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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에 싼 당나귀 옛이야기는 내친구 2
서정오 글, 김영희 그림 / 한림출판사 / 2007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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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릴 적 읽고 또 들었던 옛 이야기들이 지금도 다시 읽혀지고 들려지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그 만큼 시간이 흘렀다는 것이지만 이야기의 힘은 여전하다는 것이니까.  요즈음의 아이들은 어떤 마음으로 이야기를 듣고 있는 지는 잘 알 수 없지만...

우리 옛 이야기에 강한 서정오씨 글이다.  



옛날 어느 마을에 홀어머니하고 사는 어수룩한 아이가 있었다.  머리는 좀 모자란 편이었지만 어머니 말씀을 잘 듣는 녀석이었다.  하루는 이 아이가 남의 집에 가서 힘든 일을 해주고 삯으로 돈 서푼을 받았다. 헌데 집에 돌아오는 길, 그만 받아든 돈을 우물가에 놓고 온 것이다.  어머니는 크게 야단을 치셨다.  돈을 호주머니에 넣어왔어야 했다고.  



다음 날은 실컷 일을 해주고 품삯으로 강아지 한 마리를 받았다.  아이는 어머니 말씀을 기억하고는 호주머니에 강아지를 넣었는데 녀석이 주머니 실밥을 뜯고는 튀어버린 것이다. 빈 손으로 돌아간 아이는 어머니께 또 야단을 맞고 말았다. (야단치는 어머니는 크게, 주눅 든 아이는 자그마하게 그려진 그림이 인상 깊다.) 어머니는 새끼 줄로 묶어서 가져왔어야 했다고 큰소리 쳤다.  



다음 날은 품삯으로 생선 한 마리를 받았더랬다.  아이는 생선을 새끼 줄에 묶어서 끌고 갔는데, 집에 돌아오니 뼈만 앙상하게 남아버렸다.  어머니 노발대발.(안 한다면 그게 이상한 게지...;;;) 그럴 땐 종이에 싸서 어깨에 척 메고 왔어야지!



 

다음 날, 아이는 또 남의 집 일을 해주었는데 이번엔 품삯으로 당나귀 한 마리를 받았다.(오옷, 주인 인심도 후하셔라!) 

 



무겁긴 했지만 어머니 말씀 잘 듣는 아이는 종이에 싸서 당나귀를 들쳐메느라고 무진장 고생을 한다.  그리고 그 모습을 운명적으로!!! 원님 따님이 행차하다가 보고 만 것.  원님의 따님은 생선 가시가 목에 걸려 병이 났었는데, 종이에 싸인 우스꽝스런 당나귀와 더 우스꽝스런 아이를 보고는 깔깔대고 웃고 말았다. 그리고 그 덕분에 가시도 빠져서 겨우 살아났다.

나중에 전후 사정을 들은 원님은 효자라면서 아이에게 큰 상을 내려주신다. 아이는 어머니하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따고, 늘 그렇듯이 비슷하게 옛 이야기는 끝이 난다.

나 어릴 때 이런 이야기 참 재밌었는데, 다 커서 읽으니 재미는 둘째 치고 자꾸 삐죽거리는 마음이 생긴다.

이렇게 융통성 없고 응용력 없고 주변머리 없는 녀석을 매번 다시 가르치는 어머니 인내심이 대단하달까.

결과가 좋게 나와서 다행이지만, 녀석처럼 시키는 것 이상은 할 줄 모르는 사람이 이 험한 세상을 어찌 살까, 나는 살짝 걱정이 되기까지 했다.  물론, 어린 아이들에게 이 책을 읽어줄 때는 이런 식으로 말하면 아주 곤란한다. 옛 이야기의 마무리처럼 엄마 말 잘 듣는 '착한' 어린이를 강조할 테지. 아, 재미 없는 현실의 이야기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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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7-12-06 0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리뷰를 읽으니, 밖에 나와서 핸폰으로 원격조종하는 엄마들이 생각나네요. 쩝~
도대체 애들이 자기가 뭐 해야할지 일일히 엄마한테 물어보고 한다는 게 말이 되냐고욧?
요즘에도 엄마말 잘듣는 착한어린이라고 이해해야 할려나~~~

요새 피곤해서 일찍 자면 이렇게 꼭 새벽에 일어나서 알라딘 들어와용 ^^

마노아 2007-12-06 09:34   좋아요 0 | URL
연봉협상도 엄마가 대신해주는 세상이라고들 하잖아요..,;;;;
'착한'의 의미가 다시 쓰여지는 세상이기도 하구요.
새벽 5시 경에 깨셨군요. 너무 부지런하세용. 전 일찍 잔다고 일찍 깨진 않던데... 오래 자지도 못하지만^^;;;

비로그인 2007-12-06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종이에 싼 당나귀라니. 재미는 있지만, 마노님 말씀대로 과연 이 책을 읽는 어린 아이들에게 어떤 교훈과
이미지를 심어줄까 생각을 하니, 오해의 소지가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물론, 아이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도우미 역할을 하는 주변 어른들의 능력이 큰 관건이겠죠.
단순히, '엄마 말 잘 듣는 아이'로 마무리할 것인가, 저 '미련맞은 아이에게는 상황에 맞게 행동하는 지혜가
필요해' 라고 한 단계 나아가 교훈을 줄 것인가.

마노아 2007-12-06 12:25   좋아요 0 | URL
두번째 교훈 추천이에요. 생각 없이 비판 없이 책을 읽으면 그것이 전래동화든 무엇이든 다 위험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동화책 보면서도 공부 많이 하게 된다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