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리뷰] 앤서니 브라운 그림책 리뷰를 올려주세요~ 5분께 2만원 적립금을 드립니다.
너도 갖고 싶니? 웅진 세계그림책 124
앤서니 브라운 글 그림, 허은미 옮김 / 웅진주니어 / 200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신간 동화를 제 값 다 주고 구입한 게 오랜만인 듯하다. 최근엔 거의 중고샵에서 붙어 살았으니.

새벽에 언니가 주문 리스트를 보내왔는데 배송료가 붙는 가격이었다. 배송료를 없애기 위해서 다른 책을 포함시켜야 했는데, 자꾸 이 책이 걸렸다. 앤서니 브라운의 책이었고, 미리보기로 본 그림이 너무 재밌었고, 네꼬님 추천도 있었고, 알사탕도 갖고 싶었고, 이벤트도 참가하고 싶고, 이유가 너무 많았다. 그래서 바로 주문! 당일로 배송 받았다. ^^

표지 그림에 주인공 샘과 제레미가 나온다. 심드렁한 표정의 샘과 달리 잔뜩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는 노랑머리 제레미의 표정이 재밌다.



산책 중인 샘 앞에 새 자전거를 타고 와서 끼익 멈추는 제레미. 그리고 대답이 필요 없다는 듯 뻐기며 묻는다.

"너도 갖고 싶지?"

샘은 모자를 쓴 건지 머리카락인지 구분이 잘 안 간다. 성격상 그냥 머리일 것 같은데 심하게 더벅머리다.

그나저나 벽돌 옆에 신기한 녀석들이 숨어 있다.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책에서 볼 수 있는 즐거움 중 하나다. 잔뜩 귀를 기울이고 있는 두 개의 귀, 그리고 날개같은 뿔 사이에 손까지 솟은 정체 모를 짐승 하나. 그리고 빨랫줄 옆에 세워진 하수구통도 깜찍한 얼굴을 하고 있다. 어릴 때 내가 좋아했던 초코렛 '돈돈돈'이 떠오른다. 그건 갈색이었지만.



샘은 제레미가 자전거 타는 모습을 잠자코 지켜본다. 핸들도 잡지 않고 한껏 잘난척 하던 제레미의 다음 모습은 책 오른쪽 귀퉁에서 상상할 수 있다. 아이고, 많이 아프겠네.

초록 문과 창문을 잘 살펴보면 또 재밌다.

문의 윗쪽 유리창에 비친 그림자에 변화가 생긴다. 뭔가가 날아가고 굴뚝 위로 또 뭔가 솟는 것 같은 그림. 게다가 가운데 문 홈은 이빨까지 생기고 말았다.

창문을 보자. 안경쓴 뾰족 코 할머니가 있던 자리에 꽃을 문 소가 보인다. 혹시, 미친 소???

신발에 꽂혀 있던 꽃송이를 소가 먹었나보다. 눈썹까지 섬세하게 그려져 있다. 창틀에 놓인 화분은 색깔과 배치가 바뀌었고, 그 짧은 사이에 선인장이 자라서 줄기가 세 개가 되었다.

맨 위쪽 창문을 들여다 보는 재미도 심심치 않다.  꼭 나무 기둥 같았던 것이 왕자 식스팩을 자랑하는 근육질 복근이 되었고, 졸음에 겨워하던 고양이는 어느새 강아지로 바뀌어 있다. 대체, 이 마법같은 배경들에는 어떤 조화가 일어난 것일까.

어쨌든 우리는 샘을 도발시키려는 제레미의 행보를 좀 더 지켜보자.

공원으로 가는 샘의 머리를 강타한 것은 축구공. 이번에도 제레미다. 새 축구공을 갖고 놀면서 빠지지 않는 한 마디를 던진다.

"너도 갖고 싶지?"

혼자 할 수 없는 축구 놀이인지라, 둘은 같이 축구공을 갖고 노는데, 제레미는 공을 자꾸 놓쳤다. 샘의 독무대를 지켜볼 수 없던 제레미는 반칙도 불사, 힘껏 슛을 날린다. 그러나 아차!

얼굴이 붉어져서 달려오는 공원지기 아저씨의 누런 이빨에는 송곳니까지 친절하게 표시되어 있다.

왼쪽 팔의 완장엔 푸른 나무가 그려져 있고, 손가락에 낀 반지는 시계 기능도 갖고 있다. 

도망가는 제레미의 반대 방향으로 관심 없다는 듯 지나치는 샘이 여유로운 옆모습이 보인다.

앤서니 브라운이 그렇게 쓴 것인지, 번역을 기막히게 잘 한 것인지, 공원지기 아저씨가 화가 나서 쫓아왔다! 라는 식의 평이한 서술을 하지 않는다. 대신, "공원지기 아저씨는 그다지 기분 좋아 보이지 않았죠."라고 쓴다. 그렇지만 이미 우리는 그림에서 공원지기 아저씨가 많이 화가 나서 제레미가 잡히면 크게 혼이 나겠구나...라고 짐작할 수 있다. 사건은 커졌지만, 이야기를 서술하는 목소리는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고 흥분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독자는 그 엇박자가 오히려 더 조화롭게 느껴져 재미가 한층 커진다.



축구공 사건에서 좌절할 수 없다. 제레미의 다음 도전은 봉투 가득 담긴 막대 사탕이다.

진열장으로 보이는 사탕의 종류도 다양하고 하나같이 당장이라도 먹고 싶은 알록달록 예쁜 색깔들이다.

자, 이제 샘에게 던질 제레미의 한 마디를 같이 해보자.

"너도 먹고 싶지?"

그렇지만 제레미는 혼자서 다 먹어치워버렸다. 볼이 미어지도록 사탕을 가득 물고도 손에 또 사탕을 들고 있는 제레미.

그렇지만 샘은 별로 상관않는 듯한 눈치다.

이제 우리는 재미있는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을 좀 더 뜯어보자.

빨랫줄에 걸린 빨래들을 보자. 맨 앞의 신호등 색깔의 팬티 세장엔 알파벳 X, Y, Z가 새겨져 있고, 슈퍼맨의 심볼 S마크는 B로 바뀌어 있다. 그리고 슈퍼맨이 아닌 클라크가 쓰는 안경도 걸려 있다. 그 옆에 널려 있는 파란 바지에는 발이 빼꼼 나와 있고, 그 옆의 초록 셔츠에는 양말 넥타이가, 초록 모자 밑에는 심지어 '초록 수염'도 걸려 있다.

그리고 그 다음 속옷에서 가장 많이 웃었다. 브래지어인데, 가슴 가리개가 무려 '3개'다. 뿐이던가. 줄무늬 양말 두 켤레는 줄에 걸려 있지만, 나머지 짝꿍들은 줄 위를 '걸어가고' 있다.

이제 울타리를 살펴보자. '개조심'이라고 적혀 있지만 그 뒤에는 고양이가 있고, 왼쪽 그림의 문짝 위에는 막대 초콜릿이, 그리고 샘의 뒤쪽에는 양복입은 손가락 표시도 보인다. 내가 미처 찾지 못한 더 재미있는 어떤 것들이 분명 더 숨어있을 것만 같다.



혼자서 욕심 사납게 사탕을 다 먹어버린 제레미의 얼굴이 슈렉이 되어버렸다. 앉아있는 의자의 무늬가 꼭 제레미의 뱃속 사정 같다.

마을을 벗어나 숲으로 가는 샘. 공간의 변화를 반으로 뚝 갈라서 보여주는데 샘이 그 경계가 되었다. 도시와 자연의 경계가 나눠지는데 색깔은 아주 두드러지게 사용하진 않았다.

그런데 오른쪽 숲의 정경에 나오는 나무의 기둥이 심상치 않다. 배꼽과 그 위에 근육같아 보이지 않나?

숲에 들어선 샘은 평소와 달리 화들짝 놀라게 되어 표정의 변화를 보여주는 장면이 나온다. 대체 누가 등장한 것일까? 앤서니 브라운의 전작들을 많이 본 사람이라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림들이 모두 너무 재미있어서 더 찍고 싶었지만, 궁금증을 위해서 남겨두었다.

이후로도 샘과 제레미의 '밀고 당기기', 사실은 제레미의 '삽질'이 계속 이어진다. 그림 곳곳에 숨어 있는 마법같은 장치도 물론이다.  그리고 그때마다 제레미는 '너도 갖고 싶지? 너도 보고 싶지? 너도 가고 싶지? "이러면서 샘을 자극시키지만, 샘의 반응 역시 늘 한결같다.



제레미의 '신상품'이 없어도, 샘은 이미 충분히 재밌고 즐거운 친구들이 많기 때문이다. 저 깊은 숲속을 들여다 보자.

숨은그림찾기라도 하듯이 숲 곳곳에 숨어 있는 놀라운 친구들이 보이는가. 달팽이, 고양이, 토끼, 멧돼지, 거북이, 양, 말, 사슴, 악어, 개구리, 올빼미, 뱀, 들쥐 등이 보인다. 좀 더 들여다보면 더 비밀같은 마법이 눈에 띌지도 모르겠다.

초록과 빨강의 보색 대비가 싱그럽다. 이 와중에도 딴짓하고 또 샘을 놀려줄 무언가를 계획하는지 제레미의 노랑 발이 한끝에 보인다. 제레미야, '신상품' 말고, '친구'를 만들렴. 너도 갖고 싶니? 라고 묻지 말고 '함께 놀자!'라고 말하렴. 그럼 분명 너도 즐거워지고 친구도 즐거워질 거야.

그림 보는 재미도 우수하지만, 책을 읽고 샘과 제레미의 입장으로 얘기를 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제레미가 왜 얄미워보이는지,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지도 들어보면 아이들의 반응이 듣고 싶어진다.

눈에 보이는 제레미의 반짝반짝 빛나는 새 물건보다, 누구나 보지 못하는,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샘의 환상적인 세계가 더 탐이 난다. 그 세계를 헤엄칠 수 있는 아이들의 예쁜 세계를 들여다 보고 싶다. 그 길을 이 책이 조금씩 안내해줄 듯하다.

원래도 좋아했지만, 앤서니 브라운! 더 좋아지고 있다. 이 책 좀 더 오래 갖고 있고 싶은데 내일은 조카가 가져가겠구나. 흑!

ps. 늘 핸드폰 꼬진 카메라로 찍다가 DSRL(이렇게 쓰는 것 맞던가?)로 찍으니 해상도 차이가 이렇게 다르구나. 용량이 커서 사이즈 줄이기까지 해야 했던...


댓글(2)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08-10-30 10: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0-30 10:3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