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마노아 > 잘가요 언덕
'잘가요 언덕' 출간 소식에 책정보를 보니 무척 관심이 가는 책이었지요. 그런데 어쩌다 보니 행사 참가 신청하고도 책주문이 늦어 책을 미리 읽고서 참가하지 못한 게 여러모로 미안했지요. 미리 책을 만나고 갔더라면 질문도 하고 좀 더 깊고 강렬한 시간을 보내었을 텐데 말이에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작가와의 만남 시간이 약했던 것은 절대 아니에요. 작가 차인표를 만나고 인간 차인표를 알게 된 무척 뿌듯한 시간이었거든요.
카페를 통으로 빌려서 잔잔한 조명과 촛불 어른거리는 자리에서 유명인 차인표를 만났지요. 배우라는 감투 없이 그저 소박한 얼굴로 들어섰는데도 빛이 나더이다! 카메라를 집에 두고 간 게 너무 아쉬워지는 순간이었어요.^^
출판사에서 준비한 케이크에는 1이라는 숫자가 박혀 있었죠. 한 시간을 지나고 난 다음에는 그 케이크에 2.3... 숫자가 계속 늘어나는 동안 이 자리에 내가 계속 있을 수 있다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정말, 기대를 안겨주었지 뭐예요.
잘 알려져 있다시피 차인표 씨가 이 책을 집필하게 된 것은 훈 할머니 때문이었어요. 노트북의 폭발로 원고를 소실하는 과정도 있었지만, 오랜 기간에 걸쳐 작가는 공부를 하고 습작을 하고, 또 백두산에도 다녀오지요. 작가는 작품을 통해서 오히려 '용서'와 '평안'의 단계에 자신이 제일 먼저 다가간 게 아닐까 싶어요.
워낙 좋은 일을 많이 하는 걸로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인데, 사실 고백하자면 참 기쁨이 없었다고 합니다. 뜻밖이었지요. 그런데 그걸 변화시켜준 계기가 있었다고 해요. 3년 전 '컨패션' 자원봉사로 인도 콜카타를 방문했을 때, 7살 짜리 빼빼 마른 가난한 아이가 그런 말을 해주었다고 합니다.
당신은 사랑 받아 마땅한 존재라고 위로해 주던 그 아이.
그 말은 차인표 씨가 아이를 위해 준비한 인사말이었는데, 그 가난하고 아무 것도 가지지 못한 아이가 오히려 되돌려주더란 말입니다. 그리고 그 순간, 차인표 씨는 진정한 위로와 행복과 평안을 느낀 거지요. 그것이 삶이 변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배우 차인표가 본업이 아니라, 컨패션을 통해서 봉사하는 인간 차인표. 그것이 자신의 본업이라고 말을 하는 이 바른 생활 사나이는 얼마나 빛이 나던지요.
작가님은 유려한 말솜씨를 지니지 않았어요. 대중 앞에 서는 일이 익숙한 사람인데도 말입니다. 그렇지만 질문 하나하나에 성실하고 차분하게, 그리고 신중하게 답하는 모습에서는 누구라도 '진솔함과 진실함'을 읽을 수 있었을 거예요. 설령 배우 차인표를 만나는 일이 좀처럼 쉽지 않다고 할지라도,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사람을 잃은 것이 아니라 몰랐던 그 사람의 진면목을 더 알아낸 듯해서 참으로 고마웠답니다.
나눔의 집 할머니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할머니들과 같이 놀아주기'라는 대답은 무척 인상적이었답니다. 그분들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모두 침통한 분위기를 느끼지만, 그것이 늘 일상일 할머니들을 위해 잠시라도 즐거운 시간을 갖게 해줬으면 하는 그 바람에는 사람을 향한 깊은 이해와 연민이 깔려 있었지요. 아, 이런 마음씀씀이가 이렇게 아름답고 따스한 글을 나올 수 있게 해주었나봐요.(다녀와서 책을 바로 다 읽었답니다. ^^ )
작가님은 3년 전에 백두산을 다녀오면서 그 칼바람을 온몸에 맞으며 선조들을 생각했대요. 추위를 피할 수 있게 중무장한 자신도 이렇게 추위를 느끼는데 변변찮은 옷과 신발로 이 길을 올랐을 그분들 말이에요. 그 분들이 당신들의 삶을 올곧이 감내했기에, 그 후손들인 우리가 지금 이 자리에서 이렇게 살고 있다는 것. 그 말에서 깊은 울림을 전해받았어요. 바쁜 일상과 버거운 하루하루에 늘 매몰되듯 살아가던 찰나에, 내가 가닿지 못했던 어떤 경계의 깨달음과 이해를 엿본 느낌이었지요. 그것은 결국 '생명의 존엄성'이란 겁니다. 우리의 선조들이 충실히 살아내서 후손들에게 전달해준 생명의 존엄성. 그리고 그것을 무참하게 짓밟힌 사건이 바로 위안부 문제이구요.
당시 세상에서 가장 강한 군대를 가졌던 일본이라는 나라가, 주권조차 없는 힘없고 가난한 조선 땅의 가장 약하고 어린 소녀들을 유린한 반인륜적 그 범죄 행위에 대해서, 우리는 좀 더 구체적인 자각과 인식을 가져야한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건 단지 한국과 일본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와 역사의 문제라는 것도요.
싸인 만 권 하겠다고 했다가 기함했던 작가님께 심심한 위로를 전합니다. 애석하게도 저는 예약 주문을 한 게 아니어서 싸인본도 못 받았고, 만남 시간을 끝낸 뒤 급한 일 때문에 일찍 자리를 떠서 개인적으로도 사인을 못 받은 게 참 아쉬웠어요. 그렇지만 제 품에 안긴 두 권의 '잘가요 언덕'을 또 다른 누구와 나눌 것인가 생각하는 건 즐거운 일입니다.^^
희망이 없어 더더욱 쓰레기 같은 삶을 살고 있는 가난한 아이들에게 자신이 사랑받는 존재라는 것을 알려줄 수 있는 삶을 보여주는 것, 그리하여 그 아이의 삶이 지옥에서 천국으로 변하는 것을 보면서 살겠노라는 이 사람 차인표. 어찌 반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지금 나를 더 필요로 하는 곳에서 빛이 되겠다고 소금이 되겠다고 하는 이 사람의 열정을, 사랑을 배우지 않을 수가 없네요.
한 사람의 존재가 무수한 사람들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삶으로, 실천으로, 그리고 이제 책으로까지 보여준 멋진 사람 차인표, 그 사람을 만난 소중한 시간을 가진 나의 행운에 감사합니다.
ost 계속 듣고 있는데 마음을 어루만지는 것을 느낍니다. 북콘서트도 꼭 가고 싶어요. (>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