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담은 그림책 자연그림책 보물창고 2
샬롯 졸로토 지음, 신형건 옮김, 웬델 마이너 그림 / 보물창고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내가 참 좋아하는 샬롯 졸로토의 작품이다. 익숙한 스테파노 비탈레의 그림이 아니지만 사실적이고 환상적이 느낌을 주는 이 책 역시 훌륭하다. 그나저나, 샬롯 졸로토는 1915년 생인데, 지금도 살아계신지...... 검색해 봤는데 못 찾았다.  

암튼. 이 책은 산골에 사는 아이가 한 번도 보지 못한 바다를 엄마에게 물으면서 시작한다. 

엄마는 할 수 있는 모든 아름다운 표현을 동원해서, 경험했던 모든 추억과 기억을 펼쳐내어 바다를 묘사해낸다. 

엄마가 들려주는 바다의 모습을 가만히 듣고 있노라면 너무도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지는데, 혹시 이 아이가 앞을 보지 못하는 아이여서 이렇게 자세하게 묘사해 주는 것은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였다.  

몇몇 색깔은 선천적 시각 장애인으로서는 상상에 무리가 갈 수 있겠지만, 그걸 제외한다면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에게도 충분히 펼쳐보일 법한 바다를 묘사하고 있다. 너무도 아름다운 바다, 그림과 함께 만나보자. 



이른 아침 바닷가에서 보면
바다의 끝이 어딘지, 하늘의 시작이 어딘지
알아볼 수 없단다. 

하늘과 바다는 똑같이 뿌연 잿빛이다가
안개가 뿌연 잿빛에서 어스레한 흰빛으로 바뀌고,
어스레한 흰빛에서 연한 보랏빛으로 바뀌고,
연한 보랏빛에서 흐릿한 푸른빛으로 바뀌고,
그러다가 갑자기,
해가 그 사이를 뚫고 솟아오른단다! 

해는 찬 모래를 따뜻하게 덥히지.
해는 바다를 초록빛으로 변하게 하고
바닷가 모래톱을 황금빛으로 빛나게 하지.
네가 바닷가를 내달리면
눈부신 바다와 환한 모래톱 바탕에 그려진
작고 까만 점처럼 보일 거야. 

넌 몸을 숙이고 바닷물에 말갛게 씻긴
조약돌을 하나 주워 들겠지.
넌 갈색의 작은 골뱅이 껍데기와
겉은 울퉁불퉁하고 잿빛이지만 속은 매끈매끈하고
진주 빛깔인 굴 껍데기를 찾아 낼 거야.
 

 



네가 잠자는 동안 난 널 가만히 바라볼 거야.
갈색 깝작도요 두 마리가 종종거리며
네 곁을 지나가는 걸 넌 보지 못하겠지.
하지만 네가 깨어날 때
연필로 그린 것처럼 모래 위에 찍힌
깝작도요의 발자국을 넌 보게 될 거야. 

넌 눈을 비비겠지. 그러면
솟아오르고 무너져 내리는 파도의 노래와
바람 소리 말고는
이 세상에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일 거야.
 



넌 일어나서 먼 바다를 바라보겠지.
멀리, 멀리, 너무 멀어서 장난감처럼 보이는
흰 돛단배가 물 위를 미끄러지다가
아스라이 사라지는 모습이 보일 거야. 

바람은 점점 서늘해지고
하늘엔 보랏빛 구름이 긴 띠를 이루겠지.
우리는 서로 손을 잡고
바닷가를 지나
집으로 걸어갈 거야. 

우리가 지나는 부둣가는
마치 하얀 눈이 내린 것처럼
수백 마리의 갈매기 떼로 뒤덮여 있을 거야.
갈매기들은 끼룩거리며
해질녘에 들어올 고깃배들을 기다리고 있겠지.
 



우리는 바다에서 점점 멀어져
바닷가 모래언덕 위까지 올라가겠지.
하지만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갯잔디 너머로
바다를 굽어보게 될 거야.
수평선으로 지는 해는 크고 둥그런 오렌지 같겠지. 

밖에서는 등대가 환한 불을 켤 거야. 
반짝, 눈부신 불빛이 켜지고
깜박, 눈부신 불빛이 꺼지고. 
하지만 넌 이미 깊은 잠에 곯아떨어졌으니
그걸 볼 수 없겠지.
 




넌 밀물이 드는 소리를 듣지 못할 거야.
창 밖에 실낱 같은 초승달이 뜨는 것도
넌 볼 수 없을 거야.
바다는 일렁이는 물결로 바닷가를 적시고는
우리가 점심을 먹으며 앉아 있던 바위까지
넘실넘실 밀려들어 오겠지.
그리고 해초와 조가비를 실어 와서는
모래톱에 부려 놓을 거야.

아이는 엄마에게 살며시 기대고는
방긋 웃으며 말했어요.
"엄마, 바다가 너무 좋아요.
그리고 난 이제 눈을 감으면
언제든  
바닷가에 갈 수 있어요.
방금 엄마랑 함께한 것처럼 말이에요."
 



아, 투명한 남해 바다가 보고 싶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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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09-04-27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샬롯 졸로토님을 제가 검색을 해 보니 뉴욕에서 사시고 계신다고 합니다.(Hastings-on-Hudson, New York.)
연세가 94세시네요. 저도 이책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요.^^

마노아 2009-04-27 11:48   좋아요 0 | URL
역시 살아 계시는군요. 돌아가셨으면 분명 관련 기사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아우, 장수하시네요. 더 오래오래 사셨으면... 근데 지금도 작품활동이 가능하실지 모르겠어요. 책마다 다 너무 근사하답니다.^^

후애(厚愛) 2009-04-27 12:41   좋아요 0 | URL
2009년 2월까지 'THE HATING BOOK' 이 책을 쓰시고 계셨답니다.
작품을 아직도 쓰시고 계시는지 언제 출간이 되는지... 자세한 내용은 없고요.^^

마노아 2009-04-27 13:26   좋아요 0 | URL
최근까지 왕성할 활동을 하고 계셨군요. 여전히 건재하셨으면 해요.^^

하늘바람 2009-04-27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림이 참~
갖고 픈 책이네요

마노아 2009-04-27 13:26   좋아요 0 | URL
그치요? 너무 멋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