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 날도 어김 없이 날이 밝았다. 어제부터 나의 팬이 된 조카 녀석이 아침부터 문을 두드리며 굿모닝을 외친다.  

일찍 깨어 책을 보다가 녀석의 부름에 나도 굿모닝을 외치며 거실로 나간다.  

오늘도 아침 식사 준비 2시간. 대체 뭘 먹이려고???? 

2시간 동안 조카 밥 먹이느라 쫓아다니고 그러다가 실패하고, 다시 장난감 갖고 놀기를 반복, 드디어 식탁 앞에 앉았다. 

아, 오늘의 메뉴는 어제보다 업그레이드 됐다. 

밥+된장국+무 생채+김+김치+도라지 무침(추가!!!)  

아아, 그러니까 2시간 동안 준비한 밥상에 추가된 것은 진정 도라지 무침 하나구나..ㅜ.ㅜ 

전날 산 뚝배기는 자세히 보니 뚜껑이랑 짝이 안 맞았다. 여긴 신기하게 뚜껑 값을 따로 받는다. 오후에 슈퍼 가서 바꾸기로 결정. 

아무튼 이날 아점도 나는 식탁에서 먹다가 지상으로 하강. 조카 녀석과 밥이 코로 넘어가는지 목으로 넘어가는지 모르게 삼켰다. 단, 남기지는 않고 다 마셔야 함! 

밥 먹고 나서 조카 옷 갈아입히는데 또 30분. 그리고 외출. 이번엔 어디로 가나 싶었는데, 황푸강을 가로지르는 다리에 안착. 여기선 강 주변의 높다란 빌딩들이 잘 보인다. 



난 저 건물들을 저녁에 올라가서 상하이의 야경을 볼 줄 알았는데, 이렇게 다리 위에서 건물들을 올려보기만 했다.  

그래서 풍광이 좋았냐고? 아, 강물이 너무 똥물인 거다. 색깔도 시커멓고 부유물도 너무 많고, 결정적으로 냄새가 난다.  

그래도 명절이라고 사람은 새까맣게 많고, 오마니는 벌써 지친 기색.  

조카는 그 와중에 신이 났다. 아빠가 사준 장난감 쥐가 재밌었던 것이다. 



저 녀석은 한국 돈으로 400원 정도 하는 녀석인데 아이디어 상품이다. 부직포 안에 돌을 고무줄로 비틀어 감아놓고 실로 연결해 놓았다. 그래서 실을 쭈욱 당겼다가 놓으면 발발거리고 기어간다. 아이 키에 맞춘 거라 줄이 짧은데 암튼 제법 재밌었다. 

오빠가 한국 조카들 주라고 두 개 더 사줬다. 이 녀석들은 한국에 도착해서 꺼내 보니 압사되어 이미 장렬히 전사한 뒤였다. 이후 다시 기어다니는 모습 보지 못함..ㅡ.ㅡ;;;; 



날씨가 좋았는데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온다. 보아하니 내일 쯤은 비가 올 것처럼 보였다. 원래 상하이는 비가 많이 오는 동네라고 한다. 기온이 더 떨어지면 그게 눈이 되겠지만 눈이 될 만큼은 춥지 않으니까 거의 비가 되어 내리는 것. 

사진을 못 찍기도 했지만 날이 캄캄해서 영 어둡다. 강물 반대편은 백 년도 더 되는 오래된 건물들이 즐비하다. 우리나라에도 백년 쯤 되는 건물들이 몇 채 있긴 하지만 몇 개 없고, 그나마도 많이 부수고 보존을 잘 못하는데, 여긴 오래된 건물을 잘 지켜낸 듯하다. 리모델링을 한 건물들도 있는데 대개 자기 건물들이 언제 처음 세워진 건지 정문에 표시되어 있다. 천팔백년대 건물도 보이더라. 





이 날도 어김없이 조카 녀석 낮잠 몰려올 때 잠투정 한 판. 그래서 집으로 귀가하려는데, 한국에서 나의 지인이 부탁한 육포를 파는 백화점을 발견한 거다. 인민광장 역 근처의 레이플 시티. 여기 지하 1층 매장의 '비첸향' 육포가 그리 맛나다고 사와달라는 부탁.   



(쇠고기, 닭고기, 돼지고기 맛이 있는데 시식해 보니 돼지고기가 제일 나은 듯. 가격은 39권. 우리 돈 7800원. 진공포장된 훈제 육포인데 세장 들어 있다. 쥐포 좋아하는 나의 큰 씨스터를 위해 하나 더 샀는데 안 좋아하더라.ㅡ.ㅡ;;;;)

새언니와 나만 내려서 육포를 사고 점심용 간식을 사기로 했다. 

언니랑 오빠는 서브웨이 샌드위치를 먹고 엄마랑 나는 핫도그 선택. 계산은 각자 했다.(칫!) 

그리고 나서 베이비 용품 큰 매장에 가기로 했는데 오빠랑 잠든 조카는 먼저 집으로 가고 기사님이 우릴 데릴러 다시 오기로 결정. 

베이비 샵은 쉬는 점포가 많았다. 완구점과 옷가게가 대부분인데, 옷은 그닥 땡기는 게 없었고, 장난감은 터무니없는 가격을 부를 때가 많았다. 그 와중에 건진 몇 가지. 



공중으로 던지면 옆의 공처럼 색깔이 뒤바뀐다. 언제 망가질까 좀 걱정이 되긴 하지만 아이디어가 좋다. 




프랑스 개선문도 구입했는데 그건 이미 우리 집 큰조카 손에 쥐어주었고, 아직까지 내가 갖고 있는 녀석은 타워브릿지와 3D퍼즐. 

모두 알라딘에서 구입 가능한 녀석들. 

근데 살 때는 싸다고 생각해서 구입했는데 한국 와서 따져 보니, 배송비 빼면 한국 가격이랑 차이가 없다. 저 녀석들은 하자가 있어도 반품도 안 되는데...;;;; 

우리나라랑 단위가 너무 다르다 보니까 이런 실수가 자주 발생..ㅠ.ㅠ 

그밖에 상하이 조카를 위한 마카 세트와 자동차 시리즈 구입.  

언니가 자꾸 만지작거리길래 같이 구입했다. 하하핫...;;;; 

돌아오는 길에 다시 슈퍼에 들러서 찬거리랑 김치 재료 구입.  

엄마는 바다 건너 와서까지 김치 담그게 생겼다는! 

새언니가 김치 담그는 법 배우고 싶다고 해서 그리 됐다. 사먹는 김치 비싸서 아마 두 부부는 손 떨려서 못 먹을 게다.  

집에 돌아와 보니 그새 오빠는 집정리를 말끔히 해놓고 있었다. 일해 주시는 분들이 평소라면 청소를 다 해줬을 텐데 명절이라고 휴가를 준 거였다. 손님도 오고 하니까 주말에나 오시라고. 그 덕분에 줄줄이 설거지는 내 차지였단 얘기는 앞에서 했지??? 

TV 채널이 볼 게 정말 없었다. 영어로 말하는 건 디스커버리 채널이랑 CNN뿐이었고, 한국 방송은 당근 없었고.  

엄마는 김치 담을 그릇이 없다고 다시 한 번 장을 보길 원했는데, 오빠랑 엄마만 가기로 했다. 걸어갈 거리라고 해서 갔는데 찾는 물건은 없고, 둘은 대화 안 되고, 그래서 새언니한테 전화해서 새언니가 통역하고! 

그렇게 해서 울 엄니가 새언니에게 주는 선물은 락앤락 3개. 사이즈도 작은 데 그게 우리 돈으로 6만원이다. 허헛, 중국은 공산품이 비싸다던데 그런 예인가?? 사려고 했던 쟁반은 없어서 못 구입.  

아무튼 이후 밥 씨리즈는 세끼 연속 육개장이라는 걸 밝힌다. 울 엄니 육개장이 맛나긴 했지만 세끼 연속이라니(버럭!) 

난 가끔 조카의 에그 스크램블을 뺏어먹으며 니모를 찾아서를 관람했다.  

녀석이 잠들고 난 다음엔 엄마와 함께 '그놈 목소리' 시청. 근데 이 짝퉁 dvd가 사운드가 너무 안 좋아서 대사가 잘 안 들린다. 한국에서도 별로 관심가는 작품이 아니었는데, 역시나 재미 없더라. 

밖에서는 저녁부터 밤 늦게까지 불꽃쇼가 진행됐다. 소리는 계속 나는데 워낙 건물들이 높아서 잘 보이지는 않는다. 

근데 웃긴 건 꼭 내가 설거지 할 때, 샤워할 때 제일 멋드러지게 쇼를 해서 내가 도착하면 다 끝나고 없다는 사실. 

그래서 소리만 계속 듣고 정작 쇼는 못 보았다. 물론 내가 원한 쇼는 불꽃 쇼가 아니라 서커스 쇼였지만! 

그렇게 상하이에 도착한 3일째 밤이 끝난다. 가서 뭐 했냐고? 그게 다다! 똥물 흐르는 다리 위에서 빌딩들 올려다 본 것. 불꽃쇼는 못 보고 소리만 들은 것. 조카랑 영어 동화책 줄기차게 읽은 것! 

한국에서라면 인터넷이라도 하지... 오빠네 집엔 컴퓨터가 네 대나 됐지만, 어쩐지 쓰겠다는 말은 안 나오더라. 쓰고 싶다고 하면 쓰라고 했겠지만 참기로 했다. 가끔은 컴퓨터와 떨어진 삶도 좋을 것 같아서. 알라딘이 궁금하긴 했지만. 

근데 중국은 인터넷이 너무 느려서 오빠가 컴쓸 때 보니까 익스플로러 창 띄워놓고 잠시 딴 짓을 해야 창이 켜지는 수준이다. 회사컴도 이렇게 느리냐고 하니까 그렇지 않다고. 하긴, 그랬다면 업무가 마비됐을 거다.  

아무튼 이제 굿나잇이다. 상하이에 오고 절반의 시간이 흘렀다. 제길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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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09-02-04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하이가 아름다운 곳이네요. 빌딩들도 깔끔하게 보이고 말입니다. 그래서 점수를 후하게 줄려고 했는데 강물이 똥물이라고 하시니 점수를 좀 많이 뺐습니다.~ㅎㅎㅎ 그리고 사진으로 보니 관광객이 무척이나 많네요. 그 곳에도 한국마트가 있나요? 저는 그게 궁금하네요.^^ 육개장은 제가 좋아하는 음식인데 매일 매일 끓여 주면 잘 먹을텐데...아~ 갑자기 배가 고파집니다.~ㅋㅋㅋ

마노아 2009-02-04 15:23   좋아요 0 | URL
빌딩들이 인상적이었어요. 디자인이 독특해요. 똑같은 게 없고 다 제 개성을 갖고 있더라구요. 계획 도시라서 그게 잘 되어 있나 봅니다. 명절 기간이어서 사람이 많았는데, 덕분에 도로는 좀 한산했어요. 평소 도로 사정은 굉장히 붐빈다고 하네요. 저런 다리 위는 차량을 통제하니까 사람만 억수로 많지요.
저도 육개장 좋아해요. 근데 내리 3끼는 좀 질릴만 해요. 게다가 해외 나가서까지...ㅠ.ㅠ

Kitty 2009-02-04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하이 건물 사진은 정말 멋지네요. 여행기 너무 재밌어요 ^^
저는 중국에 좀 트라우마(?)가 있어서 일평생 별로 가고 싶지 않은 나라인데 저렇게 사진을 보니 또 혹해요 ㅎㅎ
그나저나 '계산은 각자 했다.' <- 이게 정녕 실화인가요? ㄷㄷㄷㄷㄷ

마노아 2009-02-04 15:49   좋아요 0 | URL
저의 우울한 여행 이야기가 키티님께 재미를 주었다니 진정 보람찹니다. 그런 보람이라도 있어야지요.ㅎㅎㅎ
상하이는 더 찾아보면 예쁜 골목, 카페, 골동품점 등등 볼거리가 많을 것 같은데 전 책속에서만 보고 현장에서는 별로 못 만났어요.
똑같이 서브웨이 샌드위치를 골랐으면 아마 언니가 같이 계산했을 것 같은데 다른 메뉴를 고르니까 알아서 계산하라고 하던걸요.ㄷㄷㄷ

다락방 2009-02-04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하.

서브웨이 샌드위치 맛나요 ㅋㅋ

마노아 2009-02-04 16:44   좋아요 0 | URL
저도 좋아해요~ 근데 빵이 딱딱해서 엄마가 드시기엔 안 좋을 것 같았어요. ^^

순오기 2009-02-04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도대체 그럼 왜 초대했대요?
식사비 따로 계산하면서 마노아님이 사간 물건들은 값을 주지 않던가요?
계속 이런 식이라니 이젠 짜증나려고 해요~~ 자기들이 엄마 덕 볼려고 초대한 거 같아요.ㅜㅜ
던지면 뒤집히는 공, 나도 일본 갔을 때 사왔어요. 이웃의 와일드보이 주려고 했는데 우리 애들이 가져버렸어요.ㅋㅋ

마노아 2009-02-04 20:56   좋아요 0 | URL
'초대'와 '선물'의 의미가 우리랑 다른가봐요.ㅡㅡ;;;;
일본에서도 그 공이 인기였나봐요. 일본 환율로는 후덜덜이에요. 저도 선물 주려고 조카것 말고 하나 더 샀는데 막 제가 갖고 싶은 거 있죠. ^^

bookJourney 2009-02-04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0분 거리에 살면서 시시때때로 보는 가족도 아닌데 ...
마노아님, 정말 착한 것 같아요. 이쯤되면 저는 화냈을 것 같은데요. ㅠㅠ

마노아 2009-02-04 20:57   좋아요 0 | URL
안에서나 밖에서나 날 물로 보는 사람이 좀 많더군요..ㅜ.ㅜ
어떤 의도나 악의가 있어서가 아니라 무심한 것 같아요. 굉장히 실례라는 걸 모르는 듯 했어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