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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 - The Scam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주식을 소재로 한 범죄 스릴러 영화. 출연진도 맘에 들었고, 소재도 다소 신선했고, 여러모로 기대가 되는 작품이었다.
영화 시작 한 시간 전에 집에서 발생한 불미스런 일이 아니었다면 아주 흔쾌히 관람한 영화가 됐을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몹시, 아주 심각하게 나쁜 일이 있었고, 그 바람에 영화를 보는 건 가시방석이었고, 그렇다고 영화표를 날리는 것도 짜증스러웠고, 여러모로 아주 심란했다. 그 시간에 계속해서 울리던 내 핸드폰처럼.
모처럼 김무열까지 다 잡힌 주연 배우들 모습이다. 워낙에 연기파 배우들인지라 걱정할 일이 없었고, 박용하는 온에어 때부터 부쩍 연기력이 좋아졌다는 느낌이다.
일확천금을 노리며 주식 세계에 뛰어든 박용하는 카드를 무작위로 발급받아 돌려막기를 했지만 결국 다 쪽박 차고, 한강으로 방향을 잡는다. 죽을 생각도 있었는데, 죽지 않기로 결심하고, 주식 공부 돌입. 5년 만에 이익을 보는 입장으로 전환했다.
전직 조폭이었던 박휘순과 그의 똘마니 노릇을 하고 있는 서울대 졸업의 자긍심을 갖고 있는 김무열. 주식을 조작해서 크게 한 건 하려고 했는데, 그것이 초짜로 보이는 박용하에게 덜미잡혀 실컷 '작전' 쓰다가 엄한 놈에게 돈 몰아주고 말았으니.
입조심만 했더라도 좋았을 것을, 설레발을 치는 바람에 조폭 사무실에 끌려간 박용하. 이때부터 이들의 악연이 시작된다.
박휘순은 가만 보면 조폭 역할을 좀 많이 했다. '얼렁뚱땅 흥신소'에서도 조폭이었고, '세븐 데이즈'에선 조폭스런 비리 형사로 나왔다. 한 인상 해주어서 그런 것일까?
그런데 이번 영화에서의 조폭 연기는 좀 식상했다. 박휘순의 이름 값에 기대하는 색다른 맛은 별로 못 느낀 듯.
"오케이~ 거기까지!"가 나름의 명대사..-_-;;;;
김민정은 정부 고위층들의 검은 돈을 흔적 없이 투자해 주고 세탁해 주는 투자 전문가로 나오는데, 미모는 여전히 훌륭했다. 얼마 전 아역 스타 중 잘 자라 준 배우 1위에 뽑혔다는데 내 생각도 같다. 어찌나 예뻐주시는지!
저렇게 불편해 보이는 정장을 아주 매끄럽게 소화해 내는데, 치마를 입어도 바지를 입어도 참 예쁘더라.
김민정도 이번 영화에서의 연기는 평범한 수준이었다. 캐릭터가 그다지 입체적이지 않기 때문에 특별난 연기력을 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건 박휘순의 배역과도 마찬가지지만 시나리오가 소재의 신선함에 비해 좀 평이했던 까닭이 아닐까 싶다.
그런 면에서 제일 연기가 좋았다 싶었던 건 바로 김무열!
허파에 바람 잔뜩 들어간, 허세 덩어리 오만한 펀드 매니저.
그 똑똑한 머리로, 그 잘 나가가는 녀석이 범죄 조직과 손잡고 더러운 돈에 목숨거는 모습이 참 씁쓸했다.
굳이 비교하자면, 공부 잘하고 엘리트 코스 잘 밟아가다가 정치판에만 들어서면 바보가 되는 여러 국회의원을 보는 듯한 느낌?
왜 욕심 조금 버리고 즐겁게 살지 못하고 과욕을 부리다가 신세 망칠까나.
김무열은 드라마 일지매에서 미워할 수 없는 귀여운 악역으로 나왔는데, 여기서는 정말 사악한 캐릭터를 소화해냈다. 적당히 쿨해 보이지만 사실은 검은 속셈을 지닌 나쁜 놈으로 분한 김무열에게 조연상 하나 줘야 되지 않을까? 볼수록 연기파 배우다. 다음엔 뮤지컬에서 제대로 만나보고 싶다!
영화는 스릴러 영화답게 적절한 긴장을 보여주면서 절정을 향해 치달아 간다.
그러나 '마린보이' 얘기하면서 썼지만, 엔딩이 마음에 들지 않아 좀 고깝기는 했다.
영화에서도 나오듯이, '되는 놈만 된다.', '안 되는 놈은 안 되게 되어 있다.'라고 광고하는 느낌이 들어서 말이다.
잘못하면 패가 망신할 수도 있지만, 억세게 운 좋으면 작품 속 박용하처럼 인생 대박날 수도 있다~ 이런 메시지가 귀에 울리는 것 같았다.
메시지야 알아서 새겨 듣는 것이고, 자기 인생길은 자기가 판단해서 개척해 나가는 거지만, 영화들의 결말이 점점 이런 식으로 모아지는 것은 불편하다. 메시지 자체도 그렇지만 한국 영화의 다양성을 위해서도 말이다.
거의 대부분의 영화들이 실컷 심각하다가도 마지막엔 꼭 '코믹'을 집어넣고는 웃으면서 끝낸다. 시나리오 강의에 마무리는 이렇게 해라~라고 적혀 있는 것일까? 그런 마무리가 어울리는 영화도 물론 있지만......
어쩌면, 그날 내게 있었던 불미스런 일 때문에 영화에 대한 감상이 더 불편해졌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내 감정이 달랐다고 해서 바람직하지 않은 메시지가 좋은 메시지로 바뀔 것 같지는 않다.
무튼, 영화는 재밌다. 연기도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