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나라 스페셜 에디션 2
김진 지음 / 이코믹스미디어 / 2008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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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단한 스케줄이 하나 끝나고, 휴식을 취하던 찰나 내게 선물같이 준 달콤한 독서였다. 비록 이벤트 진행중인 이코믹스 만화 30일 무료 이용권은 찾을 수가 없었지만...ㅜ.ㅜ

워낙 한  두께 하고, 또 값도 두배다 보니까, 2권 분량의 책이 나온다고 생각했는데, 예전 단행본과 비교해 보니 두 권 분량 못 미치는 양이었다. 게다가 좌우 페이지가 한쪽 씩 밀리고 컷도 하나 둘 밀리는 것을 보니 수정분량이 추가로 들어가서 그런 듯.

3권 광고가 안에 있던데 1.2권 텀보다는 빨리 나오기를...!

뭐랄까. 십 년도 더 되는 긴 시간 속에서 반복 학습의 훈련으로, 내게는 익숙한 스토리의 전개인데, 사실은 김진 선생님은 친절한 연출을 해주시지는 않는다는 걸 새삼 느꼈다.

세류가 괴유에 대해 마음 쓰는 것, 해명과 혜압 사이의 골 깁은 사연과 감정, 무휼이 호동에게 느끼는 연민과 애틋함 등등이 말이다.

어쩌면 영상보다는 사진에 더 가까운 느낌의 진행인데, 그게 이 작품 '바람의 나라'에는 몹시 어울린다. 다른 버전의 바람의 나라를 섣불리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그래서, 드라마 바람의 나라를 보면 허걱하게 된다. 그 뭐시냐.... 어린 임금 무휼을 송일국이 하는 것도 그렇지만, 해명 태자의 이종원도 만만치 않다. 해명태자가 15세 때 무휼이 태어난다. 그리고 그가 21세 때 아버지의 명으로 자결한다.(이때 무휼 6세)

그러니까, 원작에서 캐릭터의 나이를 생각하는 순간 드라마는 완전 뭥미!가 되는 거다. 그 어린 나이의 배우를 데려다 놓고 진행을 시키면 우리네 정서에는 또 안 맞을 터이니, 그 부분은 확실히 포기해야 하는 거지만, 4방위 신수의 환상적인 등장을 버리고 가야 하는 건 몹시 속쓰린 일이다.

무휼의 신수 청룡은 '이무기'에서 '용'으로 승천했고, 또 필요에 따라서 무휼이 타고 갈 말로도 변신을 한다. 세류의 주작은 또 어떤가, 어두운 밤에는 힘을 못 쓰는 그녀지만, 날이 밝으면 '나의 주작아, 날개를 펴라' 하며 얼마나 멋있게 등장하는가. 괴유의 백호도 그렇거니와 사악한 부여의 현무도 포스는 만만치 않다. 아, 아까운 신수들... 호동의 봉황은 또 얼마나 화려하고 예쁜지....ㅠ.ㅠ

2001년도 버전의 뮤지컬 바람의 나라는 호동 왕자와 낙랑 공주 사비의 사랑 얘기만 다루었다. 당시의 노래와 안무도 훌륭했지만, 2006년도 무휼을 앞세운 뮤지컬 바람의 나라의 포스에는 못 미쳤다.  뮤지컬이지만 영상에 몹시 신경을 썼고, 또 노래와 가사의 애잔함도 관객을 홀리기에 충분했는데, 내가 가장 마음 쓰였던 인물들은 해명과 혜압이었다. 천기를 읽는 해명은 아버지 손에 자신이 죽을 것을 알고 미리미리 제 죽음의 도구가 될 창을 손질한다. 그리고 이제 내일 죽을 것을 아는 그는, 오늘 혜압을 찾아가 하룻밤을 보낸다. 내일 죽을 터이니 오늘 안아주겠다고 하는 이 정인을 두고, 혜압은 얼마나 가슴이 찢어졌을 것인가. 뮤지컬에선 이때 '저승새의 신부' 란 노래를 부른다.

(혜압/새타니)
그대 이승 떠나는 허망한 걸음
저승새의 날개가 펄쳐지네
우리 사랑 이 밤 지나면
꿈길 같은 죽음뿐이네

(해명)
이젠 가야해 허무한 삶이여
저승길에 꽃들이 피어나네
이생의 나의 마지막 밤을
네게 안겨 보낸다

(혜압)
저승새의 신부로 살아가리
저승새의 눈물을 닦아주리

(해명)
우리 사랑 이 꿈길을 잊지 못하리
저승에서 영원히 간직할테니

(혜압)(해명)
내 사랑 손에 쥘 수도 놓을 수도 없어라
맘 깊이 피어도 시들어도 슬퍼

(해명)
나는 눈 감고 있으려오 그대 눈 앞에
세상이 눈물뿐이니

......

뒤로 두 사람의 대화가 더 나오고, 다시 한번 노래를 반복한다. 저 노래 끝에 해명은 죽는다.
이 장면은, 원작의 맛을 제대로 살리면서 음악과 영상의 힘을 빌어 관객에게 200%의 전달 효과를 주었다고 생각한다.
대본 작업에 김진 선생님도 직접 참여하셨는데, 가사도 선생님이 손을 보셨는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해명의 마지막 구절, 나는 눈 감고 있으려오, 그대 눈앞에, 세상이 눈물 뿐이니....는 잊지 못할 명대사/명가사다. 오래오래 내 mp3 플레이어에서 재생되고 있는 곡이기도 하고.

얘기가 좀 샜다. 해명과 혜압의 짧고도 강렬했던 사랑 얘기를 하다보니 그리 되었다. 그후 해명은 죽었고, 그의 시신을 거두어 염하고 이승으로 불러들이는 굿을 한 게 혜압이다. 혜압은 이제 많이 늙었지만, 귀신되어 등장한 해명과 만날 때는 꼭 젊었을 적 모습으로 돌아간다. 해명이 남기고 간 군사를 지켜온 그녀는, 이제 그 군사를 무휼에게 인도할 입장이다.

괴유를 찾아 무턱대고 산에 오른 세류, 그로 인해 무휼까지, 또 괴유까지 위험에 처하는데, 나중에 상봉하게 된 무휼이 아무 계산 없이 그저 반갑게 웃으며 달려오는 장면이 짠했다.  그녀의 명대사 "그래... 무휼아.... 넌, 내 왕이다."란 말도 가슴을 파고든다.  길고 긴 밤을 지나 누이를 만났을 때, 무휼은 인정해야 했다. 이제 오누이로서 그들은 이별해야 한다는 것을. 오래도록 어머니 대신 의지했던 그 누이도, 이제는 보내줘야 할 때가 왔다는 것을.

세류 공주의 첫번째 인연(그러니까 주작을 선물했던 그 남편) 이야기는 좀 더 뒤에 나온다. 두고두고 아픈 사랑을 하는 그녀의 다음 이야기도 알고 있으니 독자는 강인해 보이지만 여릴 수밖에 없는 그녀의 속 마음이 아프다.

적곡의 마로 얘기도 좀 해 보자. 마로는 해명을 따르던 아이였다. 그렇게 기구하게 해명을 보내고, 그가 남긴 군사를 무휼에게 인도해야 하는 입장의 마로로서는, 무휼이 자신들이 따를만한 인물인지, 그런 자격이 있는지 확인해야 마땅했다. 그래야 승복할 수 있었을 것이다. (드라마의 그 어리숙한 마로와는 너무....ㅠ.ㅠ) 그의 창이, 한껏 담긴 원한이 참 아프다. 이제 그 창은 무휼과 함께 부여를 향해, 그리고 한나라를 향해 휘둘려져야 할 것이다.

이지는 기어이 무휼의 원비가 되었다. 화려하지만 외롭게 살 왕비의 운명. 모두가 짐작하는 그 길을 거부하겠다고 다짐하지만, 그리 만만치 않다는 것을 그녀 역시 각오해야 할 것이다.  그녀가 차라리 좀 더 솔직하고 좀 더 진실되었더라면, 호동과의 비극은 벌어지지 않았을까... 하는 의미 없는 상상도 같이 해 본다.

그리고 사비의 오라버니들, 운과 충이 등장했다. 2001년도 버전에서 운 왕자를 가수 박완규가 했다. 연기는 정말 못했지만, 노래는 정말 잘했던 그가 떠오른다.^^ㅎㅎㅎ(사비 공주는 박화요비였는데, 그녀 역시 연기 못하고 노래 잘했으므로 똑같다.)

다음 이야기에선 무휼과 이지의 므훗한 키스씬이 나올 것이고, 호동의 신수가 무휼의 신수와 살이 끼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기막힌 무휼의 얘기도 이어질 것이다. 운과 충도 좀 더 나올 것이고, 어쩌면 운의 외사랑 사비 어머니 이야기도 나올 지도.

아, 그리고 이건 희소식인데, 2006년도 버전으로 뮤지컬 바람의 나라가 다시 올라간다고 한다. 지금 준비하면 내년 쯤 공연하지 싶은데, 아무튼 2007년도 버전이 아니라는 것에 급 다행 모드! 주연은 누가 할지? 고영빈 무휼에/조정석 호동에/김산호 괴유/김법래 해명태자라면 더 할 나위 없이 좋겠다. ^^

(호동왕자와 아버지 무휼, 뮤지컬 바람의 나라 2006 버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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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헨 2008-09-23 0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드라마 보고 허걱...하면서 다시금 바람의 나라를 펼쳤습니다. 이제 3권 읽고 있는데 ...
드라마는 정말...안습입니다. 신랑은 드라마 잠깐 보더니 대체 주몽이야 뭐야...하더니 돌리라고 합니다.ㅋ
님의 말씀처럼 "어쩌면 영상보다는 사진에 더 가까운 느낌의 진행"이란 말씀에 초공감입니다.^^
다른버젼의 바람의 나라는 상상도 할 수 없지요.
-사실 이미 비천무와 풀하우스 등에서 극도의 괴로움을 맛보았기에...비천무는 영화버젼이고 드라마는 단 한편도 제대로 못 보았습니다-

마노아 2008-09-23 00:34   좋아요 0 | URL
근데 바람의 나라 시청률이 너무 안 나오면 작가님께 또 누가 끼치게 되는 건 아닐까 걱정도 되어요. 안 그래도 태사기 덕분에 가슴 앓이도 많이 했는데 말이죠. 그래서 절대로 성에 안 차지만 어무이와 함께 닥본사 중이에요. 다모 작가가 붙었으니까 혹시 뒤로 가면 좀 좋아질까 기대하면서요^^
비천무와 풀하우스의 만행은.... 정말 버럭이죠! (ㅡㅡ;;;)

곰탱이 2008-09-27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드라마!!.... 꼬로록ㅠㅠ

마노아 2008-09-27 11:59   좋아요 0 | URL
아아, 거품 물 만해요ㅠ.ㅠ

아소록 2008-11-06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라마는 첫편 보고 바로 버렸어요(...)
이미, 만화 바람의 나라랑 상관없는 전혀 다른거라고 생각했어요.
(이래야 건강상에 좋습니다;; 이래서 드라마는 반대를 했건만,)

홍경수 해명보다 김법래 해명이 더 좋았군요. (저는 홍경수 해명만 봤기에;;)
뮤지컬 한다면 제발 이 동네에도 오시길 (지방사는 서러움ㅠ)

마노아 2008-11-06 23:51   좋아요 0 | URL
첫편 보고 버렸어야 정신 건강에 이로웠을 텐데, 미련을 못 버리고 무려3회인가, 4회인가까지 보았지 뭐예요. 지극히 후회스러워요ㅠ.ㅠ
사실 다른 배우와의 하모니를 생각하면 홍경수 해명도 훌륭했는데, 그냥 보컬만 생각하면 김법래 해명이 워낙 강렬했어요. 뮤지컬 주인공이 무휼이 아니라 해명태자란 우스개 소리도 있었거든요.
두루두루 여러 곳에서 공연해 주면 얼마나 좋을까요(>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