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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의 숲 15 - 신장판
이시키 마코토 지음, 박선영 옮김 / 삼양출판사(만화) / 200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쇼팽 콩쿠르가 시작되고 하루하루 날이 간다. 무려 9일 동안 진행되는 이 콩쿠르는 참가자들뿐 아니라 심사위원단과 관객까지도 너무 긴장을 하게 만들어서 수명이 단축되는 것 같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쟁쟁한 후보들이 모두 지나가고 마지막 날 카이의 순서가 다가온다. 그 직전에 숲의 주인이라고 외쳤던 친구 녀석이 카이의 앞 순서로 바꿔서 배치된다. 녀석은 폴란드인이었고, 발군의 실력을 보여줌으로써 우승 후보로까지 올라서고 주최측 폴란드인 심사위원단의 어깨에 힘을 줄 수 있게 만들어 준다. 아마도 뒷 순서가 카이가 아니라 평범한 인물이었다면 그의 훌륭한 연주에 주눅이 들었을 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우리의 주인공 카이는 평범한 아이가 아니지 않은가^^
그는 관중들을 모두 자신이 자랐던, 자신이 피아노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운명을 만들어냈던 그 숲으로 인도한다. 청량감. 맑고 쾌청한, 바람이 일어버린다. 관중들은 각자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그 어떤 장소를 떠올리며 카이의 피아노 연주에 빠져든다. 단번에 그의 피아노에서 숲을 읽어내버린 쇼우헤이는 참을 수 없는 질투에 사로잡히게 된다. 더 이상 무엇을 희생해야 그를 따라잡을 수 있겠느냐고. 아마도 모차르트를 시기했던 살리에르의 마음과 같았을 것이다.
지면으로 전달하는 클래식 음악이기에, 아무래도 독자들은 상상으로 음악을 들을 수밖에 없다. 나처럼 클래식에 문외한이라면 더더욱. 그렇지만 작가는 그림과 연출, 또 스토리의 힘으로 독자들을 그 긴장감 넘치는 콩쿠르의 현장으로 불러들였으니, 어느 순간 독자는 소름이 끼치는 전율을 느끼고 만다. 바로 이 그림 앞에서.
하나하나 무너져 내린다. 마치 자신을 태워 피아노를 치듯이. 그의 연주를 듣고 있는 사람들은 산화되어가는 열정과 에너지를 느끼고 만다. 다른 생각을 담아낼 수가 없다. 모두가 그 음악에 도취되어버렸다. 그 앞에 누가 연주했건, 이제껏 얼마나 쟁쟁한 스타가 탄생했던 중요하지 않게 되어버린다.
저 자리에 있었다면 기립박수라도 치게 되어버리지 않을까? 45분의 연주를 흐트러짐 없이 올곧이 집중해서 듣게 되지 않을까.
카이는 마지막 프렐류드(프랠류드가 뭔지는 모르겠다.;;;;) 12곡의 연주에 들어가면서 15권은 끝난다. 세상에, 일년을 기다려서 읽었는데 카이의 콩쿨 연주 장면을 다 볼 수가 없었다. 슬램덩크에서 한 경기 끝나려면 몇 권을 지나가야 했던 그 기분이 생각난다ㅠㅠ
일본에선 작년에 개봉했던가? 아무튼 피아노의 숲 극장판 애니메이션은 금년 8월에 우리나라에서도 개봉한다. 좌석 편하고 시야 확보 잘 되어 있고, 무엇보다도 소리 빵빵한 극장에 가서 꼭 감상하리라.(하긴 요새는 극장이 모두 비슷한 수준이긴 하다.) 기왕이면 음악에 조예가 깊은 사람과 같이 갔음 좋겠다. 듣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 쇼팽과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