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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오는 밤 - 공원지기 퍼시 아저씨 시리즈 1 ㅣ 공원지기 퍼시 아저씨 시리즈 1
닉 버터워스 지음 / 사계절 / 2000년 3월
평점 :
절판

공원지기 퍼시 아저씨는 동물들과 사이가 좋다. 점심 식사도 같이 나눠먹는 절친한 사이.
사람 좋게 생긴 퍼시 아저씨는 누구에게라도 기꺼이 자기 것을 나눠줄 것만 같은 인상이다.
따뜻한 표지의 그림에서 느낀 것보다는 그림에서 주는 인상이 약하다. 색이 묽고 선은 지나치게 가늘다.
그래서인지 추운 겨울로 묘사하고 있지만 그림 밖의 나에게까지 추위가 느껴지지 않고, 여름에 겨울 컨셉의 무언가를 찍은 듯한 그런 느낌이다. 그렇다고 그림이 엉망이란 소리는 아닌데, 기대보단 좀 약했단 소리.
그럼에도 내용이 훌륭하니까 문제될 건 없다!


똑똑똑~ 잠들라 하던 찰나 문 두드리는 소리. 추위에 떨던 다람쥐 한마리가 추위를 녹이게 해달라고, 잠자리를 부탁한다.
언제나 넉넉한 인심을 가진 퍼시 아저씨가 거절할 리가 없다. 기꺼이 자신의 침대 한켠을 내준다. 너무도 자그마한 다람쥐와 둘이 눕기에는 충분히 넓은 침대. 이제 포근하게 잠이 들면 될 것 같은데...
다시금 울리는 똑똑똑, 문 두드리는 소리!


그렇게 다람쥐의 뒤를 이어 퍼시 아저씨의 오두막을 찾아오는 숲속 동물들...
토끼 두 마리, 몸을 잔뜩 웅크린 여우 한 마리, 그리고 오소리와 오리 두 마리, 고슴도치와 생쥐 가족까지...
정말 춥긴 추운가 보다. 모두들 염치 불구하고 퍼시 아저씨의 집을 찾았으니...
그러나 어쩌랴. 퍼시 아저씨의 침대는 이들 모두를 수용하기엔 턱없이 좁고 작은 것을.
이리 뒤척 저리 뒤척, 엉키고 설키어 결국 침대에서 똑 떨어지고 말았으니...
헌데! 이때 마룻바닥에서 들리는 정체 모를 소리 하나.
동물들은 모두 바짝 긴장하고 만다! 어떤 괴물이 마루를 뚫고 나오는가보다 모두 혼비백산!
저마다 숨을 자리 찾아서 쏙쏙 빠르게 움직이는데...

알고보니 불청객은 두더쥐 한 마리!
그런데 이게 웬일! 저마다 숨는다고 숨은 곳이 모두의 가장 안락한 잠자리였네!
이제 퍼시 아저씨도 제대로 잠을 잘 수 있게 되었다.
가장 늦게 도착한 두더쥐 손님이 퍼시 아저씨의 침대 한쪽을 차지하는 영광도 누리게 되었다.
시리즈가 있는데 책의 내용이 따스하고 이 겨울에 안성맞춤이다. 몇 년 전에 품절(사실상 절판!)이 된 것을 보니, 이제는 전집에 계약으로 묶인 것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원래 전집으로 나오면 단행본은 더 이상 출간이 안 되는 건가????)
그리고 수상(?)하게도 역자 이름이 없다. 번역하신 분은 얼마나 섭섭하실까!
상대가 동물이든 사람이든, 추운 겨울 날에 내 것을 나누어 함께 따스함을 나눌 수 있는 온기를 지닌 사람. 그럼 마음가짐. 쉽지 않고 흔치도 않은 것 같아 부끄럽다.
내일은 기온이 뚝 떨어질 모양새인데 마음까지 같이 얼어붙지 않기를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