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열한 번째 생일 파티 낮은산 키큰나무 5
라헐 판 코에이 지음, 김영진 옮김 / 낮은산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네꼬님의 따뜻한 이벤트 선물~!

흑백으로 찍힌 사진 속에는 낡은 종 한개와 리본을 단 소녀 모습의 할머니와 어린 아이가 나란히 그림으로 그려져 있다.  그 뒤로 흐릿하게 배경으로 남은 나무들과 벤치도 눈에 들어온다.  옛 시간과 현재의 시간이 오롯이 함께 담긴, 추억과 사랑과 인류애가 함께 느껴지는 표지그림이다.  책을 읽고 난다면, 그 인류애에 동의하게 될 것이다. ^^

노라에게는 증조 할머니가 계셨다.  어느 날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된 증조 할머니의 존재.
애석하게도 치매를 앓고 계셔서 양로원에서 요양중이시다.  엄마에게도 할머니가 되는 그 분을 처음 만난 날, 노라는 할머니가 커피를 싫어하시는 것을, 어릴 적 입었던 원피스를 다시 입고 싶어한다는 것을, 결정적으로 그 시절 그 시간에 머물러 살고 계심을 알아차린다.

그것이 시작이 되어, 노라의 할머니 옛 기억 깨우치기, 그 안에서 재미있게 살아가기 프로젝트가 진행되니...

사건은 점점 커지고 노라의 증조 할머니뿐 아니라 양로원에 계시는 모든 분들을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게 만드는 데에 도전한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기억이 가물가물하고 방금 전에 있었던 일도 금세 잊어버리고 자신이 이미 나이를 먹어 늙어버렸다는 사실조차도 제대로 인식 못할 때가 많았다.  그렇지만 그분들은 열살, 열한 살 때의 어린 시절 기억은 하나도 잊지 않고 생생하게 기억하고 계셨다.  노라는 그분들이 그 시절 그 시간 속으로 돌아가 행복한 마음으로 살수 있게 도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양로원의 카린 간호사는 '원칙'만을 고수하면서 노라의 이런 노력들을 비웃으며 훼방하느라 열을 올린다.  노인 분들을 정해진 시간에 산책시키고 식사를 내오고 깨끗한 환경만 만들어주면 자신들의 일은 모두 끝이라고 생각하는 그녀의 사고 방식에 노라와 노라의 친구들은 분노하고 만다.

그리하여 열살 어린 아이로 돌아가신 증조할머니의 돌아오는 열한 번째 생일 날에 양로원의 모든 노인분들을 기꺼이 초대한 파티를 열기로 내기를 하게 된다.  성공한다면 그들의 노력과 성과에 대해 카린 간호사도 인정해 주기로 약속한 것!

노라와 친구 다니엘이 시행착오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심지어 친구 세바스티안은 철도 모형을 빌려달라는 요구에 매몰차게 거절을 하기도 하지만,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세바스티안 역시 알츠하이머 병을 앓고 계시는 할아버지와 화해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치매를 앓고 계시는 노인 분을 직접 만나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매체를 통해서 연상하게 되는 그분들을 떠올려 볼 때, 책 속에 등장하는 노인분들의 모습이 자연스럽고 현실감 있게 느껴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찾지 못하고, 내 나이를 까먹고, 일상적인 사회 생활에 무리가 올 정도로 현실을 잊어버리시는 그분들이지만, 그분들의 머리가 몽땅 망가진 것은 아니다.  의학적으로도, 그분들의 뇌 기능은 아주 오래전 과거의 기억이 가장 나중에 잊혀진다과 밝혀져 있다고 한다.

노라의 시도는 치기어린, 혹은 순수한 긍휼의 마음에서 시작되었을지 모르지만, 추억 속에서 행복할 수 있었던 노인분들에게 축복이 되었고 구원이 되었다.  양로원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간호사 입장에서 우려하는 바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카린 간호사의 까칠한 반응들은 노인분들의 '행복'한 마음이 우선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입장'만을 내세운 원칙주의일 뿐이었다.

그런 카린 간호사도 결국엔 할머니의 열한 번째 생일 파티에 참석하게 되니 역시 지성이면 감천이랄까.

우리의 가족 중에, 혹은 이웃 중에 얼마든지 마주칠 수 있는 치매 노인.  그분들을 무조건 '격리'만 시킬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다가서려는 노력에 대해 책은 진지하면서도 순수한 얼굴들로 접근하고 있다.   다만 '예쁘게만' 다가간 것이 아니라 진심이 담겨진 인류애적 사랑으로 말이다.

아이들이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스스럼 없이 다가서고, 그분들의 친구가 되려고 애쓴 그 마음밭을 어른들도 닮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조건 없이, 편견 없이, 그저 사랑하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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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7-10-05 0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라헐 판 코헤이 '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다' 읽고 사로잡힌 작가였어요.
이 책, 제 감성에 맞을 거 같군요. 보고 싶당!

마노아 2007-10-03 09:48   좋아요 0 | URL
어멋! 이 작가의 다른 책을 보셨군요. 저 역시 그 책이 궁금해지네요^^

다락방 2007-10-03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다』를 보고 사로잡히긴 했었어요. 아, 어쩜 어쩜, 하면서 말이지요.

그나저나 좋으네요, 마노아님. 조건 없이 편견 없이 그저 사랑하는 마음, 이라는 문구가요 :)

마노아 2007-10-03 11:58   좋아요 0 | URL
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다가 마구마구 궁금해지고 있어요.
조건 없이 편견 없이 사랑할 수 있다면, 인류는 지금처럼 고통 받지 않을 테죠.
그래서 그게 참 힘든가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