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가무연구소
니노미야 토모코 글, 고현진 옮김 / 애니북스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출간 즈음, 어떤 코믹한 작품이 나올까 몹시 기대가 되었었다. 헌데 올라오는 리뷰들의 반응은 그닥 신통치 않았다.  가격도 비쌌고 내용에 대한 신뢰도 그닥 높지 않아서 패쓰--할 뻔 했는데, 중고샵에서 건졌다.(..;;)

적당히 기대는 버리고, 적당히 엽기적일 거라고 생각하며 책을 읽기 시작하는데, 오옷 이건 생각 그 이상이다. 노다메 칸타빌레의 엽기적인 그녀 노다메의 캐릭터는 결국 작가 자신의 자화상인 듯하다.  순전히 너무나 술꾼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여러 에피소드들이지만, 평소 그런 엽기적인 피가 흐르지 않고서는 이런 이야기들이 생길래야 생길 수가 없을 듯하다.

집안 자체가 대단한 주당 가문이고, 그녀는 음주가무 연구소(연구는 하지 않는다. 다만 술을 마실 뿐이다!)의 소장이지 않은가. 그녀의 친구들도 다 비슷한 주당들이 모였으니, 에피소드마다 가관이 아닐 수가 없다. 이를 테면 가위 바위 보를 해서 진 사람은 옷을 하나씩 벗기. 급기야는 술집에 모인 사람들이 다 같이 동참해서 모두 함께 옷 벗기 게임을 즐긴다. 작가 자신은 여자지만 그것 때문에 크게 조심하는 행동은 보이지 않는다.

밴드에선 기타를 맡고 있는데, 엽기적인 그네들의 연주 스타일은 어떨까 감히 상상해 보는데, 공연 자체도 꽤 엽기적일 거라고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었다. 그녀의 남편은 같은 밴드의 드러머로 작가를 사모하고 있었는데, 스물 여덟살의 그녀가 황당한 이유로 프로포즈를 한다.  시골로 이사 가서 살고 싶은데 면허는 없고, 컨츄리 라이프가 외로울 것도 같은데 눈 앞의 그 남자가 꽤 쓸만(!)하다는 것이었다. 차와 면허를 갖고 있고, 컴퓨터로 만화 어시스턴트가 가능하고 작가를 좋아하니까! 그게 다다. 나름의 애정은 물론 있었겠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이 조건들로 결혼에 돌입하는 작가의 행태가, 어쩐지 몹시 자연스럽게 보인다. 그녀니까 가능하달까..;;;;

그녀의 결혼식 때 가족들이 보여준 모습도 대단했다. 엽기적인 딸에겐 엽기적인 부모님이 계시고 또 엽기적인 형제 자매도 있었던 것이다.

노다메 칸타빌레나 '그린' 등이 상큼 발랄 유쾌 엽기였다면, 두 개의 주제로 묶인 단편 시리즈인 이 책은 상큼 발랄 빼고 엽기, 엽기, 엽기의 연속이다.  그녀의 독특한 유머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거부 반응은 없었지만 뭔가 좀 껄쩍지근하긴 하다.

무엇보다도 이 대수롭지 않은 내용과 대수롭지 않은 페이지에 9.000원의 가격은 너무하다. 300페이지가 조금 못 되니까 일반 단행본의 1.5배 정도였으면 애교스러웠을 텐데, 이건 작가의 명성에 기대어 지나치게 상업적인 판촉으로 보인다.

가볍게 읽고 한 번 웃으면 만족스러울 스타일. 그러니까 나도, 중고샵에 되팔아야지.(결론은 그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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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7-10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중고샵에 되팔아야지!
이거 이거 중고샵이 독자와 알라딘은 좋겠지만, 출판사엔 쥐약이다 싶어요.ㅎㅎ

마노아 2008-07-10 08:22   좋아요 0 | URL
자극 받아서 소장용 책을 만들려고 할 거예요.(내 멋대로 해석하기^^ㅋㅋㅋ)

연두부 2008-07-10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 마눌 이 책 보고 한 동안 필 받아가지고..저녁마다 캔맥주 사가지고 들어와서는...휴...ㅎㅎ

마노아 2008-07-10 13:54   좋아요 0 | URL
애주가들에게는 자극과 당위성을 같이 주었을 거예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