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린보이 - Marine boy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알라딘 시사회 당첨으로 보고 온 영화다. 이 날은 개인적인 일로 감정이 온통 물러버려서 툭 치기만 해도 바로 눈물이 뚜둑 떨어지던 날이었다. 그런 날에 보기엔 전혀 적당하지 않은 영화였지만, 기왕에 당첨되었으니 보고 오자며 대한극장으로 고고씽. 영화보다도 극장을 더 맘에 들어했다는 후문이 있다.(개인적으로 대한극장을 사랑한다.) 

사실 난 주연배우 김강우가 굉장히 약하다고 생각했다. 

마찬가지로 박시연도 임팩트가 강한 배우가 아니었고, 배우만 생각한다면 조재현 외에는 봐줄 게 없다고 생각했다.(영화 보고 나서도 그 생각엔 크게 변함이 없다. 쿨럭!) 

이 영화는 관전 포인트를 김강우의 다부진 몸매와 박시연의 섹시함에만 초점을 맞추었는데, 그거 외에는 그닥 내세울 게 없었기 때문이란 생각이 든다.  

저 근육 만드느라 몹시 고생했겠단 생각이 들었지만, 멋진 몸매 보여주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멋진 영화를 만들어야 하는 게 우선이었다. 그 점에 있어서 이 영화는 너무, 허술했다. 

주인공 김강우는 수영 강사다. 도박으로 크게 한 몫 잡아서 필리핀의 멋진 섬으로 날아가 놀고 먹고 천국처럼 지내는 게 꿈이었는데, 마지막 한 판에서 밑천 다 날릴 뿐 아니라 사채 빚까지 썼으니, 오호 통재라~  

그 빚을 다 갚아주는 대신 심부름 하나 하라고 조재현이 내킨 카드가 바로 '마린 보이'다. 

마약을 신체에 미리 넣어서 무사히 일본으로부터 옮기는 것인데, 여태까지 마린보이가 살아남은 적이 없다고 한다. 비닐에 싸서 실에 꿴 것을 일일이 먹어서 나중에 토해 내기. 혹은 항문에 끼어서 운반하기 등등의 방법이 있는데 모두 부작용이 심했고, 결정적으로 사람이 다 죽었단든 것. 김강우로서는 달리 다른 방법이 없는 까닭에 여기에 응할 수밖에 없었는데, 조재현을 잡으려고 하는 경찰 쪽의 이중 스파이 노릇까지 하게 된다. 

제작진은 나름대로 반전에 반전을 준비한 시나리오인 듯한데 많이 부족했다. 충분히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에 긴박감도 없고, 마지막에 가선 완전 코미디로 전향해버리는, 실로 우스운 영화였다.  




대체 조재현이 왜 여기에 출연했을까 싶은 '아까움'이 가득했고, 다만 박시연은 연기력이 좀 나아진 듯 보였다. 클럽에서 노래 부를 때 직접 부른 건지 립싱크인지 모르겠는데, 그 노래 참 분위기 있고 좋더라. 박시연은 중국에서 먼저 데뷔를 했는데, 나의 사랑 초은준의 부인으로 나와서 한국에서 알려지기 전부터 눈길을 끌었던 배우다. 심지어 전에 여의도에 갔다가 박시연 인터뷰 때문에 지나가지 못하게 스텝이 붙잡아서 실랑이 벌였던 에피스드도 있다.ㅎㅎ 

암튼, 박시연은 '퇴폐적인' 분위기가 제법 잘 어울렸는데, 그것도 미모가 따라주니 가능한 게 아닐까 싶다. 

영화는 지들끼리 치고 받고 싸우다가 죽을 사람은 죽고 살 사람은 다 살아남는데, 몹시 '불의한' 결말을 끌어내어서 심사가 불편했었다. 

그러니까 전에도 한 번 얘기했지만, '범죄의 재구성'에서 그 주인공들이 또 다시 사기치면서 '신나게' 살며 마치 해피 엔딩인 척하는 그런 결말 말이다. 사람 잡고, 사람 죽인, 사람 망치는 저 마약으로 환상의 섬에서 호의호식하는 주인공이라... 이건 사행심을 조장시키고 일확천금을 강요하는, 퇴폐적인 결말이 아닌가. (영화 '작전'의 결말도 비슷하다. 무척 맘에 안 드는 요즘 영화들의 엔딩 추세다!) 

'재미'를 위해서, 나름의 '전개'를 위해서 그렇게 마무리한다는 것은 알겠는데 여간 씁쓸한 게 아니었다. 아주 신나게 재밌던 것도 아니었는데, 이렇게 '부도덕한' 결말은 지양했으면 한다. 설령 노파심이라고 해도 말이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호인 2009-02-25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의 영화에 대한 식견에 동의합니다. 저는 마린보이, 마약, 섹스 등과 관련한 소재의 진부함에 이 영화는 힘들겠다라는 선입견까지 있었습니다. 다만, 작전은 영화 최초(?)로 주식을 소재로 했고 제가 주식과 많은 관계가 있었기에 꼭 보고싶어 본 영화였답니다. 나름 탄탄한 소재와 짜임새 있는 구성이 좋았고, 주식을 아는 사람들에게는 공감대를 형성하기에 충분했던 영화였습니다. 주관에 따라 감흥은 다르겠지만요. ㅎㅎ ^*^

마노아 2009-02-25 11:41   좋아요 0 | URL
영화 작전은 재밌게 보았어요. 마린보이하고는 격이 좀 다르죠. 그런데 마무리를 보면서는 씁쓸했어요. 되는 놈만 된다!라고 가르쳐주는 것 같아서요. 장점이 많은 영환데 마무리가 씁쓸해서 아쉬웠답니다.

프레이야 2009-02-26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강우를 좋아해서 봤어요. 그런대로..
조재현의 연기는 워낙 좋은 편이라 기대했지만 뒤로 갈수록 약해지는 듯..
오프닝은 산뜻하더이다.

마노아 2009-02-27 00:19   좋아요 0 | URL
오프닝에서 일단 눈길을 확 사로잡았지요.
조재현씨는 엔딩에서 그렇게 가버리는 바람에 엄청 황당했어요. 무슨 논개도 아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