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를 쑥쑥! 성장 호르몬의 비밀 [제 915 호/2009-05-15]



“아빠! 동생 서현이가 제 성장이 중세시대에 멈췄다고 자꾸 놀려요!”

태연은 키 때문에 고민이다. 또래 아이들은 물론 친구 동생인 서현보다 작기 때문이다.

‘잘됐군!’ 아빠는 이 기회에 성장을 더디게 하는 태연의 나쁜 습관을 따끔하게 지적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먼저 성장호르몬의 마법을 설명해야겠다.

“태연이 너 밤 12시 넘어서까지 게임하는 습관만 버려도 지금보다 키가 3~5cm는 더 자랄 텐데….”

“게임이랑 키가 무슨 상관이에요! 아빠는 억지쟁이!”

“게임보다는 시간과 관계가 있단다. 뇌 바로 밑에는 여러 호르몬이 분비되는 샘물인 ‘뇌하수체’가 있지. 이곳에서 키를 자라게 하는 ‘성장호르몬’이 나오는데 이 호르몬이 가장 많이 분비되는 시간은 자정부터 새벽 2시 사이야. 하지만 이때 잠을 자지 않고 깨어있으면 호르몬 양이 많이 줄어든단다. 특히 뇌가 각성해 흥분상태가 지속되는 게임을 하고 있으면 다른 호르몬들이 나오느라 성장호르몬은 거의 나오지 않지.”

“정말이요?”

“그럼. 12~14살, 지금 태연이 나이 또래에는 성장호르몬이 정상적으로 분비된다면 매년 5cm 정도는 자라야 하는데 성장호르몬이 나올 시간이 없으니….”

“그럼 전 앞으로 계속 서현이보다 작을 수밖에 없어요?”

“그렇지는 않아. 목소리가 가늘어지고 여성의 체형으로 바뀌는 2차 성징을 이끄는 성호르몬이 성장호르몬과 함께 분비되면 매년 8~9cm씩 자랄 수도 있단다. 이때 키가 잘 크는 음식을 먹고 운동을 하면 서현이를 따라 잡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밤에 일찍 푹 자는 습관을 들여야 키가 조금씩 크지 않겠니?”

“그런데 애들은 제가 성장판이 닫혀서 이제 더 이상 크지 않을 거래요.”

“그건 아이들이 놀리는 거란다. 성장판은 성호르몬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닫히기 시작해. 대개 사춘기와 2차 성징이 시작되는 시기가 비슷한데 태연이는 사춘기가 지나지 않았으니 아직 성장판이 닫히지는 않았을거야. 걱정되면 지금 당장 아빠랑 성장판을 보러 갈까?”

“성장판을 볼 수 있어요?”

“성장판은 X선 사진을 촬영하면 잘 보인단다. 성장판은 뼈의 끝 부분인 ‘골단’과 뼈의 줄기부분인 ‘골간’을 잇는 부분이야. 관절의 연골과는 다르지. 태연이의 성장판 X선 사진을 보면 골간과 골단이 끊어진 듯 검게 나타나지? 이 부분이 성장판인데 뼈가 자랄수록 검은 부위가 점점 얇아지고 성호르몬이 나오기 시작하면 금세 얇은 막으로 변한단다. 아빠처럼 성장판이 흔적으로만 나타날 때 성장판이 닫혔다고 하는 거야. 이렇게 되면 더 이상 뼈를 새로 만들어낼 곳이 없어 키가 자라지 못하지.”




성장기 뼈와 성장판


“그럼 저는 아직 키가 더 클 수 있다는 뜻이네요? 키가 쑥쑥 자라려면 어떻게 해야 돼요?”

“먼저 편식하는 습관부터 고쳐야지. 콩나물이나 우유를 많이 먹는다고 키가 크지는 않는단다. 모든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해야 하기 때문에 칼슘이나 단백질은 물론 지방 같은 영양소도 먹어야 해.”

“뭐든지요?”

“굳이 하나를 제외하자면 콜라는 많이 안 먹는 것이 좋단다. 콜라나 커피에 들어있는 카페인은 뼈를 자라게 하는 칼슘과 철분의 흡수를 방해해. 또 콜라에는 인산이라는 물질이 있어 칼슘의 흡수를 방해할 뿐만 아니라 소변으로 칼슘을 배출하게 만들기 때문에 더욱 뼈에 좋지 않지.”

“아 그렇구나. 그럼 운동은 어떤 걸 하면 좋아요?”

“근육이나 척추에 심한 무리를 주지 않는 운동이라면 대부분 키가 자라는데 도움이 된단다. 태연이가 힘의 50~70% 정도를 사용해 조금 숨차고 땀나는 운동이라면 적당하지. 중요한 건 꾸준히 하는 거야. 집에서도 간단히 할 수 있는 스트레칭 체조를 알려줄까?”

“네!”

“먼저 손가락을 깍지 껴서 손바닥을 하늘로 향하게 팔과 허리를 쭈욱~ 늘려주고, 그 다음에는 허리를 굽혀서 손이 땅에 닿도록 다리 근육을 늘려줘보렴. 엉덩이랑 다리 뒷부분에 당기는 느낌이 나지?”

“네. 시원해요.”

“그 다음에는 육상 선수들이 달리기 출발을 할 때처럼 발을 앞뒤로 넓게 벌리고 몸을 아래로 지그시 눌러보자. 다리 전체가 당기는 느낌이 오지? 이런 스트레칭을 매일 자기 전에 하면 키가 크는데 도움이 될 거야.”

“네. 그런데 아빠는 왜 이런 걸 다 알면서 키가 작아요?”

“아…아빠는 사춘기 때 밤늦도록 공부만 해서 성장호르몬이 잘 분비되지 않았단다. 그러니 태연이도 밤늦게 게임하지 말고 일찍 자렴. 알았지? 그런 의심의 눈초리로 보지는 말고….”


글 : 전동혁 과학칼럼니스트

http://scent.ndsl.kr/View.do?type=1&class=300&seq=4142&B4Class=All&onlyBody=FALSE&meid=1_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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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09-05-15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들보다 키가 커서 항상 뒷자리 신세였거든요..ㅋㅋㅋ
그래도 운동회 때 달리기는 항상 일등이었지요.^^
그런데 중학교 들어가서는 친구들보다 키가 작아서 항상 앞 줄이 아니면 중간자리였답니다...ㅎㅎㅎ
그럼 제 성장호르몬이 중학교 들어가서 멈춘 상태군요 ㅠ.ㅠ

마노아 2009-05-15 12:53   좋아요 0 | URL
일찍 키가 커버리는 아이들이 나중에 덜 자라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제 둘째 언니도 초등 6학년 때 남자 여자 합해서 제일 컸는데, 그때 키가 지금 키랍니다...ㅜ.ㅜ
제 성장 호르몬은 고3때까진 유지된 것 같아요.(앗, 이런 염장질을...;;;;)

꿈꾸는섬 2009-05-15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제가 작아서 아이들은 키가 컸으면 좋겠단 바람이 늘 있어요. 그나마 아빠를 닮으면 크겠지 하는 기대가 있는데 요새 애들은 대부분 키가 워낙 커서 우리 아이들도 키만은 제발 컸으면 좋겠어요.

마노아 2009-05-15 20:44   좋아요 0 | URL
부모가 모두 커도 아이가 과도하게 스트레스를 받으면 키가 안 자라더라구요. 밝고 건강하게 자라면 키도 분명 클 거예요.^^

순오기 2009-05-15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자애들은 생리하면 확실히 키가 덜 크는 거 같아요. 저도 중3 여름 거시기하면서 성장이 멈추었어요.ㅜㅜ
그러잖아도 우리 큰딸이 자기는 현대 호빗족이라는데 더 작은 엄마는 그럼?ㅋㅋㅋ

마노아 2009-05-16 01:56   좋아요 0 | URL
오, 일리가 있나봐요. 저는 5학년에서 6학년 올라갈 때 한꺼번에 8cm정도 자랐거든요. 그 후로는 일년에 1cm씩 꾸준히 자랐어요. 6학년 졸업 직전에 생리를 시작했으니까 근거가 되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