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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환 - 몽롱
이승환 노래 / 스톤뮤직엔터테인먼트(Stone Music Ent.)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말랑의 리패키지 앨범이다. 지난 해 11월에 나온 미니 앨범 말랑이, 12월에 있었던 꼬꼬와의 무대도용 법정 싸움 문제로 사장되어 안타까운 나머지 '리패키지 앨범'을 냈던 것. 우리나라에선 흔한 예는 아닌 듯한데, 팬인 나로서는 '리패키지'도 반가울 따름이다.
얼렁뚱땅 흥신소의 OST 로 정말 신났던 '슈퍼히어로'가 편곡을 거쳐서 1번으로 되돌아왔다. 얼렁뚱땅 흥신소 OST까지 샀던 나로서는 이제 그 앨범을 듣는 일은 좀처럼 없을 듯하다. 거기엔 노래 한곡 밖에 없으니까^^;;;
슈퍼키드의 허첵과 파자마징고가 랩을 담당했는데 처음 편곡 버전을 들었을 때는 원곡에 못 미친단 생각을 했었다. 근데 자꾸 듣다보니까 이 랩이 귀에 착착 감기면서 더 신나게 들리는 것이다. 게다가 수퍼 히어로들이 등장해서 떼로 춤을 추는 뮤직비디오는 또 얼마나 감각적이고 재미나던지. 뮤직비디오의 개척자라는 별명이 아깝지가 앖다.
두번째 곡은 지난 해 그린 민트 페스티벌에서 나왔던 강아지 이야기에 실렸던 '비겁한 애견생활'이다. 이 노래도 이 한곡을 듣기 위해서 따로 씨디를 꺼내는 수고를 하지 않아서 편해졌다. 당시 한정판으로 구매했었는데 나름의 추억이 되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다섯 곡은 모두 '말랑'의 곡들이고, 그 뒤로 '사랑하나요' '제리제리고고' '덩크슛'은 공연 실황이다. 지난 해 잠실대전이라 불렸던 환타스틱 공연에서의 곡과 연말 공연 '슈퍼 히어로'의 라이브 곡들이다. 잠실 공연 때 세계적이 드러머 케니 아로노프의 파워풀한 드럼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늘 '패키지'에도 신경을 쓰는 이승환은 이번에도 감각적인 구성을 들고 나왔다. 책장처럼 넘기면서 볼 수 있는 가사집은 32페이지에 달하는 화보집이 포함되어 있다. 그래도 2년 정도 운동을 열심히 하고 난 다음이라 꽤 근사한 근육을 자랑한다.
팬을 자처하는 나에게 듣기 싫은 곡이 있을리 없지만 유난히 감기는 노래는 분명히 존재한다. 말랑 때도 그랬지만 '내 맘이 안 그래'의 포스가 워낙 커서 다른 노래들보다 더 자주 듣게 되고 마음이 기운다. 내 휴대폰 액정 글귀도 '내 맘이 안 그래'다. 내 맘이 안 그렇다고 말을 하게 된 경위는 노랫말과 사뭇 다르지만, 아무튼 맘은 같다. 정말 내 맘이 안 그렇거든...
휴대하기 편한 mp3를 즐겨 이용하지만, 새 앨범이 나오면 cdp를 꺼내어 좀 더 좋은 헤드폰을 끼고서 음악을 감상한다. 보통은 책을 읽거나 다른 작업을 하면서 음악을 듣지만 이 때만큼은 경건한 자세(?)를 유지하며 음악에만 집중한다. 한호흡이라도 놓치기 싫다는 마음으로.
지난 번 TV에 나왔을 때 음원 수익료 얼마 벌었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70만원 벌었다고 했다. 새 앨범에 투자한 금액은 어마어마했을 터인데, 음원 시장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그의 입장과 위치를 대변해주는 숫자가 아닐 수 없다. 나조차도 컬러링을 쓰지 않고 있지만...;;;;
정규앨범 9집 환타스틱 이후로 비정규 앨범 두 장을 만났다. 프로젝트 앨범까지 포함하면 네장을 만난 셈이다. 다시 그의 노래만으로 채워진 정규앨범을 기다리고 싶은 팬의 마음은 굴뚝인데, 과연 'CD'라는 매체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음반 시장이 점차 작아지고 변형되면서 하나의 앨범 안에 흐름을 느끼며 곡을 담아낸 음악인의 메시지를 듣기가 힘들어졌다. 이승환처럼 락성향의 곡을 많이 담고 점점 더 대중과 멀어져가는 가수는 더욱 그렇다. 점점 편리해지는 세상을 살고 있지만 그만큼 잃어가는 것도 많은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추억을 공유하기는 더 까다롭고 힘들어지는 시대. 아쉬움을 붙잡고, 그래도 끝까지 함께하겠노라고 팬심을 또 보태어본다. 당신 노래로 늘 힘을 얻고 있어요. 고마워요, 공장장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