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마 Emma 10 - 완결
카오루 모리 지음 / 북박스(랜덤하우스중앙)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엠마의 완결편이다. 본편의 내용은 7권에서 마무리되는 분위기였지만 아쉬운 마무리라 생각했는데 역시나 마침표를 확실히 찍어주었다.  작가의 다른 작품(국내엔 출간된 게 없는 듯하다. 일본판은 모르겠다.)을 보질 못해서 성향까지는 모르겠지만, '단편'에도 꽤 강한 타입이 아닐까 싶다. 심지어 이번편에는 4장짜리 에피소드도 있고, 4컷만화로 등장인물들의 뒷 이야기 속 이야기를 주르륵 이어가기도 하였다.

표지 그림은 여전히 메이드 복장을 하고 있는 엠마가 나오지만 이번 이야기에서 엠마는 행복한 결혼식을 올리는 멋진 아가씨로 등장할 뿐이다.  신분차를 극복하고 신데렐라가 된 엠마지만, 그녀를 데려간 백마탄 왕자님도 정통 귀족은 아니고 귀족 사회에 합류하기 위해 애쓰는 가문의 후계자일 뿐이다.(물론 그 자체만으로도 엠마와의 차이는 어마어마하지만.)

만약 윌리엄이 백작 아들쯤이나 되었다면 오히려 더 현실감이 떨어지면서 낭만감도 부족했을지 모른다. 19세기에서 20세기로 넘어가는 시점의 영국. 모든 것이 변화하는 시점의 이야기이다.  흔치 않았겠지만 안경을 쓴, 예쁘기보다 지적인 분위기의 메이드 한 명도 나올 수 있는 시대였다.

윌리엄의 동생 아서의 기숙사 이야기도 한 편의 에피소드로 소개되었다. 꼬맹이 후배생도들을 교육시키는 책임을 맡았는데 규율을 늘 우선시하는 아서의 원칙론의 흑과 백을 연출해 주었다. 지극히 아서다웠고, 그 나름의 재미를 보장해 주었다.  이때 말썽 피운 후배가 훗날 또 아서처럼 될 수도 있는 일. ^^

엠마와 함께 했었던 저택의 메이드들 이야기도 주르륵 나온다. 나름의 프로의식을 가진 아델의 결의(!)에 찬 표정도 인상적이었고, 일과 사랑을 분명히 선 긋는 태도에서 일종의 카리스마도 엿보였다. 독자인 나로서는 외롭지 않을까 걱정도 되지만 아마도 아델은 외로움이라는 단어 자체를 허용하지 않을 분위기이다.

인도 왕자 하킴의 깜짝 출연과 비행기 소동도 재밌었는데 당시 영국과 인도의 입장을 생각한다면 하킴은 돌맞을 녀석이다..;;;;
그래도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무희들과 무표정 연기로 확실히 한몫 해주었다.

순정만화는 대개 그림의 특성상 인물간 비주얼 차이가 크질 않는데, 모리 카오루 역시 인물 간 얼굴 차이가 별로 없다. 그런데, 묘하게 '표정'의 차이로 캐릭터 간의 구별성을 둔다. 얼핏 보면 다 같아 보이지만 조금만 눈여겨 보면 각각의 뚜렷한 개성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런 이유로 차분한 표정의 엠마가 참 곱게 보인다. 수줍어하는 새신부에게 역시 수줍게 아름답다고 칭찬하는 새신랑 윌리엄의 고백에 동의하는 이유이다.

워낙에 '메이드'에 집착(?)하는 모리 카오루인지라 그녀의 시대물을 앞으로 더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거란 지레 짐작을 해본다. 서사가 있는 그녀의 옛스런 얘기들을 사랑하는 나로서는 얼마든지 환영이다. (김칫국일까?)

초반에 대여해서 보던 엠마를 뒤늦게 모으기 시작해서 7.8.9.10이랑 셜리만 소장 중이다. 앞권도 차차 모아야지.


댓글(4)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스탕 2008-06-13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엔 확실하게 엔딩이더군요 ㅠ.ㅠ
10권에서의 새신랑 윌리엄은 왜 그리도 멋져 보이던지요 ^///^
본편 못지않은 속편이랄까 단편들의 힘이 대단한 작가에요. 정말 다음 작품이 기대된답니다!

마노아 2008-06-13 13:17   좋아요 0 | URL
엠마를 아끼고 존중해주는 윌리엄, 너무 멋있어요! 단편에도 강한 작가의 감각이 기대되어요. ^^

2008-06-13 17: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6-13 19:2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