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땅에 핀 초록빛 꿈 삶과 사람이 아름다운 이야기 7
클레어 A. 니볼라 글.그림, 김정희 옮김 / 베틀북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이제 초등학교에 입학할 준비를 하고 있는 조카를 위해 언니는 위인전 읽히기에 열심이다.  

어저께 '숲 속에서'로 나를 감동시켰던 클레어 A. 니볼라의 글과 그림으로 케냐의 왕가리 마타이를 만났다. 



왕가리가 태어나서 자란 케냐는 초원이 넓게 펼쳐진 아름답고 평화로운 나라였다. 어린 마타이는 땔감을 모으기 위해서 여기저기 돌아다녔지만 무화과나무 가지는 줍지 않았다. 케냐에서는 무화과나무를 신성하게 여겨서 땅에 떨어진 가지라도 땔감으로 쓰지 않았던 것이다.  

땔감을 다 모으면 시내로 가서 물고기를 잡고 반짝이는 개구리 알을 모아 둥글게 원을 만들며 놀았다. 

(아, 서울 촌뜨기는 개구리 알이 반짝인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굉장히 작을 것 같은데 둥글게 원을 그렸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나???) 

 

(캠퍼스가 단정하고 정겹다. 수녀님들의 검은 옷자락이 신선하게 보인다. 건물과 풀밭의 색깔이 보색에 가까운 대비인데도 잘 어우러진다. 작가님이 색을 참 잘 쓰는 듯!) 

스무살이 되어 마타이는 미국에 있는 한 대학에 진학하게 되는데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사건이었다. 마타이는 생물학과 다른 학문들을 열심히 공부했다. 베네딕트 수도회에서 운영하는 대학이었는데 수녀님들은 마타이에게 이타적인 삶에 대한 가르침을 주셨다.  

자신이 배운 것을 고국을 위해 다시 쓰기로 결심하고 돌아온 마타이는 깜짝 놀라고 만다. 떠날 때의 케냐가 아니었던 것이다. 



온통 황폐해지고 가난해진 케냐의 충격적인 모습. 심지어 신성시하던 무화과나무까지도 모두 잘려 나가고 개울은 바싹 말랐고, 개구리도 개구리 알도 모두 사라져버렸다.  

굶주림은 병을 낳았고, 건강하지 못한 아이들에겐 건강하지 못한 삶이 악순환처럼 되돌아오고 있었다.  

여자와 아이들이 땔감을 찾아 한참을 걸어 다녀도 온통 사막처럼 변한 땅에서는 땔감을 구할 수가 없고, 남자들은 일자리를 찾아 멀리 떠나버렸다. 사람들에게서 웃음을, 미래를, 희망을 찾을 수가 없게 되었던 것. 

마타이는 팔을 걷어부친다. 당장 필요한 것. 지금 당장 해야만 하는 것, 미래를 바꿔 갈 그 행보란 바로 나무 심기였다. 



사람들을 불러모으고 설득하기 시작한다. 지쳐있던 사람들에게, 희망이라곤 도저히 찾지 못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나무가 하루 아침에 당장 자라는 식물도 아니고 눈앞에 보이지 않는 열매를 제시하며 그들을 설득시키는 일이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마타이는 시작했다. 그리고 노력했고, 마침내 사람들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기서도 사람들의 치마와 무늬가 눈에 들어온다. 저마다 개성적이고 그 나름대로 멋진 패션 스타일. 가난한 사람들이라고 해서 꾀죄죄한 옷차림으로 묘사하지 않은 게 좋다.) 



마타이는 나무를 다치게 하지 않고 씨앗을 채취하는 법과 땅을 갈고 거름 만드는 법을 직접 보여주었다.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한 게 많이 도움이 되었나 보다.  

적어도 우리나라보다는 나무가 빨리 자랄 것 같다. (다행히도!) 

여자들은 손으로 땅에 구덩이를 팠고, 양동이로 물을 퍼내 머리에 얹고 날랐다.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마타이와 사람들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나무 심기에 도전한다.  




마침내 남자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책 속에서 묘사되진 않았지만 여자들이 나무를 심겠다고 했을 때 어쩐지 훼방꾼 노릇이나 하고 냉소적인 모습만 보여주지 않았을까 상상해 보았다. ;;;; 

더디긴 했지만 땅에는 변화가 생겼다. 나무에 열매가 맺혔던 것! 

사람들은 나무 한 그루를 베면 나무 두 그루를 심었고, 직접 키운 나무의 열매를 따먹고, 쑥쑥 잘 자라는 농작물도 키웠다. 

땅은 점차 기름져지고 사람들은 더욱 건강해졌다.  

남자들은 자기 아내와 어머니, 딸들이 해낸 일을 보며 존경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마타이는 학교에 가서 학생들에게 나무를 나누어 주고 나무 키우는 법을 설명했다. 

감옥도 가고 군대도 찾아가서 사람들을 설득했다.(케냐의 지도를 확인하세요!) 

   
 

여러분의 손에는 총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데는 총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온 나라에 바람도 불지 않고 물도 사라지고 있습니다. 

오른손에는 총을 쥐고, 왼손에는 나무를 드십시오. 

그래야 나라를 지키는 진정한 군인이 될 것입니다.

 
   

이렇게 시작된 마타이의 그린벨트 운동은 케냐뿐 아니라 아프리카 전역에 퍼졌고 30년이 넘게 나무와 나무,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며 계속되고 있다.  



"나무가 없으면, 땅은 살려 달라고, 옷을 입혀 달라고 애원합니다. 땅에 옷을 입혀 주어야 합니다. 땅은 초록색 옷을 입어야 합니다." 

그녀의 힘있는 외침이 결국 기적을 만들어 냈다. 무수한 사람들이 거기에 동참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결국 왕가리 마타이는 2004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개발 지상주의를 외치는 정부의 탄압도 받았지만 꿋꿋하게 맞서 싸운 그녀의 행보에 박수를 보낸다. (개발 만만세를 외치지 않는 정부를 꿈꾼다!) 

마지막으로 마타이의 노벨 평화상 수상 소감을 옮겨 본다.  

신은 지구를 창조할 때 가장 마지막으로 인간을 만들었습니다. 신은 알고 있었습니다.
인간을 맨 먼저 만들면, 화요일이나 수요일쯤 죽을 것임을.
월,화,수,목,금요일에 뭔가 만들어 놓지 않으면, 인간은 살 수가 없다는 것을 말입니다.
인간에게는 맑은 물, 깨끗한 공기, 땅이 주는 여러 가지 것들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인간은 지구의 마지막 날까지 다른 생명들과 조화롭게 살 의무가 있습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꿈꾸는섬 2009-02-11 0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너무 좋은 책이에요. 기회가 되면 봐야겠어요.^^

마노아 2009-02-11 01:13   좋아요 0 | URL
두루두루 권장할 책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