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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한 소 클랜시 ㅣ 꿀밤나무 그림책 8
라치 흄 지음, 장미란 옮김 / 은나팔(현암사) / 2007년 4월
절판
세상에, 작가가 열두 살 나이에 쓴 동화라고 한다. 오옷!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감동과 교훈과 재미를 두루 갖춘 훌륭한 작품이다.
송아지 클랜시는 엄마 아빠와 달리 줄무늬가 없이 까만 털로 뒤덮인 채 태어났다. 엄마와 아빠의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클랜시는 자라면서 따돌림을 받는다. 자신과 다른 생김새를 가진 클랜시를 줄무늬 소들은 한 식구처럼 받아주지 않았다.
클랜시는 줄무늬를 만들어보려고 갖은 노력을 기울인다.
눈밭에서 데굴데굴 굴러 보기도 했고
붕대를 꽁꽁 감아보기도 했지만 모두 허사였다.
줄무늬 소들은 먹을 풀이 없어서 비쩍 말라 있었는데
바로 옆 목장의 얼룩무늬 소들은 싱싱한 풀을 배불리 먹어서
토실토실 살이 올라 있었다.
서로 경계를 긋고 적대시하고 있는 소들의 눈빛이 의미심장하다.
클랜시는 몸이 온통 까맣기 때문에 밤중에 이웃 목장에서 싱싱한 풀을 뜯어먹어도 발각되지 않았다. 그렇게 풀을 뜯던 클랜시는 얼룩무늬가 없어서 괴롭힘을 당하고 있던 헬가와 만나 친구가 된다.
동병상련. 둘은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며 밤마다 같이 풀을 뜯어 먹었다.
싱싱한 풀로 살이 오른 클랜시는 모처럼 동료들의 격려를 받으며 씨름대회에 나갈 준비를 한다.
소들은 돌아가며 자신의 기술을 클랜시에게 가르쳐 주었는데,
클랜시가 기술을 구사하는 장면들이 해학적으로 그려져 있다.
마침내 클랜시는 얼룩무늬 소를 이기고 목장의 싱싱한 풀을 차지할 수 있게 되었지만, 줄무늬 소들이 그 풀을 독점하게 만들지 않는다. 그들 모두가 실컷 풀을 먹어도 충분한 그곳에서 욕심부리지 말고 사이 좋게 지낼 것을 당부한다. 소들은 반성하며 서로 친해지는데 이제 그들의 눈빛에는 적대감이란 읽을 수 없게 되었다.
클랜시가 정말로 용감한 것은 씨름 대회에 나가서 이겼기 때문이 아니라, 독점할 수 있을 때 '나눔'을 실천했기 때문이다. 자신이 받은 설움을 되갚아 주려 하지 않고 선으로 승화시킨 클랜시의 마음씀이 아름답다. 미운 오리 새끼도 사실은 백조였던 것처럼, 송아지 클랜시는 줄무니가 없어도 누구보다 아름답고 멋진 친구였다.
아이가 그렸다고 보기엔 너무 훌륭한 그림이다. 어린아이들이 이 책을 보면 흠뻑 빠질 거란 생각이 든다. 이제 열아홉살이 된 작가에게서 더 많은 좋은 책을 기대해 본다.