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리뷰 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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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언니 ㅣ 마음을 살찌우는 좋은 그림책 8
마사 알렉산더 그림, 샬롯 졸로토 글, 김은주 옮김 / 사파리 / 2002년 5월
절판
샬롯 졸로토가 원래는 소설가로 등단을 했었다고 한다. 약 70여 편의 아동문학을 썼다고.
그의 책으로는 유아 그림책으로만 접해서, 그가 쓴 아동 문학들이 몹시 궁금하다.
만날 기회가 있을까. 아님 내가 미처 검색하지 못한 번역책이 이미 있는 것일까?
졸로토는 늘 글을 쓰기 때문에 다양한 그림 작가들과 작업을 했다. 아무래도 처음 만났던 스테파노 비탈레를 가장 선호하지만 그림에 따라서 분위기가 달라지는 글을 읽는 것도 새로운 만남이어서 나쁘지 않다.
이 책에 그림을 그린 이는 마사 알렉산더로 1915년생인 샬롯과 비슷한 연배다. (1920년생)
연필과 물감을 이용한 수채화 풍의 그림이 풍부한 느낌을 선사해 주어서 좋다.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다정한 언니와 어린 동생이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두 아이들의 사진이, 두 아이를 닮은 인형들이 놓여 있다.(인형들은 사진 속의 옷과 서로 색깔을 바꿔입었다.)
문득, '작은 숙녀 링'이라는 어릴 적 좋아했던 만화영화가 떠오른다. 세라와 링을 보는 느낌.^^
언니는 언제나 동생을 돌보았다.
줄넘기를 하면서도 동생을 지켜보았고,
자전거를 탈 때도 동생을 앞바구니에 태웠고,
학교에 갈 때도 동생의 작은 손을 꼭 쥐고 걸었다.
언니는 뭐든지 다 잘했다.
동생은 세상에서 언니가 못하는 일은 하나도 없다고 생각했다.
같이 놀다가 동생이 울기라도 하면 언니는 동생을 달랬다.
손수건을 내밀며 "흥!"하고 코를 풀어주는 언니,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이 장면을 남자 형제로 바꿔서 상상을 해 보면 그림이 안 그려진다.
그런 경우가 전혀 없지는 않겠지만 대체로 드물다. 게다가 언니가 아니라 '오빠'라고 바꿔도 역시 그림이 좀 엉성해진다. 그런 오빠가 드물게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좀 아니올시다~겠다.
동생은 '남동생'이고 '누나'라면 그건 또 그림이 된다.
그러니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첫째 아이가 '여자 아이'일 때 이같은 등식이 성립한다는 거다.
나로서는 전혀 기억이 안 나지만, 내가 갓난쟁이였을 때 큰 언니가 주로 업어 키웠다고 한다. 공통된 증언(?)이 나오는 걸 보니 사실인 모양이다. 그런 시절이 있었다. 언니가 나를 책임지고 돌보고 사랑해 주던 그런 예쁜 시절..^^
어느 날 동생은, 집 밖으로 나와 뒤뜰을 지나 들판으로 타박타박 걸어갔다.
동생이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짐작이 가는가?
일종의 반항, 혁명 비스무리한 결심을 보이고 있는 중이다.
데이지 꽃밭 속에 옹크리고 앉아서 멀리서 자신을 애타게 찾고 있는 언니를 나 몰라라 하고 있다.
이게 실제 상황이었으면 나중에 경을 칠(..;;;) 일이지만, 동생의 마음이 손에 잡힐 듯 그려진다.
늘 보호받는 대상으로서의 자아를 벗어나고 싶은 욕구가, 어린 동생에게도 생긴 것이다.
가끔은 나도, 우리 언니와 나의 관계가, 그러니까 첫째와 막내의 자리가 바뀌었다면 어땠을까 라는 상상이 들 때가 있다. 아마, 서로의 인생이 좀 달랐을 것이다. 당연하지만.
그리고 당연하게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상상할 수 있는 일이지만.
동생은 엉엉 울어버리는 언니를 보게 된다.
늘 달래주는 것은 자신이었는데, 이제 언니의 어깨를 따뜻하게 감싸주는 것은 자신이 되었다.
손수건을 건네주면서 코도 흥! 풀게 해준다.
아, 이 언니 성격 좋다. 리얼 스토리라면 바로 혼쭐이 날 것 같건만,
이 착한 언니는 동생을 찾은 것에 기뻐하며 동생이 살펴주는 손길에 자신을 맡긴다.
사실, 가끔은 그런 순간도 있어야 한다.
어쩌면 언니도 그런 시간을 기다리고 고대했을 지도 모른다.
이후 더 사이가 좋아지고 더 서로를 살뜰히 아끼는 언니와 동생.
예쁜 두 자매의 이야기였다.
샬롯 졸로토와 그 언니의 이야기는 아니었을까 상상도 해 본다.
엄마와 아이가, 남편과 부인의 역할을 바꾸어서 상대방의 입장을 직접 겪어본다면, 우리는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형제 자매 사이에서도 서로의 역할을 바꿔어서 역지사지를 경험한다면, 우리의 가족 관계는 더 아름다워질 수 있을 것만 같다.
물론, 모범답안을 벗어나면, 내가 했으면 더 잘 했을 거라는 둥! 더 막말이 오고가는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 원래 인생은 그런 다이너믹한 부분으로 꽉 채워져 있으니까.
같이 보면 좋을 책으로 '순이와 어린 동생'이 있다. 그쪽이 좀 더 실감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긴 했다. 이 책도 물론 훌륭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