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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 페로가 들려주는 프랑스 옛이야기 - 완역 옛이야기 그림책 1
샤를 페로 지음, 최내경 옮김, 곽선영 외 그림 / 웅진주니어 / 2001년 8월
평점 :
절판


무려 300년 전에 샤를 페로가, 그보다 더 오래 전부터 전해져 오던 옛 이야기들을 모아서 만든 동화집이다.  

거기에 한국 그림 작가 세 사람이 그림을 입혔다.  



적어도 왼쪽 그림은 어떤 이야기인지 단 번에 알 것 같다. 빨간 모자와 늑대 이야기.  

할머니와 빨간 모자를 단숨에 삼키기에는 늑대가 좀 왜소하다.  

이 책의 특징은 책의 말미에 교훈을 따로 적어준다는 것인데, 그게 샤를 페로가 남긴 교훈인지, 출판사에서 만든 교훈인지 모르겠다. 몹시 고루하게 들리는 것이 샤를 페로의 솜씨가 아닐까? 

예쁘고 친절한 소녀가 다른 사람들의 말을 생각 없이 따르다가는 큰 실수를 할 수 있습니다. 늑대는 당연히 사람을 잡아먹습니다. 하지만 늑대가 다 똑같은 것은 아닙니다. 지금 내가 말하려는 늑대는 깔끔하고 수선스럽지도 않습니다. 또 불쾌한 행동을 하거나 벌컥 화를 내지도 않습니다. 어떻게 보면 온순하고 친절하기까지 해서 소녀들은 태연히 그 늑대를 따라 집 안까지 들어갑니다. 이 친절한 늑대야말로 늑대 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늑대라는 것을 알지 못하는 것입니다. 정말 가슴 아픈 일이지요. 

첫줄의 '예쁘고 친절한 소녀가'에서 말이 턱 막힌다. 이건 좀...;;; 

그렇지만 뒤쪽의 친절한 늑대가 제일 위험한 늑대일 수 있다는 이야기는 설득력이 있다. 나도 가슴이 아프다.;;; 


오른쪽 그림은 '작은 유리 구두'라는 제목의 이야기다. 짐작이 가겠지만 신데렐라 이야기다.  

왕자님 얼굴을 보니 루이 14세 초상화를 보는 기분이다. 그림 작가님이 프랑스 책이라고 루이 14세 책을 참고했을 수도 있다.ㅎㅎㅎ 

모두가 알고 있는 이야기. 이 책의 교훈을 들어보자.  

아름다운 외모는 보물과 같아서 사람들은 그 아름다움을 끊임없이 찬양합니다. 하지만 착한 마음은 그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귀하며 외모의 아름다움보다 더 가치가 있습니다. 신데렐라의 대모가 신데렐라에게 주었던 것은 바로 착한 마음입니다. 요정은 신데렐라를 훌륭하게 가르쳤는데 이 이야기는 그 과정에서의 교훈을 말하고 있습니다. 사랑을 시작하고 지키는 데 진실로 중요한 것은 착한 마음입니다. 착한 마음 없이는 어떤 것도 할 수 없습니다. 

다른 교훈  

현명함과 용기, 그리고 하늘이 내린 재능은 분명 커다란 은혜입니다. 하지만 그런 자질을 펼치도록 가르칠 대부나 대모가 없다면 그 훌륭한 자질도 아무 소용없는 헛된 것이 될 수 있습니다. 

사랑을 시작하고 지키는 데 중요한 것은 착한 마음이라고 써놨지만, 왕자가 신데렐라에게 반한 것은 결국 미모 때문 아니었던가? 남자랑 여자한테 들이대는 잣대가 너무 달라 주신다.(킁!) 




왼쪽 장화 신은 고양이의 교훈부터 보자. 

부모로부터 재산을 물려받는 것은 큰 헤택입니다. 하지만 젊은이들에게 재치와 능력은 쉽게 얻은 재산보다 더 큰 가치가 있습니다.  

방앗간집 아들이 한눈에 공주의 마음을 빼앗아 버린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때로는 단정한 복장이나 외모가 사랑을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아까는 착한 마음이라더니 이번에도 외모 이야기가 나왔다. ㅋㅋㅋ 

오른쪽 그림은 잠 자는 숲 속의 공주다. 

이야기에 따라서 착한 요정의 숫자가 다르다. 여기선 일곱 명이 나온다. 아무튼, 그래도 그림은 제일 낫다. 클림트가 떠오르는 분위기다. 다시금 교훈을 들어보자. 

친절하고 잘생기고 품위 있으며 부유한 배우자를 만나기 위해서는 당연히 기다려야 합니다. 그러나 백 년 동안 계속 잠을 자는 것처럼 그렇게 가만히 배우자를 기다리는 여자를 이제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이 이야기가 우리에게 말하는 것은, 결혼의 신이 맺어 주는 인연은 늦게 찾아온다고 덜 행복한 것이 아니고, 또 기다린다고 잃는 것도 없다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너무 성급하고 초조하게 결혼을 원하기 때문에 나는 이런 교훈을 설명할 힘도, 마음도 없습니다.  

마지막 문장은 번역투의 말씨다.  

샤를 페로의 잠자는 숲 속의 공주 이야기에선 왕자랑 결혼하고 나서의 이야기도 나온다. 아들 딸 낳고 살지만 왕자의 엄마가 사람 잡아먹는 마녀 출신이라는 이야기인데, 내가 어릴 때 읽은 버전에서도 요 이야기가 나왔다. 왕이 없는 사이 왕비랑 손주들을 죽이려고 커다란 통에다가 전갈이랑 뱀을 잔뜩 집어넣었다가 오히려 자신이 거기 빠져 죽는 이야기. 그 후로 그 버전의 이야기를 접한 적이 없었는데 다시 보니 좀 반가웠다. 




왼쪽 그림은 '요정들', 오른쪽 그림은 '푸른 수염'이다. 

아빠를 닮아 착한 둘째 딸은 요정의 선물로 말을 할 때마다 꽃이나 보석이 나오는 것이고, 엄마를 닮아 못된 첫째 딸은 말을 할 때마다 입에서 두꺼비와 뱀이 나오는 이야기 

권교정의 '왕비님 이야기'가 떠오른다. ㅎㅎㅎ 

그런데 아빠는 착하고 엄마는 못됐다!라는 설정도 맘에 안 든다. 동화 속에서 이런 설정은 너무도 많지만. 게다가 그 착하다는 아빠들은 다 멍청하기까지 해서 자기 딸이 계모나 이복 언니들에게 무수히 구박받을 때도 한 번도 구세주 역할을 안 해주더란 이야기...;;;; 

교훈을 보자. 

금은 보화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친절한 말과 행동은 훨씬 더 강하고 위대합니다. 

정직하기는 아주 어렵습니다. 또 정직 덕분에 다른 사람의 환심을 사는 일도 아주 드뭅니다. 하지만 정직하면 언젠가는 그 보답을 받게 되며 그것은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찾아옵니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정직이, 성실이, 착한 것이 덕이 되고 본이 되고 선물이 되는 세상이었으면...... 

푸른 수염은 이미지가 완전히 프랑케슈타인 분위기다. 그림 상으로는 푸른 수염이 주는 기괴함이 전현 ㅡ껴지질 않는다. 그림이 좀 성의 없어 보인다. 팀 버튼의 '유령신부' 분위기가 컨셉일까? 교훈을 보자. 

호기심만 좇아 행동하다가는 후회스러운 대가를 치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성적인 호기심은 아주 값싼 즐거움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즐거움은 오래 지속되는 즐거움이 아니며, 언제나 호된 대가를 치르게 됩니다. 

이 이야기는 그저 옛이야기일 뿐입니다. 사실 푸른 수염은 그다지 무시무시하거나 불가능한 것을 요구하는 남편은 아니었습니다. 아내를 믿지 못하고 질투를 하기도 했지만 상냥할 때도 있었습니다. 푸른 수염이 원래 무서운 사람이라서 수염이 푸른색인지, 아니면 아내가 푸른 수염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무서운 사람이 되었는지 우리는 알 수 없습니다. 

두번 째 교훈이 좀 그렇다. 푸른 수염이 상냥하게 대해줬든 아니든, 어쨌든 아내를 죽인 살인마가 아닌가. 문 열어보지 말라는 당부를 저버린 것이 마누라 죽인 것보다 더 큰 죄가 될 수는 없다. 푸른 수염이 마치 아내 때문에 그 모양이 되었을 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는 불편하다. 

 

'고수 머리 리케'와 '엄지 동자'다. 

못생겼지만 총명한 왕자가, 예쁘지만 멍청한 공주님과 만나서 서로 예뻐지고, 똑똑해진다는 이야기. 

그런데 예쁘지만 멍청한 공주의 쌍둥이 동생은 못 생긴 대신 총명했는데 그녀의 뒷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무슨 이야기를 하다 마는지...;;;; 

역시나 우스꽝스러운 교훈을 보자. 

우리는 이 이야기에서 진실을 하나 알게 됩니다. 우리의 사랑 안에서는 모든 것이 아름다워지고 우리가 사랑하는 것은 모두 고귀해진다는 것입니다. 

대자연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사랑으로 얻는 아주 작은 즐거움보다 더 큰 감동을 주지는 못합니다. 

별로 설득력 없는 '사랑 만만세' 쯤 되겠다. 

'엄지 동자'의 이야기 구조는 엄지 공주 + 헨젤과 그레텔 버전이다. 예전에 '난 신데렐라가 아니야'에서 나왔던 거인의 신발이 어느 동화 패러디인지 궁금했는데 바로 여기서 나온다. 한 번에 28km를 달려갈 수 있는 거인의 마법 신발. 엄지 동자가 기지로 빼앗아서 거인을 물리치고 잘 먹고 잘 산다는 이야기~ 

교훈을 보자. 

사람들은 아이들이 많아도 걱정하지 않습니다. 그 아이들이 모두 잘생기고 키도 크고 훌륭할 때는 말입니다. 하지만 아이 중 하나가 약하고 말도 못한다면 그 아이를 무시하고 놀리며 그 아이에게는 아무것도 주지 않기도 합니다. 하지만 때때로 이 보잘것 없는 아이가 가족 모두에게 행복을 주기도 합니다.  

여전히 깔려 있는 외모 지상주의. 게다가 하고자 하는 말의 의미는 알겠는데 참 세련되지 못하게 서술한다. 그래. 이 책은 300년 전에 쓰여졌으니까. 그럴 수도 있지..;;;; 

책이 두껍다. 140페이지에 달한다. 8개의 이야기가 실려 있으니 각 이야기가 긴 것은 아니다. 

다만 그림에 통일성도 없지만 이야기 분위기랑 별로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니까 이게 '프랑스' 옛 이야기란 분위기가 그림에선 느껴지질 않는다. 원래 오래된 동화에는 현대의 시각에서 볼 때 불편한 관점들이 자주 드러나게 마련이지만 아예 '교훈'이라고 깔아주는 것들에서부터 인상이 써지니 즐거운 독서가 절대 아니었다. 언니 말로는 조카가 재밌어 했다는데 아이들은 또 다르게 보일 수도 있겠지. (녀석도 나이 들어서 다시 보면 좀 짜증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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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i 2009-04-22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로의 교훈이 맞아요. ^^ 페로는 당대의 민담이나 전설같은걸 모아서 책으로 만들었지만, 애초에는 이게 읽으라고 쓴게 아니고 주로 귀부인들 살롱에서 낭송용으로 많이 이용된거라 근친상간에 존속상해 유혈낭자한 사건들을 적당히 다듬고, 끝에는 저렇게 프랑스 상류층 귀부인용의 보수적인 교훈을 깔아주었던 거라죠. 읽고 있자면 웃기기도 하고, 고루하기도 하고 그렇죠....음, 그런데 마노아님 조카는 그러니까 프랑스 고전풍 귀부인 마인드의 소유자라능...ㅎㅎㅎ

이 페로 동화가 만들어지던 시기의 민담 관한 걸로 재밌는 책이 로버트 단턴의 고양이 대학살이란게 있답니다. ^^

마노아 2009-04-22 22:14   좋아요 0 | URL
오홋, 마하연님의 설명을 들으니 프랑스 상류층 귀부인의 살롱 풍경이 쫘악 펼쳐지네요. 고양이 대학살이 그 배경인가요? 제가 구입만 하고 아직 읽지를 못해서...;;;;;;

잎싹 2009-04-22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웅진주니어에서도 옛이야기가 나오네요?
저는 창작동화만 많이 봤거든요.
잘 보구 가요.

마노아 2009-04-23 00:07   좋아요 0 | URL
웅진닷컴이 같은 출판사...겠죠? 간혹 옛 이야기를 본 것 같아요. 토끼와 호랑이와 까치...였던가? 암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