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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의 전화박스 ㅣ 아이북클럽 7
도다 가즈요 글, 다카스 가즈미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크레용하우스 / 200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일본의 안데르센 상이라 불리는 히로스케 동화상 수상작이라고 한다. 권위있는 상을 받아서가 아니라, 이 책은 정말 따뜻하다.
100페이지에 가까운 책장을 자랑하지만, 글자가 무척 커서 실제로 읽을 때에는 48페이지 분량의 동화책 읽는 정도의 느낌? 초등학교 1. 2학년에게 추천하기 좋은 책이다.

엄마 여우와 아기 여우의 행복한 한 때. 컬러 그림과 흑백 그림이 교차해서 나오는데, 컬러 그림은 마치 파스텔로 그린 것처럼 은은하고 부드러운 느낌이다. 흑백일 때에도 그 깊은 느낌은 여전히 전해진다.
애석하게도, 아기 여우는 병들어서 죽고 만다. 엄마 여우가 느낀 그 상실감이 얼마나 컸을까. 아기 여우를 그리워하면서 터벅터벅 걷다가, 불빛이 보이는 공중 전화박스 하나를 발견하고 만다.

그 전화 박스에는 남자 아이가 엄마에게 전화를 걸고 있었다. 엄마 여우가 잃어버린 아기 여우 또래의 사내 아이. 엄마 여우가 아기 여우를 떠올린 것은 당연하다.
아이는 날마다 공중 전화 박스를 찾아와서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고, 엄마 여우는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아기 여우를 떠올렸다. 저 사내 아이가 마치 자신의 아기라도 되는 양 감정이입이 되고 마는 엄마 여우.

아이가 뭐라뭐라 말을 하면, 마치 수화기 너머 엄마가 자신인 양 대답도 하고 질문도 하는 엄마 여우.
날마다 오는 아이가 보이지 않으면 걱정되어서 늦도록 기다리는 엄마 여우.
그런데 하루는, 그만 공중전화가 고장나서 쓸 수 없다는 종이가 붙어 있는 것이 아닌가. 엄마 여우는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아이가 왔다가 실망할 모습이 어른거린다.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었는데, 기적같은 일이 벌어진다.

똑같이 생긴 공중전화박스로 그만 변신을 하고 만 것이다. 아기 여우가 요술을 부려 둔갑하는 여우 얘기를 했을 때 장난이라고 여겼던 엄마는, 실제로 그 요술을 부려 둔갑을 해버린 것이다.
아이가 찾아왔을 때 엄마 여우는 아이의 '엄마'가 되어서 직접 말을 한다. 마치 자기 아이에게 말을 걸듯이.
그런데, 아이는 이별의 순간이 다가왔음을 이야기한다. 돌봐주던 할아버지가 읍내로 나가서 일을 할 수 있게 되어 다시 엄마 곁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된 것. 엄마 여우는 슬펐지만, 아이의 행운을, 행복을 축복해준다.
아이는 이제 떠나갈 텐데, 엄마 여우는 이대로 상실감을 가진 채 돌아나오는 것일까?
엄마 여우가 어떻게 위로를 받는지는 책을 통해서 확인바란다.
마치, 가부와 메이 시리즈를 읽었을 때 같았던 그런 느낌의 따스함이다. 이별 뒤에도 서로에게 전해지는 진심. 그로 인해 다시 웃을 수 있는 행복감 같은 것.
100%는 아니어도, 햇살과나무꾼이 옮기는 책들은 대체로 만족감이 컸다. 감사할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