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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약돌과 휘파람 노래
S.D. 쉰들러 그림, 에일런 스피넬리 글, 강미라 옮김 / 봄봄출판사 / 2004년 9월
평점 :
절판
아기 쥐 제노는 달 밝은 들판 위에서 빙그르르 돌며 춤을 추었다. 배경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곧 겨울이 닥쳐올 마른 계절이다. 겨울을 대비하여 식구들은 모두 식량을 모으고 있는데 제노 혼자만 신이 나서 놀고 있는 중이다.
제노도 주섬주섬 무언가 식량이 될 만한 것들을 찾아나서지만, 이내 곡조가 흘러나오고, 옥수숫대에 기대어 서서 목청껏 노래를 부르고 말았다. 엄마가 그랬듯이 아빠도 다가와서 지금은 식량을 구할 때라고 주의를 준다. 다시금 식량 찾기에 나선 제노. 그러나 이번엔???
시냇가에서 발견한 반들반들한 조약돌이 발목을 잡는다. 조약돌을 집어들어 공중에 던져서 휙휙 돌리고 받는 제노. 식량 찾아 나선 누나가 제노에게 식량 찾기가 급하다고 일러준다. 식구들의 말대로 겨울은 금세 닥쳐왔다. 이렇게!
따뜻한 집 안에는 식구들이 모아놓은 겨울 식량과 따뜻한 담요가 놓여 있었다. 빈손으로 온 제노가 멋쩍어질 수 있는 순간.
하지만 제노는 자신이 가져온 춤과 노래와 조약돌 만으로도 만족스럽다. 기죽지 않는 멋진 제노!
찔레꽃 시리즈에서도 느꼈고, 또 '나의 계곡'에서도 보았지만, 동물들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동화 속의 집들은 너무 근사하다. 제노네 집도 넓진 않지만 없는 것 빼고 다 있고, 무엇보다도 안락한 '만족'과 편안함이 깃들어 있다.
겨울의 낮과 밤은 천천히 지나갔고, 미리 준비한 담요와 식량 덕분에 제노네 식구들은 훌륭한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그런데, 그 훌륭한 나날들은 뭔가 하나가 빠져 있어서 완성되지 않았다. 그게 뭐였을까? 바로 '심심함'을 채워줄 '재미'였다.
기나긴 겨울을 단지 따뜻한 집과 배불리 먹을 식량만으로 채우기에는 부족했던 것이다. 원래 빵 없이 살 수 없듯이, 빵만으로는 살 수 없는 게 우리네 삶 아니던가.
자, 이제 제노가 활약을 할 차례다.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고, 그리고 주워온 조약돌도 돌리면서 식구들에게 한껏 재미를 불어넣어 준 제노!
이제 꽁꽁 얼어붙은 겨울도 문제 없다. 그리고 그렇게 즐겁게 지내는 사이, 벌써 봄이 왔다는 이야기!
사진을 더 찍었는데 모조리 흔들려서 과감히 지웠다. ㅠ.ㅠ
개미와 배짱이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에게 이 이야기 속의 부모님은 참 멋지다. 제노가 노래와 춤과 조약돌을 주워왔다고 나무라지도 않았고 구박도 하지 않으셨다. 자신들이 준비한 것으로도 충분하다고 여겨주는 마음이 고마웠다. 참 좋은 책인데 별점이 4개에 그친 것은, 이 이야기를 '프레드릭'에서 이미 만났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늦가을에서 겨울, 그리고 봄으로 가파르게 올라가는 계절 그림책을 보니 시간이 휙휙 지나가는 게 더 실감난다. 그러나 시간은 흘러가도 빵 부스러기 이상의 노래와 춤과 조약돌도 꼭 모으리라. '별 일 없이' 살기 위해서...^^
ps. 그런데 쥐들은 겨울 잠 안 자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