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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바니아 이야기 7
토노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4년 5월
평점 :
타니아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나온다. 죽은 듯 살아있는 그 어머니 이야기도.
왜인지 모르겠지만 칼바니아에선 금발과 초록눈동자를 미녀의 조건으로 여긴다.(뭐, 지금도 그렇긴 하구나.)
그래서 칼바니아가 흑발(사실은 갈색)로 태어난 것에 금발 미녀 왕비는 무척 실망했다.
왕에게는 결혼 직전에 죽어버린 사랑하는 연인이 있었고, 그래서인지 죽은 연인과 정 반대 타입의 왕비와 그다지 맞지 않았다. 이성적이었던 왕에 비해서 왕비는 지극히 즉흥적이었고 철이 없었고, 맹목적적이었다. 자기 딴에는 사랑하는 마음 때문이었지만 그 '절대적인' 행복을 위해서 사치를 부리고 주술사를 부르고, 엄한 것들을 사들여 왕실 재산을 축내기 일쑤.
어린 타니아의 머리카락과 눈동자 색을 바꾸겠다고 이상한 약을 써서 애를 잡을 뻔한 일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그 바람에 더더욱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고 타니아에게도 유모 건으로 용서하기 힘든 상처를 준다.
어디 거기서 끝났는가. 왕비에게 대대로 전해지는 국보를 팔아서 얻은 수상한 물로 왕을 치료한답시고 먹여서 왕을 죽게까지 했으니, 그 죄를 어찌 감당할까.
왕은 죽었고, 어린 공주는 이제 12살이고, 왕실에 무수한 폐해를 남긴 젊은 왕비. 그야말로 칼바니아 왕국은 난감 그 자체였다.
그러나 왕비를 닮지 않은 타니아는 엄마만큼 상냥했지만 아빠만큼 이성적이어서 어리던 그 순간에도 엄마를 살릴 수 있는 길을 택한다. 그런 죄를 지은 왕비가 사형 당하지 않고 살 수 있는 방법이란 다 내려놓고 떠나는 것 뿐. 그렇게 생이별 4년 뒤 칼바니아는 첫번째 여왕을 맞이한다.
장난을 좋아하고 귀엽기만 한 칼바니아의 이면에 있는 성숙함과 노련한 정치가로서의 성정을 엿보았다. 짠하고, 안타깝기까지 한 사연과 함께.
그 어머니가 그토록 목매달았던 행복. 욕심이 지나쳤었다. '절대적'이고 '무조건'적인 행복이 아닌, 지금 이 순간의 소박한 행복을 원했더라면 좋았을 것을. 금발이 아니어도 초록 눈이 아니어도 행복하고 아름다울 수 있는데, 그걸 몰랐던 그녀의 무지함이 안타깝다.
하얀 옷의 린델 편에선 커런트 레드와 고르곤 화이트의 한 판 대결이었는데 아직까진 커런트 레드의 압승! 그리고 늘 본능과 주먹이 앞섰던 에큐도, 이제 상식과 이성으로 중무장한 모습도 보여주니 한결 안심이다. 탄탈롯 가의 공작 작위는 결단코 에큐가 이어야 한다. 여왕도 등장한 마당에 여자 공작이라고 못 나올까.
그나저나 여러모로 등장하는 여장 남자들, 남장 여자들. 독자 서비스로도 나쁘지 않다. 이야기의 흐름뿐 아니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