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을 타고서 지원이와 병관이 1
고대영 지음, 김영진 그림 / 길벗어린이 / 2006년 3월
장바구니담기


누나 지원이는 유치원생 병관이를 데리고 할머니 집에 가야 하는 미션을 수행하게 되었다.
할머니 집에 가려면 지하철을 타야 한다.
엄마와 함께는 자주 다녔지만, 단 둘이서 지하철을 타는 것은 처음 있는 일!
지하철 역에 다다르기 전에 본 강아지 친구들.
비염 때문에 키울 수 없지만 아쉬움이 가득하다.
유리창에 꼭 붙은 손바닥에서 호기심과 열망이 느껴진다.

지하철 안 쪽에서 잡은 컷!
이 넓고 막막한 곳으로 단 둘이 내려가야 한다는 두려움과 긴장감이 그림 속에 제대로 묻어 있다.
그러면서도 바깥에는 노란 은행나무 잎이 떨어지는 평화로운 풍경과 햇살이 퍼지는 모양까지 섬세하게 잡아내었다.
이래서 김영진 작가의 그림을 좋아한다니까. ^^

말썽쟁이 병관이가 자꾸 누나 손 안 잡고 쌩하니 달려나가서 지원이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자리를 잡고 앉아서 노선도를 보고 몇 구역을 가야 하나 세어보고 있다.
주변의 승객들은 모두 흐릿하게 그렸고, 두 아이만 선명하게 그려내어 시선이 집중되는 효과를 보여준다.

지하철이 지상으로 올라왔다.
지하철 안으로 쏟아지는 햇살의 느낌이 따스하다.
수다를 떠는 사람들, 하품하는 사람들, 이미 잠든 사람들, 휴대폰을 보는 사람들 등증, 지하철의 군상이 자세하게 묘사되었다.

지하철을 무사히 갈아타고 나니 이제 좀 안심이 되는 두 남매.
오른쪽 끝에 보이는 문 밑에 강아지 한마리가 눈에 띈다.
게다가 바닥엔 잔디가 덮이기까지?
뒷장에서 뭔가 수상한(?) 일이 벌어질 것 같은 예감이 잔뜩 든다!

아니나 다를까. 여기는 별천지!
지원이는 두리번거리며 긴장감이 약간 느껴지지만, 병관이는 이미 이 세계에 완전히 푹 빠졌다.
아까 애견센터에서 본 강아지 친구들이 모두 이곳에 있다.
둥근 달님, 노오란 은행나뭇잎, 그리고 지하철 손잡이 타고서 타잔 흉내내는 불독 친구까지!
그림 하단의 강아지들은 지하철 창밖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근사한 꿈의 나라다!

이 장면이 참 재밌었다.
병관이는 옆좌석 아저씨 팔짱을 끼고 잠들어 있고, 아저씨도 세상 모르고 주무시고 계시다.
광고판에는 불독이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있고,
지하철 문과 바닥엔 여전히 꿈 세계에 있을 강아지 친구들이 호기심 가득한 맑은 눈망울로 승객들을 보고 있기까지.

무사히 목적지에 내렸지만, 앞서 달려가는 병관이 때문에 지원이만 가슴을 쓸어내리게 한다. 혼자서 횡단보도도 건너가 버리고 저만치 달려가는 말썽쟁이 병관이,
아흐, 차들의 속도감이 느껴져서 병관이가 더 위태롭게 보인다.
내가 누나래도 애타고 화나고 어찌할 바를 모를 것이다. 그러니 지원이라고 다르겠는가!

할머니 집에 무사히 도착하자마자 와락 울음을 터트려 버린 지원이.
그리고 분노의 발차기 한방!
병관이 너! 누나한테 너무 심했어!

'노래하는 볼돼지' 이후 팬이 되어버린 김영진 그림 작가와, 고대영 작가의 만남이었다.
사실적이면서 해학적이고 동시에 판타지 느낌까지 주는 예쁜 그림책이었다.
아이의 긴장감과 호기심, 안도감 등등이 적나라하게 표현되어서 아이들도 감정이입이 잘 될 듯하다.
내 후년 쯤이면 큰 조카가 둘째 조카 데리고 이렇게 지하철을 혼자 탈 수 있을까? 세상이 험해서 그리 보낼 수가 있을지...ㅠ.ㅠ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람돌이 2008-10-19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못보낼 것 같아요. ㅎㅎ
이 책 우리 아이들이 참 좋아하는 책이에요. 아이들 표정이 정말 재미있죠? ^^
대문에 다현이 사진 너무 예뻐요. 조카죠? 전에 마노아님 사진도 멋지더니...

마노아 2008-10-19 23:28   좋아요 0 | URL
초등 고학년은 되어야 하지 싶어요. 아이가 길을 헤맨다거나 정거장을 놓칠까가 문제가 아니라 진짜 세상이 험해서 보낼 수가 없는 것 같아요ㅠ.ㅠ
다현이 사진 이쁜가요? 우헤헷, 핸드폰에도 이 사진인데 대문에도 걸어봤어요. 보고 있으니 흐뭇한 거 있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