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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장 선거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공중그네, 인더폴의 이라부와 마유미짱이 다시 뭉쳤다....기보다는, 다시 이야기로 묶였다.
여전히 엽기적이고 철없는 소년 마냥 순진무구한 이라부는, 고민을 가득 안고 있는 전문직 종사자들의 문제점들을 그만의 독특한 방법으로(혹은 괴롭히기로) 해결해 준다. 섹시 간호사 마유미는 이번에도 육감적인 그녀의 몸매와 또 거침 없이 툭툭 내뱉는 시니컬한 대사로 의뢰인(환자)들의 눈길을 끌고 아픈 데를 콕콕 찌른다.
네 개의 에피소드로 이어져 있는데, 은퇴할 나이가 한참 지난 78세의 구단주는 죽음을 두려워한 나머지 강박 증세를 보이게 된다. 이라부가 툭 내던진 해결법은 '생전 장례식'
기자들과 늘 말썽이 일고 신문지면을 화려하게 장식했던 스캔들 메이커였지만, 막상 그의 생전 장례식은 누구보다도 엄숙하게 또 정감 있게 진행된다. 젊은이들에게 아직도 어필되고 있는 자신을 발견, 새롭게 기운 차리는 그의 모습이 힘차 보였다.
안퐁맨은 테크날로지에 너무 물들어 있어서 히라가나를 까먹어 버리는 어처구니 없는 증세로 이라부 신경정신과를 찾아온다. 이라부와 유치원 아이들과 신나게 카드 놀이를 하면서 그는 중요한 깨달음을 갖는데, '혼자만 이기면 놀아주는 사람이 없다'는 것! 어린아이들의 세계뿐 아니라, 자신의 사업에서도 적용되는 이야기! 워낙에 잘 나가는 그였지만 그제서야 '겸손'을 배우게 된다. 그에게 발톱을 가득 세우던 사람들도 젊은이의 예의바른 인사에 모두들 마음이 녹아지니, 이라부는 그저 놀아주기만 하고도 환자의 고민을 해결해 준 셈이다.
세번째 이야기는 44의 나이로 한참 주가를 올리고 있는 여배우였다. 나이보다 젊어 보이는 외모와 몸매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그게 오래 갈 수 없다는 것을 스스로 알기에 불안해 하는 그녀. 그래서 튀김 한조각에도 벌벌 떨고, 지방을 섭취한 순간 바로 운동을 해서 태우지 않으면 초조함을 이기지 못하는 강박증을 보인다. 이라부는 무심코 '살을 좀 쪄보는 게 어때?'라고 말을 하고 여배우는 자신처럼 초조함에 살벌한 일상을 사는 다른 여배우를 지켜보면서 심정의 변화를 겪게 된다. 화려해 보이는 연예계의 이면에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마지막 에피소드가 바로 이 책의 제목인 '면장 선거'
도시에서는 결코 상상할 수 없는 섬 주민들의 치열한 선거전. 금품 수수와 상대방 비방 등등 법을 뛰어넘는(혹은 상관치 않는) 육탄전이 전개된다. 여기에 '아빠'의 압력으로 마지못해 두 달간 다녀가게 된 이라부. 아버지 병원과 권력(?)의 힘으로 명사가 되어버리는데... 여기서도 그가 무심코 귀찮아서 던진 한마디로 치열한 선거전은 페어플레이로 돌변하니, 이라부는 흥신소를 하나 차려도 될 정도다.
그는 다만 신나게 놀고, 내키는 대로 할 뿐이지만, 그처럼 솔직하게, 단순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적은 세상인지라, 우리는 오히려 등장 밑이 어두운 사람들이 되어버린 것. 그래서 이라부의 특별 처방법은 유쾌하고 신난다.
아마도 공중그네를 먼저 보지 않았더라면 이야기가 훨씬 더 재밌게 느껴졌을 테지만, 아무래도 비슷한 사건들과 비슷한 해결법, 또 똑같은 캐릭터가 반복되다 보니, 이야기로서의 재미는 조금 떨어진다. 그래서 오쿠다 히데오의 이라부 시리즈를 접한 사람들에게선 별점이 조금 박하게 나오지 않을까 싶다.
그렇지만, 이라부식의 인생관이 꽤나 매력적으로 보이니, 지친 도시 생활에서 조그마한 활력소가 되기엔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