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자루의 보은 - 초등학생 그림책 6
크리스 반 알스버그 글 그림, 서애경 옮김 / 달리 / 2005년 5월
평점 :
품절




마법 빗자루가 천 년 만 년 하늘을 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마법 빗자루도 나이를 먹는데 차츰 기능이 떨어진다고 보면 되겠다. 그런데 어느 날, 이런 일은 정말 드물지만, 마법 빗자루가 마녀를 태우고 날아가다가 그만 땅으로 곤두박질을 쳐버린 것이다. 어느 쌀쌀한 가을 밤에 말이다.  



떨어지는모습도 너무 그림 같이 아름답다. 크리스 반 알스버그의 그림은 세밀화를 연상시키고 또 점묘화도 연상시키는데, 마치 컴퓨터로 그린 것 같은 정밀함에 감탄에 감탄을 하게 한다. 마녀의 얼굴이 나오지 않아서 이 장면에선 상상을 하게 된다. 얼마만큼 예쁘거나 혹은 늙은 마녀일까, 이런 생각. 


마녀가 떨어진 곳은 남편을 잃고 혼자 된 미나 쇼라는 과수댁이 살고 있는 집이었다.  

마녀는 채마밭에 떨어져 피멍투성이가 되어 몸을 추스를 수도 없을 지경이었다. 덜컵 겁도 났지만 정 많은 과수댁은 마녀를 집안에 데려와 침대에 누이고 쉬게 해주었다.  

마녀는 커튼을 닫은 채 시커먼 망토로 몸을 꽁꽁 감싸고 하루 낮 하루 저녁을 죽을 듯이 잤다. 그리고 한밤이 되어 깨어났을 때는 이미 피멍 따위는 씻은 듯이 사라지고 없었다.  

마치 아래에서 위를 보며 사진을 찍은 듯한 컷이다. 게다가 이 마녀, 왜 이렇게 섹시해 보이는지! 

마녀는 미련 없이 자신을 추락시킨 빗자루를 버린 채 친구 마녀를 불러내어 휭하니 가버린다. 그래도 도움 준 미나 쇼에게 고맙단 말 한 마디는 남겨주지... 칫!  



그리고 이날부터 홀로 남은 빗자루의 묘기(?) 대행진이 시작된다. 빗자루는 저 혼자서 일어나서 부엌 바닥을 쓰는 것이 아닌가. 과수댁이 놀라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처음엔 까무러치게 놀랐지만, 차차 이 빗자루가 선한 의도로 돕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빗자루는 제법 머리를 쓰며 일을 했다. 그저 비질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제 몸을 이용해서 갖은 재주를 부린다. 이를 테면 이런 거다! 




닭 모이를 척척 주고, 장작도 씩씩하게 패고, 심지어 피아노도 친다. 물론 한 손가락(?)으로 치는 거니까 멜로디 연주에 그치지만, 그래도 지친 심신에 얼마나 큰 위로가 되겠는가. 사람도 아니고 빗자루가 연주를 해주는데! 

그런데 이웃에 이렇게 신기하고 재미난, 게다가 행운이 겹친 일이 생기면 꼭 시기하는 무리가 생겨나기 마련이다. 이웃에 사는 스피베이 씨가 그랬다. 자식이 무려 여덟 명이나 있는데 아이들도 아버지 닮아 못되기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스피베이 씨는 빗자루가 못마땅해 죽겠다. 요물이니, 요망하다느니, 욕을 하기 일쑤. 아이들도 빗자루를 못살게 군다. 만약 빗자루의 행운이 자신의 것이었다면 절대 그럴 리 없겠지만, 과수댁에 떨어진 이 행운을 그는 참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 빗자루가 어떤 빗자루인가! 비록 마법이 떨어져 마녀를 추락시키긴 했지만, 마술을 쓰던 빗자루가 아니냔 말이다. 그러니 철부지 아이들이랑 깨갱깽 개쉐이 녀석 하나 쯤이야.... 



어딘지 모를 곳으로 날아간 저 강아지 녀석 하나 때문에 사단이 난다.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던 스피베이 씨가 기어이 이 빗자루를 사냥하러 온 것! 힘없는 과수댁이 무슨 재주로 이 사내를 막겠는가. 결국, 빗자루는 마녀사냥 당하듯 화형장의 이슬(?)이 되고 마는데...... 

그렇다면 이대로 빗자루는 끝이 난 것일까? 영영 이별일까? 화려한 부활은 없을까?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오밤중에 숲을 배회하는 빗자루 귀신이 있다고 하는데, 무려 하얀 빛을 띄우고 있는 것이 마치 귀신 같다나 뭐라나.

정말로 빗자루 귀신, 혹은 도깨비가 있는 것일까? 빗자루의 은혜 갚기는 이대로 끝인 것일까?

궁금하다면 뒷이야기는 책으로 확인해 보자.  

이 책을 쓰면서 크리스 반 알스버그는 자신의 친구 '모리스 샌닥'에게 바친다며 책을 열었다. 

아, 동화책을, 멋진 그림책을 선물하는 사이라니. 이 얼마나 근사한 일인가. 모리스 샌닥도 알스버그에게 그림책을 선물했는지는 모르겠다. (했다면 좋겠다. 내가 볼 수 있다면 더 좋겠다!) 

세피아 빛 톤을 계속 유지하는 그림인데 묘하게 따뜻하고, 묘하게 신비롭고, 묘하게 재미난 그림이다. 책의 맨 뒤에는 크리스 반 알스버그가 그림책으로 얼마만큼의 돈을 벌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언급되는데 입이 딱 벌어지는 수준이었다. 놀라워라! 

유명해서 좋은 책이 아니라, 좋아서 유명해진다는 것을 알스버그는 실력으로 입증해버렸다. 영화 쥬만지는 보지 못했지만 동화 쥬만지는 꼭 챙겨보리란 결심을 다시 새기게 하면서.


댓글(6)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호인 2009-02-23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법에도 소멸시효가 있다는 얘기로군요. 마법의 빗자루 소멸시효 전날 것을 탓다가는 조용히 가는 수도 있군요. ㅋㅋ

마노아 2009-02-23 17:29   좋아요 0 | URL
마법의 세계에도 '유통기한'은 꼭 지켜야만 합니다. ^^

후애(厚愛) 2009-02-23 1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나게 읽고 있는데 요기서 뚝 끊어 버리시면 어쩐데요.~ㅎ
그림이 살아있는 것처럼 보여요. 그래서 마법 빗자루가 책속에서 튀어 나올 것만 같아요.^^

마노아 2009-02-23 17:29   좋아요 0 | URL
오, 이미지 바꾸셨군요. 작가분이 그림을 참 멋지게 그리지요? 알스버그의 책은 모두 매력있어요~

프레이야 2009-02-23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주 좋아하는 그림책이에요^^ 그림도 너무나 매혹적이구요.
두어해 전 서평을 써서 아파트 소식지에 실었더랬지요.^^
호이호이 마법빗자루 한 번 타보고 싶지요~~

마노아 2009-02-23 17:29   좋아요 0 | URL
호이호이 마법빗자루, 저도 타보고 싶어요. 마녀 배달부 키키도 생각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