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록, 콜록~.”
“훌쩍훌쩍. 톡(휴지 뽑는 소리). 팽!”
“에엣취~!”
콧물이 흐르고, 기침과 재채기가 난다. 목이 찢어질 듯이 아프고, 열도 난다. 겨울은 감기가 가장 극성을 부리는 때다. 추운 날씨에 면역력이 약해지고, 춥다고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이 모여 지내니 감염의 위험도 크다. 게다가 난방으로 공기가 건조해지면 호흡기관에 표피에 상처가 나기도 쉬워 바이러스가 쉽게 침투한다.
감기란 독감 바이러스 외의 다른 바이러스로 생기는 호흡기 염증성 질환을 통칭한다. 예전에는 콧물, 기침, 재채기와 같은 증상을 포괄적으로 감기라고 불렀지만 의학이 발달하면서 원인이 확실한 것들은 따로 부르고 있다. 현재까지 아데노바이러스를 비롯해 최소 100가지 이상의 바이러스가 감기를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다.
콧물, 기침, 재채기가 나고 목이 아프면 무조건 감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증상은 감기와 비슷하지만 실제는 다른 ‘사이비 감기’가 있다는 얘기. 병이 다르니 치료법도 당연히 달라져야 한다. 감기와 비슷하나 실제는 다른 ‘사이비 감기’를 살펴보자.
감기와 가장 혼동하는 질병은 독감이다. 독감은 종종 ‘감기가 악화된 것’ 또는 ‘감기 중에 독한 것’이라고 오해받는다. 그러나 며칠 지나면 낫는 감기와 달리 독감은 심할 경우 기관지염이나 폐렴으로 발전한다. 감기의 주된 증상이 콧물, 기침, 가래 등 호흡기 증상인데 반해 독감은 오한, 고열, 근육통이 먼저 나타난다. 감기가 시기를 타지 않는 것과 달리 독감은 유행하는 시기가 정해져 있다.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때문에 생긴다. 감기는 백신을 만들 수 없지만 독감은 백신을 만들 수 있다.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워낙 다양하지만 독감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한 종류이기 때문이다. 단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변이가 심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매년 백신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 노약자는 그해 유행하는 독감 백신을 미리 맞는 것이 좋다. 단 백신으로 항체가 만들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므로 독감이 유행하기 3~4개월 전에 맞아야 한다.
두 번째 ‘사이비 감기’는 알레르기성 비염이다. 코가 간질간질하며 재채기와 콧물이 멈추지 않는다. 초기 감기와 비슷하지만 목이 붓거나 열이 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증상이 오래 가기 때문에 ‘감기를 달고 산다’고 오해하기 쉽지만 원인이 다르다.
알레르기는 외부 물질에 대해 몸 안의 면역기관이 과민반응을 해 일어나는 현상이다. 즉 꽃가루 등의 외부 물질이 코의 점막이나 기관지에 닿았을 때 면역기관이 과민하게 반응해 염증을 일으킨다. 때문에 감기약을 먹어도 소용이 없다.
알레르기성 비염을 치료하려면 원인 물질을 찾아서 피하는 것이 최선이다. 혈액검사를 통해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원인 물질을 찾을 수 있다. 원인 물질을 피하기 어려울 때는 알레르기 증상을 줄여주는 약물을 주사하기도 한다.
가을철에 주로 발생하는 급성열성질환도 종종 감기와 혼동된다. 대표적인 급성열성질환에는 쯔쯔가무시병, 유행성출혈열, 레토스피라증이 있다. 이들은 주로 야외활동을 할 때 감염됐다가 1~3주 뒤에 증상이 나타난다. 열이 나고 머리가 아프며, 근육통 증상이 있어 몸살 감기에 걸렸다고 오해하기 쉽다. 감기와 달리 붉은 반점이 나타나기 때문에 의심되면 즉시 병원에 가서 치료해야 한다.
두려운 사실은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 중에도 초기 증상이 감기와 비슷한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장티푸스는 초기에 두통, 발열, 기침과 몸살 기운이 나타난다. 장티푸스는 그대로 방치하면 25%가 사망에 이를 정도로 무서운 병이다. 감기와 달리 코피, 설사, 식욕감퇴가 반복적으로 나타나므로 주의해야 한다.
만성백혈병도 감기와 비슷한 증세를 보인다. 급성백혈병이 빈혈, 코피, 피멍이 나타나 쉽게 드러나는 반면 만성백혈병은 몸살감기로 오해하기 쉽다. 심지어 에이즈와 폐종양도 발열과 기침 등 감기와 유사한 증상을 나타낸다. 이처럼 감기와 비슷하나 실제는 다른 질병이 많다. 감기 증상이 줄어들지 않고 2~3주 지속될 때는 즉시 병원을 찾아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자.
감기에 대한 우스갯소리로 ‘감기약 먹으면 일주일, 감기약 안 먹으면 7일 간다’는 말이 있다. 사실 감기약은 감기 자체가 아니라 감기로 인해 생긴 증상을 완화시키는 약이다. 기침이 덜 나게, 콧물과 가래가 덜 생기도록 해준다. 또 염증이 난 부위로 다른 세균이 침입할 수 있으므로 항생제가 종종 쓰인다. 결국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미리 대비하는 것이 최선이란 뜻이다.
의사들이 추천하는 감기에 걸리지 않기 위한 가장 좋은 습관은 ‘손을 자주 씻는 것’. 감기 바이러스는 공기가 아니라 타액으로 감염되기 때문이다. 적당한 운동과 위생으로 ‘감기 없는 겨울’에 도전해 보는 건 어떨까. (글 : 김정훈 과학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