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노희경 지음 / 김영사on / 2008년 12월
구판절판


그대여,
이제 부디 나에 대한 죄책감에서 벗어나라. 사랑에 배신은 없다. 사랑이 거래가 아닌 이상, 둘 중 한 사람이 변하면 자연 그 관계는 깨어져야 옳다. 미안해할 일이 아니다. 마음을 다잡지 못한 게 후회로 남으면 다음 사랑에선 조금 마음을 다잡아볼 일이 있을 뿐, 죄의식은 버려라. 이미 설레지도 아리지도 않은 애인을 어찌 옆에 두겠느냐. 마흔에도 힘든 일을 비리디 비린 스무 살에, 가당치 않은 일이다. 가당해서도 안 될 일이다. 그대의 잘못이 아니었다. 어쩌면 우린 모두 오십보백보다. 더 사랑했다 한들 한 계절 두 계절이고, 일찍 변했다 한들 평생에 견주면 찰나일 뿐이다. 모두 과정이었다. 그러므로 다 괜찮다. -24쪽

나는 요즘 청춘들에게 이런 말을 자주한다.
"나는 나의 가능성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섣불리 젊은 날의 나처럼 많은 청춘들이 자신을 별 볼일 없게 취급하는 것을 아는 이유다. 그리고 당부하건대, 해보고 말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해도 안 되는 것이 있는 게 인생임도 알았음 한다.
근데 그 어떤 것이 안 된다고 해서 인생이 어떻게 되는 것은 또 아니란 것도 알았음 싶다. 매번 참 괜찮은 작품을 쓰고 싶고, 평가도 괜찮게 받고 싶어 나는 애쓰지만, 대부분 내 기대는 허물어진다. 그런데 나는 100%가 아니지만, 70%는 괜찮다고 생각한다. 뭐 어쨌건 밥은 먹고 사니까. 그리고 그 순간엔 나름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니까. 자기합리화라 해도 뭐 어쩌겠는가. 자기학대보단 낫지 않은가.-38쪽

참 묘하다.
살아서는 어머니가 그냥 어머니더니,
그 이상은 아니더니,
돌아가시고 나니 그녀가
내 인생의 전부였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그녀 없이 세상이 살아지니 참 묘하다. -64쪽

'너무 잘난 사람들하고만 어울려 놀지 마, 희경 씨.'
'책 많이 읽어, 희경 씨.'
'버스나 전철 타면서 많은 사람들을 봐, 희경 씨.'
'재래시장에 많이 가, 희경 씨,
그곳에서 야채 파는 아줌마들을,
할머니들 손을, 주름을 봐봐, 희경 씨,
그게 예쁜 거야, 희경 씨.'
'골프 치지 마, 희경 씨. 대중목욕탕에 가, 희경 씨.'
'우리 자주 보지 말자, 그냥 열심히 살자, 희경 씨.'
'대본 제때 주는 작가가 돼, 희경 씨.'
-136쪽

애정결핍이란 말은
애정을 받지 못해
생기는 병이 아니라
애정을 주지 못해
생기는 병.
-144.5쪽

그 누구도, 친구 아니라 부모와 형제도
나 자신만큼 소중할 순 없고,
목숨을 담보로, 재물을 담보로,
그 어떤 것을 담보로 의리를 요구하는
친구는 친구가 아니다.
늘 친구의 편에 선다는 것이 반드시 옳진 않다.
주고도 바라지 않기란 참으로 힘이 들다.
살다 보면 친구를 외롭고 괴롭게 버려둘 때가
허다하게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구가 되는 것이 친구다. -145쪽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꿈꾸는섬 2009-01-09 0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에 와닿는 것만 잘도 골라놓으셨어요. 마노아님^^
일찍 변했다한들 평생의 찰나, 맞아요. 게다가 어머니...참 많이 공감이 되네요.

마노아 2009-01-09 01:58   좋아요 0 | URL
드라마 작가니 달필인 것은 당연한데도, 여전히 감탄스러워요.
그리고 노희경 작가인 만큼 더 공감도 가구요. ^^

프레이야 2009-01-09 0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정결핍의 정의가 와닿네요.^^

마노아 2009-01-09 01:58   좋아요 0 | URL
그 의미를 되새겨 보아요. 스스로에게 주어야 할 메시지들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