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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르와 아스마르 - Azur & Asmar, 초등용 그림책
미셸 오슬로 지음, 김주열 옮김 / 웅진주니어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서점에서 그림을 펼쳐보고는, 그 선명한 색채와 강렬한 대비에 흠뻑 빠져 주문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원작은 애니메이션인 까닭에, 애니 쪽이 더 궁금하지만 당장은 책을 통해 갈증을 해소하는 수밖에.
이 이야기는 파란 눈에 금발 머리인 아주르(프랑스 말로 '파란색'이라는 뜻)와 검은 눈에 갈색 피부인 아스마르(아랍 말로 '갈색'이라는 뜻)의 이야기이다. 아주르는 아스마르의 어머니인 유모 손에 의해 자랐는데, 두 아이는 형제처럼 지냈으며 유모는 두 아이 모두를 소중하게 대해 주었다. 아주르의 나라는 프랑스이지만, 유모는 아랍 말과 프랑스 말을 두 아이에게 동시에 가르쳐 주었다. 밤이면 유모는 아이들의 이불깃을 여며 주며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는데, 멋진 왕자님이 마법의 열쇠 세 개를 찾아내서 요정 진을 구하고 요정과 결혼하게 된다는 이야기였다.
두 아이는 요정 진을 구해내는 꿈을 키우며 맑은 눈을 빛냈지만, 엄격한 아주르의 아버지는 자기 아들에게 유모와 너무 가깝게 지내는 것이 못마땅했다. 아주르는 아버지 때문에 고된 교육을 받으며 지내야 했는데, 끝내는 유모와 그녀의 아들이 집에서 쫓겨나고 자신 역시 도시로 쫓기다시피 맡겨지게 되었다.
세월이 흘러 아주르는 멋진 청년이 되었지만, 어릴 적 요정 진을 구하는 꿈을 아직도 포기하지 않았다. 아주르는 아버지를 거역하고 배를 타고 말았다. 그러나 큰 폭풍우가 배를 덮쳐 바다에 빠지고 말았고, 눈을 떴을 때는 낯선 곳에 도착해 있었다. 들리는 말들은 외국어였지만 아주르에게는 낯설지가 않았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그의 파란 눈을 보고는 두려움에 떨면서 모두들 피하는 것이다. 결국 아주르는 장님 행세를 하면서 구걸을 하기 시작했다. 그 길에 만난 친구 크라푸는 아주르의 눈이 되어 길동무가 되어주었다.
알고 보니 아주르가 도착한 곳은 요정 진의 전설이 내려오는 그 땅, 유모와 아스마르의 고향이었던 것. 아주르는 시장에서 몰라보게 달라진 모습의 유모를 만나 요정 진을 찾기 위한 정보를 얻지만, 자신처럼 청년으로 성장한 아스마르는 자신을 차갑게 대하고 만다. 어릴 적 아주르의 아버지에게 쫓겨났던 수모와 설움을 아직도 기억하는 탓일 것이다.
아주르와 아스마르는 각기 서로 다른 길로 요정 진에게 도착하지만, 결국엔 힘을 합해서 진을 구출해 내고 만다. 이야기는 우리가 모두 짐작하듯이 아름다운 결말, 해피엔딩에 도착하는데...
72페이지에 달하는 그림들은 매 순간순간 눈을 현혹시키기에 충분하지만, 이야기의 진행은 매끄럽지 않다. 그러니까 원작 애니메이션의 내용을 압축한 줄거리가 흘러나오고, 그 애니메이션의 명장면들을 컷으로 잘라 하나씩 실은 느낌이랄까. 이야기의 구조는 흥미진진하고 즐겁지만, 움직이는 영상이 평면 종이로 내려앉았을 때의 부조화가 아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점이 훌륭한 것은 '탁월한 그림' 때문이다.
아주르와 아스마르의 색깔 대비, 프랑스와 아랍이라는 이질적인 두 나라. 그러나 그 둘을 차별하지 않는 유모, 두 나라 말을 동시에 사용하는 주인공들, 건축물이나 그릇, 옷차림 등등까지 모두가 너무 대비되는 두 나라이건만 어느 쪽으로 치우침 없이 그 아름다움을 공평하게 묘사해 주고 있다. 백인 주인공이 무조건 승리하는 왕자님으로 등장하지 않고, 요정이 창백한 피부를 자랑하는 여자인 것도 아닌, 그야말로 '조화'를 보여주고자 애쓴 작품이다. 아이들도 이 책을 통해서 아랍권 문화에 대해 호기심을 반짝반짝 빛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글자가 많아서 유아용으론 적당하지 않다고 여겼는데, 책 정보를 보니 초등학생 용이었다. 알고 보니 시리즈도 많던데, 차차 하나씩 더 찾아볼 생각이다. 물론 애니메이션이 출시되면 그것도 함께.
덧글) 새 책 냄새가 심하게 나서 통풍이 좀 필요해 보인다. 물론 그렇다고 예쁜 책을 만난 기쁨이 줄어들지는 않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