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에서 비룡소의 그림동화 130
클레어 A. 니볼라 글 그림, 김기택 옮김 / 비룡소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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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엉이와 보름달'일 읽으면서 나를 감동시킨 것은 '성장'을 위한 '통과의례'였다. 우리 모두가 언젠가는 부딪쳤던, 또 언젠가는 부딪쳐야 할 그 과정을 아이들에게 친절한 그림과 따스한 글, 그리고 감동으로 전달해 주는 이런 책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김재홍 작가의 '숲 속에서'와 똑같은 제목이지만 느낌은 너무나 다른 클레어 니볼라의 '숲 속에서'를 만나본다. 



따뜻한 집의 풍경이다. 안정과 안락과 보호의 느낌이 꽉 차 있다. 주홍색과 파란색의 보색 대비도 예쁘게 정착되어 있다. 액자 속 인물들의 모습이 모두 쥐다. 쥐가족, 쥐 마을인 것이다. 이들의 작은 키를 고려할 때 천장은 한없이 높구나. 난 천장 높은 집이 좋은데. 



주인공 친구가 걷기 시작하는 마을 안의 모습. 손바닥처럼 훤한 길들. 곳곳에 아는 사람들이 있고, 아는 길목에, 익숙한 풍경이 들어 차 있다. 이 안에서는 예상못할 위험이나 두려움, 공포 따위는 없을 것만 같다.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과 안심의 무게.  

그런데 그 무게를 내려놓고, 낯섬과 불편함, 그리고 두려움의 세계로 발을 디뎌본다. 바로 마을 너머 먼 숲 속으로. 



망설임과 두려움으로 뒤를 돌아본다. 점처럼 작아진 마을이 눈 앞의 숲보다 더 가까울 것만 같은데...... 

지금이라도 돌아서 저곳으로 돌아가야 할 것만 같은데...... 

여기까지 와서 되돌아 갈 것인가, 아이는 선택의 순간을 맞는다.  


마침내 고민과 갈등 끝에 도착한 숲의 입구.  

높다랗게 자라 있는 나무 앞에서 내 모습은 작기 그지 없다.  

저 거대한 세계로 과연 내가 들어가도 되는 것일까. 

그 안에서 나는 안전할까. 

나는 저 안에서 무엇을 만날 것인가. 

그리고 되돌아올 수 있을까. 

내가 알던 밝고 따뜻한, 무엇보다도 안전한 세계로 말이다. 

자, 새로운 세계로 한걸음을 내딛는다. 

두렵다. 귓가를 스치는 소리 한자락에도 화드드 놀랄 수밖에 없다.  

쿵쾅쿵쾅 뛰는 가슴의 박동 소리. 무언가 나를 덮치는 것 같고 나는 땅에 곤두박질 치고 만다. 울고 싶고 도망치고 싶고, 되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을 때, 가만히 모든 것을 멈추고 조용히 주변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여기는 어디인가. 내 눈앞에 무엇이 펼쳐져 있는가. 내가 있는 곳은 정말 위험한 곳인가. 자, 용기를 내어 마주해 보자! 


눈을 떠 보니, 내 코가 닿은 곳은 깃털처럼 부드럽고 조그마한 이끼의 숲.  

나뭇잎 사이로 햇살이 빗줄기처럼 쏟아져 내려와 등을 따듯하게 간질인다. 

부드러운 바람은 내 몸을 여유있게 휘감는다. 

나는, 살아 있다. 나비가 날개를 폈다 접었하 하는 이곳에서. 

마치 수호천사처럼 나를 보호해 주는 곳에서. 

안전한 마을에서 바라볼 때는 무섭고 두렵고 어둡기만 한 그 숲 속에는, 사실 놀라운 세계가 있었던 것이다. 나의 집처럼 따뜻하고 안락한, 그리고 멋지기까지 한.  

두려움의 문을 열고, 용기의 한 발자국을 내딛었을 때 마주친 또 다른 세계.  

그 안에서 아이는 성장을 한다.  

이제 눈을 들어 그 숲을, 그 세계를 바라보며 감상하고 즐긴다. 느낀다. 




이토록 아름다운 세계. 이토록 신비로운 세계. 온 세계가, 이토록 경이로운 자연이, 이토록 넓은 우주가 나를 향해 손짓한다.  

나를 만나 반가웠다고 노래한다.  

아이가 만나는 집과 가족 밖의 세계를 그려본다. 그 세계는 무서워보이기도 하고 위험해 보이기도 하고, 어두워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한 발자국을 내딛어 정면으로 마주한 세계는 전혀 다른 길을 보여주기도 한다.  

우리의 인생 길이 그럴 것이다. 새로운 도전과 새로운 만남, 새로운 세계에 대한 설레임과 기대를 상기시켜 보자. 우리가 마주친 모든 '첫날'에 대해서.  




집으로 돌아오는 아이의 눈에 비친 마을의 모습이다. 처음 숲으로 향할 때의 그 무서운 길은 안락한 집으로 따뜻한 길로 바뀌어 있다. 어둡고 침침했던, 깊은 구멍같던 숲은 천진하게 웃을 뿐이다. 붉게 가라앉는 태양, 그리고 푸르게 빛나는 별까지, 모든 게 하나로 어우러져 아름답기만 한 이 풍경. 평화로운 이 정경. 

이제 숲에 들어서기 전의 아이와 숲을 다녀온 뒤의 아이는 전혀 다른 모습일 것이다. 그것이 성취고 만남이고 도전이고 인생이다.  

언제고 자신의 아이에게, 또 다른 사람에게 전달해 줄 숲의 비밀, 이름, 아름다움, 그것들을 또 기대해 본다. 우리의 인생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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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9-02-08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이런 따뜻하고 부드러운 그림을 좋아하는데 그림 속에서 살고 싶네요.

마노아 2009-02-09 00:06   좋아요 0 | URL
따뜻하고 부드러운 그림! 딱 맞아요. 저도 저 속에 들어가고 싶어요. 너무 아름답네요.

순오기 2009-02-09 0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성장의 통과의례 그림책, 쥐돌이의 모험이 끝난 후 바라보는 세상은 얼마나 경이로울지 상상이 될 듯해요.^^

마노아 2009-02-09 10:32   좋아요 0 | URL
그래서 모험과 도전, 성장은 늘 붙어다니다 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