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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키가미 4 - 마지막 수업
마세 모토로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8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더 많은 사람을 살리고, 국가를 번영시킨다는 명목 아래, 천명당 한명 꼴로 사람을 죽게 하는 '국가번영유지법'.
초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백신을 맞고, 그 백신은 18세에서 24세 사이에 사람을 죽게 만든다. 그리고 죽기 24시간 전에 사망예고장인 '이키가미'를 배달받는다. 남은 24시간을 어떻게 쓸 것인가. 누군가는 죽음에 대한 공포와 분노로 살인마가 되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남은 시간을 인류애로 뒤덮으며 고이 잠들기도 한다.
그러나 어떻게 포장되든지간에 이 법은 무서운 법이다. 법을 개정/폐정하기 위한 노력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모두 무산되었고, 국가는 철저하게 사람들의 삶을 조종하는 절대자가 되어 있다.
첫 이야기에선 훌륭한 선생님이 되고자 애썼으나 관심과 꾸중을 받고 싶어 오기가 난 학생의 난동으로 변태로 낙인 찍혀 파면당한 영어 선생님 이야기. 그래도 아이에게는 죄가 없다고 믿으며 돌아갈 날을 꿈꾸던 그에게 이키가미가 배달된다. 자신을 이렇게 몰아친 교장에 대한 분노, 그리고 아이를 그렇게 방치한 학부모에 대한 분노가 그를 움직이게 만든다. 그는 평생 꿈꿔왔던, 또 노력했던 참 스승의 길을 져버리고 살인마로 인생을 끝낼 것인가... 참고로 소제목은 '마지막 수업'이다. 어떤 결말이 나올 지 짐작해 볼 만하다.
두번째 이야기는 아찔했다. 자동차광인 남편과 천식을 앓고 있는 어린 딸을 가진 나오코. 그녀에게 이키가미가 배달된다. 남편은 빚더미에 앉았고, 딸은 내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아이를 돌봐줄 사람도 없는데, 또 이 아이 역시 국번의 희생자가 될까 봐, 나오코는 아이를 국외로 빼돌릴 결심을 한다. 그러나 뛰는 시민 위에 나는 경찰/국가가 있었으니......
마지막에, 부모 자식이 모두 이키가미를 받은 예는 지금까지 없다고 나왔다. 과연 확률적으로 가능한 것일까? 혹, 이키가미를 받는 사람 역시 국가에 의해 조종당하는 것은 아닐까.
여러모로 섬뜩하다. 끔찍하고 또 끔찍하다. 이 끔찍한 미래 이야기에, 그럼에도 사람의 삶이 있고 가치관이 있고, 지켜야 할 아름다운 마음들이 있다. 그래서 더 오래오래 가슴에 남는다.
작가의 기막힌 상상력에 박수를 보내며... 그런 미래에는 살지 않기를, 앞으로도 절대 오지 않기를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