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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눈썹 호랑이 ㅣ 안 알려진 호랑이 이야기 1
이진숙 지음, 백대승 그림 / 한솔수북 / 2006년 10월
구판절판
어린이 책에서 '그림'이 차지하는 비중은 60% 이상이라고 본다. 내용이 평이해도 그림이 훌륭하다면 책이 주는 느낌과 감동의 크기는 갑절로 뛸 수 있으니까. 대표적인 예가 '무지개 물고기'가 아닐까 싶다.
이 책도 그런 편이다. 전래동화는 아무래도 '권선징악'을 주요 주제로 삼다보니 내용이 주는 입체감이 창작동화보다 덜 생생할 때가 있는데, 소재나 주제가 비슷비슷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이 책처럼 단지 그림만으로도 훌륭한 선택이었음을 의심 않게 해주는 멋진 책도 있다는 것에 스스로 자부심을 갖게 한다.
천살이나 먹은 아주 영험한 호랑이. 어쩌면 본업은 산싱령일 지도 모를 하얀 눈썹 호랑이. 그렇지만 아주 해학적인 그림 덕분에 근엄과는 거리도 멀며 '판관'의 성격을 지녔지만 무섭지도 않다. (사람들의 말을 몰래 엿듣는 장면. 귀가 바가지만 해졌다^^;;)
맘씨 나쁜 사람들은 가차 없이 잡아 먹고 착한 사람을 도와주는 멋진 호랑이.
우리의 옛 이야기 속에 자주 등장하는 호랑이들. 지금은 동물원에서나 볼 수 있게 되었지만, 이야기 속의 호랑이들은 효자도 있고, 욕심쟁이도 있고, 이 책에서처럼 산신령같은 존재도 있다. 그 중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호랑이 이야기를 찾아내어 엮은 이 시리즈가 몹시 신선하다. 다른 시리즈도 더 찾아서 보아야겠다.
지금도 깊은 산속 이런 호랑이가 살아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문득 상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