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5월 수면제를 먹고 잠든 새 애완견이 물어뜯어 얼굴이 심하게 망가진 여성이 있었다. 영화 ‘페이스오프’의 실제판으로 불린 주인공은 바로 프랑스의 이사벨 디누아르. 다행히 그녀는 같은 해 사망한 여성의 코, 입, 뺨을 이식받았다. 세계 최초로 시술된 얼굴 전면 이식 수술이었다. 수술 뒤 그녀는 꾸준히 연습해 꽤 자연스러운 표정을 지을 수 있게 됐다. 또 수술 초기에 늘 벌려 있던 입도 다물 수 있게 돼 거의 정상적인 얼굴을 되찾았다.
보통 성형수술이라 하면 ‘미용성형’을 떠올리지만, 성형수술의 역사는 이처럼 기형적이거나 손상된 신체 부위를 원형으로 복원하는 ‘재건성형’에서 시작됐다. 대중적인 인기는 적지만 재건성형은 신체의 기능과 모양을 회복시킨다는 점에서 미용성형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다. 다른 조직을 그냥 갖다 붙인다고 해서 자기 신체의 일부가 되지는 않을 터. 어떤 방법으로 형체가 없던 얼굴을 회복할 수 있었을까?
이번 사건처럼 조직이 심각하게 훼손됐을 경우 인공 보형물이나 자신의 조직을 이식하는 방법을 써야 한다. 사실 얼굴 전면을 이식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자주 이뤄지는 유방 재건 수술의 예로 재건성형에 대해 알아보자.
유방 재건 수술은 주로 유방암 환자의 종양 조직을 도려낸 경우 많이 시술된다. 유방의 종양을 수술로 제거하고 나면 종양이 있던 자리가 텅 비게 된다. 보통 대흉근의 아래와 전거근 전방에 인공 보형물을 삽입한다. 피부와 근육이 충분히 남아있다면 인공 보형물의 삽입만으로도 처음 모양으로 회복할 수 있다. 절제 부위가 광범위해 피부의 여유가 없을 때는 피부를 인공적으로 확장시키는 과정이 추가된다. 실리콘 주머니를 삽입한 다음 오랫동안 천천히 실리콘 주머니에 생리 식염수를 넣으면 피부가 확장된다. 그 다음 처음 넣었던 실리콘 주머니를 제거하고 그 자리에 보형물을 삽입하면 된다.
보형물을 삽입하는 대신 환자의 자가조직을 이식할 수도 있다. 이를 ‘피판술’이라 한다. 유방 재건에 사용하는 자가조직에 복직근, 광배근 등이 있다. 복직근은 배꼽과 치골 사이의 근육으로 유방 재건에 충분한 조직을 얻을 수 있지만 복근이 약해지는 단점이 있다. 광배근은 옆구리에서 등으로 이어지는 근육이다. 복직근 만큼 많은 양은 아니지만 겨드랑이를 통해 기존에 근육에 공급되는 혈액의 흐름을 그대로 이용하면서 이식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광배근은 일반적으로 보형물 위를 덮는 조직을 재건할 때 쓴다.
광배근을 자가조직을 이식할 때 혈액의 흐름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는 이유는 혈관과 조직을 함께 이식하기 때문이다. 이를 ‘유리 피판술’이라고 부른다. 조직을 떼어낼 때 혈관도 잘려나가는데 이 혈관을 이식한 부위의 혈관과 이어 봉합한 뒤 혈액의 흐름을 재개시킨다. 혈관을 이으려면 현미경을 사용해 봉합하는 매우 정밀한 기술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유리 피판술은 혈관을 봉합할 때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큰 혈관이 지나는 곳까지 들어냈기 때문에 떼어낸 부위의 부피가 크고 이식받은 부위에도 흔적이 남는 한계가 있다. 또 이식조직을 얻을 수 있는 곳이 한정되어 있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나온 최근 기술이 ‘천공지 유리 피판술’이다.
천공지란 동맥에서 갈라져 나오는 작은 혈관, 즉 근육을 뚫고 피부로 올라오는 미세 혈관을 말한다. 그리고 천공지 유리 피판술은 천공지를 얇은 피부 조직과 함께 들어내어 이식하는 시술이다. 기존 유리 피판술에서 필연적으로 생기는 흔적을 최소화하기 때문에 얼굴, 목, 손목 등 피부가 얇은 노출 부위의 피부 재건도 쓸 수 있다. 또 이식 조직을 얻을 수 있는 곳이 몸 천체에 약 300개가 있어 선택의 범위도 넓다. 단 천공지 유리 피판술을 시술할 수 있는 숙련된 전문의가 적고 비용이 비싼 것은 단점이다.
이사벨 디누아르의 경우 ‘얼굴’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자가조직을 이식할 수 없었다. 다른 부위의 조직을 이식해 코와 입 등의 모양을 만드는 것은 아직 불가능한 기술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가조직이 아닌 사망한 다른 여성의 얼굴 조직을 이식했다. 얼굴 이식이란 피하지방, 혈관, 신경을 제공받아 연결하는 것으로, 디누아르는 수술 후 5개월 만에 얼굴의 감각이 완전히 돌아왔다고 밝혔다. 또한 최근의 인터뷰에서 키스를 제외한 대부분의 얼굴 동작을 구사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이는 2년여에 걸친 적응 기간과 꾸준한 훈련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외부이식의 더 큰 문제는 자기 조직이 아니기 때문에 ‘면역거부반응’이 일어난다는 점이다. 면역세포는 자기 세포가 아닌 외부로부터 유입된 물질은 무조건 항원으로 판단하고 죽인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심장, 간 같은 장기를 이식할 때 초기에 면역억제제를 투여한 뒤 환자를 무균실에 넣는 방법을 쓴다. 수술 방법이 자세히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장기 이식과 동일한 방법을 썼을 것으로 추정된다.
과거의 재건성형은 기능의 복구나 정상 형태의 재건에만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요즘에는 수술 기술이 발달하면서 흉터를 최소화시키는 등 환자의 심리적, 환경적 요인까지 고려하고 있다. 이는 재건성형이 환자의 ‘삶의 질’을 더 적극적으로 고려한다는 뜻이다. 신체의 정상적인 기능 수행을 넘어서 그 다음 단계까지 개선한다는 것, 이는 의학이 추구하는 또 하나의 방향일 것이다. (글 : 김창규 과학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