙기는 것이 선물이다. 그런데 나는 기념일을 챙기지 않는다. 안부 전화도 하지 않는다. 서로를 느끼는 건 전화기를 붙들고 있을 때가 아니라 각자 혼자 있을 때이다. 친구가 나를 느끼고 내가 친구를 느끼는 빈 시간을 선물하는 것. 안부 전화 안 하고 기념일 안 챙기지만, 챙기지 않아 남는 그 시간이 얼마나 큰 선물인지 알게 되는 건 세월이겠지.-88쪽
이대째 한복집을 하면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는 것이 무엇일까, 궁리하게 되었다. 그 오랜 세월, 내가 본 그 속에서 무엇이 있을 거야. 그 무엇이 뭘까 고민하다, 이거야! 골라낸 게 '보자기'다. 일단 발음이 '보자기' 받침이 없으니 세계인 누구나 발음하기 좋다. 우리네도 속이 얽혀 있을 때 "풀어, 풀어" "덮고 가, 덮고 가" 가난한 집 며느리 들여오면 "싸들여왔다" "싸안아줘" "보듬어" 말하듯, 우리 생활 곳곳에 보자기가 스며들어 있다. '복'이라는 말도 풀고 보면 '보자기'가 된다.-1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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