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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아저씨 손 아저씨 ㅣ 우리 그림책 1
권정생 지음, 김용철 그림 / 국민서관 / 2006년 2월
평점 :
책 표지의 왼쪽 위쪽에 점자로 무언가 새겨져 있다. 책 제목이 아닐까? 플래쉬를 끄고서 찍었더니 회색으로 보인다. 아이보리 색 표지인 것을...;;;;
표지를 열면 닫혀 있는 문이 열린다. 당장 문고리를 잡고 문을 열어버리고 싶게 만드는 문이다.
윗마을 길 아저씨는 다리가 불편했다. '아저씨'라고 부르기가 미안할 만큼 어린 인상이다.
길 아저씨의 부모님이 계실 때는 잘 보살펴 주셔서 그런대로 살아갈 수 있었다.
아랫마을 손 아저씨는 태어날 때부터 두 눈이 보이지 않는다. 손 아저씨 역시 다 자랄 때까지 부모님의 보살핌으로 살아왔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 두 아저씨의 부모님이 모두 세상을 떠나시고, 길 아저씨와 손 아저씨는 홀로 남겨지게 되었다.
두 다리를 쓸 수 없는 길 아저씨는 방 안에 꼼짝 않고 앉아서 울어버렸다. 막막하고 무섭고 두려웠을 것이다.
아저씨의 그림자가 굽어져서 아저씨를 들여다 보는 듯하다.
부모님이 하늘 나라에서 아저씨를 내려다 보았다면 몹시 마음이 아팠을 것이다. 눈에 밟혀서 어찌 눈을 감으셨을까.
반면 눈은 불편해도 걸을 수는 있는 손 아저씨는 더듬더듬거리며 동냥을 나섰다. 이웃집 할머니로부터 길 아저씨 소식을 들은 손 아저씨는 할머니의 도움으로 길 아저씨의 집을 방문. 서로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함께 힘을 모아 어려움을 이겨나가기로 결심!!!
다리가 튼튼한 손 아저씨가 길 아저씨의 걸음이 되어주었고, 손 아저씨의 어두운 눈 대신 길 아저씨가 길잡이가 되어주었다.
두 사람은 함께 동냥을 나섰고,
함께 일했고, 함께 돈을 벌었다. 두 사람의 얼굴에 밝은 기운이 번져 있다.
필시 이웃들도 그들의 눈과 발이 되어 많은 도움을 주었을 것이다.
그렇게 봄이 가고, 여름이 가고, 가을이 가고, 겨울이 가고... 많은 세월이 흘렀다.
두 사람은 남에게 기대지 않고도 살 수 있을 만큼 형편이 펴졌고,
마침내 결혼에도 골인! 두 사람의 각시들이 몹시 예쁘다. 맨 앞에서 눈이 되어주는 각시, 맨 뒤에서 발이 되어주는 각시.
나란히 집 짓고 여전히 의좋게, 예쁘게, 멋지게 살아가는 아저씨네들!
이야기를 마치며, 활짝 열린 저 문이 맞아준다. 마음의 문도 활짝 열릴 것만 같은 구도다.
권정생 선생님의 글들은 대체로 어디서 들어봄직한 옛 이야기가 많다. 그래서 식상하거나 그래서 실망스러울 일은 없다. 익숙함 속에서 새로운 멋과 맛뿐 아니라 따뜻한(뜨거운이 아니라) 교훈과 감동을 늘 선사해 주시니까.
김용철 작가님 그림인데 '훨훨 간다'로 두 분이 호흡을 맞추셨는데, 이번 그림도 글과 함께 잘 어우러져 독자를 즐겁게 한다.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며 함께 살아가는 두 사람의 마음씀이를 배워야 하겠다. 그 마음이 사무치는 오늘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