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ㆍ짠ㆍ신ㆍ쓴ㆍ맛 외에 제5의 맛? [제 692 호/2007-12-12]
 


“식구가 뭐여, 같이 밥 먹는 입구멍이여.”
영화 ‘비열한 거리’에 나오는 명대사다. 사람 사이의 연을 확인하는 한솥밥처럼, 가족을 밥 먹는 입에 비유한 것이다. 입을 뜻하는 입구멍은 이 영화의 대사처럼 밥 등의 음식물을 먹는 신체 기관이며, 먹는다는 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활동이다. 그리고 먹는 것이 몸에 좋은 건지 나쁜 건지 판단하는 첫 관문은 혀의 미각이다.

인간의 오감 가운데 미각은 ‘가장 사교적인 감각’이다. 남과 친해지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음식을 함께 나누는 것이기 때문이다. 산해진미의 진가도 맛을 아는 데서 비롯된다. 미각이 만족되지 못하면 완벽한 행복이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인간의 오감 중 미각은 인간의 삶을 가장 즐겁게 한다.

미각은 거의 혀에서 이루어진다. 액체에 녹은 상태의 화학 물질의 맛을 느끼는 감각이 미각이다. 설탕물의 맛이 달고, 소금물의 맛이 짜게 느껴지는 것은 혀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느낄 수 있는 맛은 여러 가지다. 대체로 사람은 최대 200가지의 복합적인 맛을 구별할 수 있다. 그러나 혀가 받아들일 수 있는 순수한 맛에는 단맛ㆍ짠맛ㆍ신맛ㆍ쓴맛의 4가지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최근 일본의 과학자들이 이 4가지 맛 외에 음식의 감미로움을 느낄 수 있는 ‘감칠맛’(umami)이라는 제5의 맛을 더했다. 논란 끝에 단맛ㆍ짠맛ㆍ신맛ㆍ쓴맛의 어느 맛에도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 인정돼 맛의 종류는 총 5가지가 됐다. 감칠맛은 20가지 아미노산 중의 하나인 글루탐산에 의해 감지된다. 매운맛이나 떫은맛은 순수한 맛 이외에 촉감이나 통감이 섞인 감각으로 혀가 순수하게 느끼는 맛은 아니다.

현재 생물학 교과서는 ‘혀 지도’라는 것이 있어 단맛은 혀끝, 신맛은 혀 양쪽, 쓴맛은 혀 뒤, 짠맛은 혀 가장자리에서 느낀다고 설명하고 있다. 다른 위치에 분포돼 있는 특정 부위에서 특정한 맛이 감지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미국 마운트시나이 의대 로버트 마골스키 교수는 이 얘기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마골스키 교수에 따르면, 교과서에 나온 혀 지도는 19세기 말의 연구를 잘못 해석해 실은 결과로 사실 모든 맛은 부위에 상관없이 혀의 어느 부분에서라도 감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혀의 표면을 보면 좁쌀알 같은 것이 도톨도톨 돋아 있다. 이것을 유두라고 한다. 유두의 옆 부분에는 맛을 느끼는 미세포가 모인 장미꽃 봉오리 모양의 미뢰가 있다. 여기에 액체 상태의 물질이 닿으면 미세포가 자극을 받아 흥분하게 되고, 이것이 신경에 의해 대뇌에 전해져 맛을 느끼게 된다. 다시 말해 음식이 입 속에서 침에 녹으면 미뢰를 통해 미세포와 접촉한다. 그리고 미세포의 표면단백질과 반응하고, 이 반응은 미세포 내에서 전기변화를 일으켜 화학신호로 뇌를 자극하는 것이다.

그러나 맛이란 혀에 있는 미세포를 통해서만 느끼는 것은 아니다. 음식을 입에 넣었을 때 입 속의 점막에 닿는 느낌, 혹은 목에서 코로 퍼지는 향기, 눈에 보이는 음식의 색깔 등 실로 무수한 감각이 종합되어 생겨나는 것이다. 미각과 함께 시각과 후각, 기분이나 감정에 이르기까지 모든 감각기관이 동원되어 느끼는 맛이 바로 ‘풍미’(風味ㆍflavor)다. 풍미는 한마디로 감성과 이성을 결합시키는 예술이다.

풍미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냄새다. 냄새 분자의 집합체인 풍미를 느끼기 위해 일상생활에서 종종 풍미료를 쓴다. 풍미료는 비록 자체는 아무런 맛이 없으나 음식이 가진 원래의 맛을 강하게 해주는 화학조미료로 그 종류와 형태는 매우 다양하다. 예를 들어, 무늬만 게살이고 정작 명태살과 전분으로 만든 게맛살이 게 맛을 매는 이유가 바로 게향을 담고 있는 풍미료 때문이다. 또 국을 끓일 때 쇠고기를 넣지 않아도 쇠고기맛을 내는 조미료도 풍미료다. 모두가 대중의 후각, 미각, 기분, 감정까지 만족시키기 위한 복합물이다.

미각을 느끼는 차이는 개인과 인종에 따라 하늘과 땅 차이만큼 심하다. 어떤 사람은 사카린이 설탕처럼 달다고 느끼지만 어떤 사람은 쓰다고 느낀다. 이유는 유전자의 결핍 때문이다. 유전자의 결핍 차이는 미뢰 숫자의 차이를 낳는다. 맛을 감지하는 부분인 미뢰의 숫자, 즉 밀도의 차이에 따라 사람마다 맛의 느낌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이다. 맛을 느끼는 3000~1만 개 미뢰의 미세포는 45세를 전후해 감소하고 퇴화하면서 미각이 둔해진다.

남녀의 미뢰 분포수도 다르다. 여성은 남성보다 미각에 훨씬 민감하다. 특이한 점은 여성은 쓴맛에 민감한 반면 남성은 단맛에 민감하다는 사실이다. 여성이 쓴맛에 민감한 이유는, 대개의 독성 성분이 쓴맛을 가지므로 임신 중에 태아를 보호하기 위해 이를 기피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각은 인간을 보호하려는 놀라운 인체 과학 시스템이다. (글 :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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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7-12-12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신경생물학 책에 umami란 단어가 맛의 종류에 새로이 끼어있는 것을 보고 이것을 뭐라고 해석해야하나 했었습니다. '감칠맛'이라고 하면 되겠군요. 그러고보니 같은 책에 혀 지도는 안 나와있었는데, 이유를 이제 알겠습니다.
역시 또 도움 받고 갑니다 ~ ^^

마노아 2007-12-12 21:39   좋아요 0 | URL
와, 그 책은 최근 학계의 발표에 민감했었군요. 다행입니다. ^^ '감칠맛'이 우리맛의 멋이라 생각했는데 외국에서도 이 맛을 표현하는군요. 재밌어요^^

비로그인 2007-12-12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에 시누이집에서 식사를 하는데 모든 음식이 짜고 맛이 안 나더군요.
그래서 남편이 물었더니 코감기에 걸려 음식맛을 못 맡겠어...하데요.
냄새와 미각은 그렇게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나봐요.

나이가 들면서 미뢰가 적어지고 미각이 둔해진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여성이 쓴맛에 더 민감하다는 사실은 처음이네요.


마노아 2007-12-12 21:39   좋아요 0 | URL
후각이 둔하면 미각도 둔해지는 거겠죠? 전 비염이 있어서 냄새에 민감하질 못한데 그래서 음식도 카탈스럽지 않은가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