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빌딩 사이를 걸어간 남자 - 2004년 칼데콧 상 수상작 I LOVE 그림책
모디캐이 저스타인 글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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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쁘띠는 외발 자전거를 타고 묘기를 부리는 거리의 곡예사였다.
고향 노트르담 사원의 첨탑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며 춤까지 추었던 그는,
쌍둥이 빌딩 사이에 줄을 매고 묘기를 부려야겠다는 계획을 세운다.

빌딩 사이의 거리는 대략 40미터. 친구들의 도움으로 줄을 매다는데,
한밤중에 시작된 이 작업이 보통 일이 아니었다.

무거운 전선을 끌어당기는데 무려 세 시간이나 걸렸다.
그들이 준비를 다 마치기도 전에 동이 트고 말았다.

이 책의 기발한 편집이 도드라진 부분.
책 날개를 펴면 필립이 외줄을 건너는 장면이 작게, 대신 넓은 배경과 함께 깊게 드러난다.

책 날개를 접으면 필립이 크게, 돋보이게 눈에 들어온다.
원근법의 미학을 살렸다.

뒷장은 세로 그림이다.
지하철에서 나오던 어떤 여자가 빌딩 사이를 걷는 필립을 발견하며 화들짝 놀라고 있다.

책 날개를 펼치면 필립을 가리키는 그녀의 새빨간 손톱이 눈에 들어오고 신고하느라 분주한 경찰의 모습도 보인다.
역시 편집의 승리!

한 시간 동안의 곡예를 마치고 땅에 내려온 필립은 법정 앞에 서게 된다.
재판관이 그에게 내린 벌은 아이들을 공원에 모아놓고 줄타기를 하라는 것.
필립으로서는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 달콤한 벌.

1974년에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엮은 모디캐이 저스타인의 감각적인 동화.
이제는 사라지고 없는 쌍둥이 빌딩.
그 날의 끔찍했던 기억을 안고 있는 독자들은 쓰리고 싸아한 마음으로 책장을 덮는다.
필립의 추억을 갖고 있는 시민들은 비어있는 그 자리에서 옛 기억의 흔적을 그려낼 수 있을 것이다.
한 시대를 가득 채웠던 어느 여배우의 부재가 새삼 떠오른다.
저 외줄처럼 위태롭고 외로웠을 테지. 필립처럼 신명나는 마무리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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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8-10-08 02: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이책 보고프고 갖고 팠는데 잠시 잊혀졌던 책.
상기시켜주셨네요

마노아 2008-10-08 03:05   좋아요 1 | URL
아까 중고샵에 나와 있는 걸 보았는데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어요.
이 작가 책을 세번째 만난 건데 갈수록 좋아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