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평화를 꿈꿔요 지식 다다익선 11
유니세프 지음, 김영무 옮김 / 비룡소 / 199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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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나의 야곱과 만나던 날, 전쟁과 평화에 관한 동화책을 모으고 있다고 했다. 왜 그런 책을 모으냐는 질문에, 바로 대답이 떠오르지 않아서 그냥, 이라고만 말을 했다.

정말, 나는 왜 그런 책들을 모았을까.

전쟁은 누구나 끔찍하다는 것을 알고 있고, 평화는 누구나 고대하는 것이라는 것을 우린 모두 이성적으로 알고 있다. '이성적으로는'.

그 가치를, 어린아이의 감성으로 이해하고 싶었다. 어린이들에게 이 끔찍한 만행과, 이 소중한 가치를 어떻게 전달하는지, 그러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지 알고 싶었다. 그런 마음으로 하나 둘 동화책을 사 모았다. 이 책도 그 중의 하나다.

옛 유고슬라비아 어린이들의 눈에 비친 전쟁의 모습을, 아이들이 직접 그린 그림과 글로 표현하고 있다.

'지금 여기에는 아무도 없는 것만 같아요'에서 박노해씨가 아이들에게 시도했던 바로 그 그림 치유. 그 작업이 이 책에 놓여 있다.

살아남았기에 이런 그림과 글도 쓸 수 있었겠지만, 그들은 전쟁의 그 상흔을 '기억'으로 올곧이 품고 있어야 했다. 그건 공포이자 절망이었고 동시에 죄의식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상처 입은 아이들의 영혼을 어루만져주는 작업을 유니세프에서 도왔고, 세계 15개국에서 공동 출판으로 뜻을 모았다. 우리나라에선 비룡소가 그 역할을 감당하였다. 책의 수익금은 모두 유니세프 기금으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아이들을 위해 쓰여진다고 했다.

이 책, 출간된 지 십 년이 넘었다.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고, 아직도 고통과 절망에 신음하는 아이들이 곳곳에서 울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이 과거의 한 시점이 아니라 지금도 진행형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무너진다.

죄많은 어른들이 일으킨 전쟁으로 더 이상 아파하는 아이들이 없기를 소망하며, 나 역시 평화를 함께 꿈꿔본다.



'전쟁'이라는 제목의 그림이다. 즈보니미르라는 이름의 2살 아이의 그림. 두살짜리 아이의 눈에도 전쟁은 이렇게 끔찍했다.

고작 두해를 살았던 이 아이에게 세상은 전쟁으로 먼저 다가왔다. 이 끔찍함을 어떻게 보상받을까, 어떻게 지울 수 있을까.



'기억'이라는 제목이다. 온통 어둡고 어두운 집들. 폭격과 화재가 난무한 그 잔해가 아이의 기억이다. 아이는 고작 12살이다.

이제 아이에게 주어진 이름은 '난민'이다. 난민의 기억을 안고, 전쟁을 담고 살아야 할 아이의 마음의 빚을 어찌할까.



"아빠, 전쟁에 나가지 말아요"

그림의 제목이다. 14살 라트코의 아빠는 전쟁터에 나가서 총을 들었을지도 모른다. 우리를 이렇게 만든 적도 무섭지만, 내 아빠가 마찬가지의 사람이 되는 것 역시 공포스러운 일이다. 아빠의 다리를 붙잡는 아이의 절박함이, 그 절망감이 가슴을 친다. 아이의 현재 입장은 '갈 곳 없음'으로 적혀 있다. 이 아이는 지금은 어디에선가 머리 쉴 곳을 갖게 되었을까...



"파괴된 집과 나무들"

부서진 집이 꼭 해골같고, 나무에서 잘려 나간 가지들이 꼭 손발 같다.

열 살 소년에 비친 집과 나무들. 갈 곳 없는 이 아이에게 저 황량함은 얼마나 춥고 배고픈 모습일까.



"엄마와 아기"

엄마의 모습이 꼭 뭉크의 절규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엄마의 표정을 꼭 닮은 아이의 모습도 눈에 밟힌다.



'공포'라는 제목이다. 11살 소년의 눈에 잡힌 공포의 형상. 수많은 사람이 죽고, 도망치는 모습, 아귀처럼 마구 잡아 먹는 전쟁이라는 실체. 그건 관념적인 언어가 아니라 실재였으며, 또한 현실이었다. 그래서 더 비극적인...



"나의 꿈"

아이의 꿈은 고작 이 정도다. 축구를 하고 TV도 볼 수 있는 그런 평화롭고 일상적인 삶.

전쟁만 없다면, 무기만 없다면 아이의 꿈은 너무도 쉬운 것일 텐데, 그 꿈이 너무도 멀기만 하다.

그 누가 무슨 자격으로 아이들의 이 소박한 꿈을 앗아가는 것일까.



다행히도 아이들은 치유 과정에서 많이 호전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순간순간 그 눈망울에 공포의 그림자가 다시 드리울 수 있을 것이다.

전쟁이 완전히 사라지는 그 날에 이 아이들은 진정 해방을 느낄 수 있을까.



이 아이들의 마음을, 건강한 미소를 호기심 가득한 눈망울을 지켜줘야 할 책임이 우리 모두에게 있다. 다른 사람이 아닌 우리 모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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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8-11-24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이 참 좋네요

마노아 2008-11-24 18:29   좋아요 0 | URL
진심이 담겨서 그런가봐요.

다락방 2008-11-25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하고, 보관함에도 넣고!

마노아 2008-11-25 14:04   좋아요 0 | URL
전쟁과 평화 관련 동화 중에 양서가 참 많은 듯해요. 리스트로 함 만들어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